Ⅰ. 들어가며
참 많은 것을 겪은 지난날들이었습니다. 항상 합격수기를 쓰는 상상을 했지만 그것이 현실로 이뤄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시의 터널 속에서 한발 한발 내딛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합격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게 합격수기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저는 공부하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읽었던 합격수기는 저와 같은 사람도 합격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합격수기를 써주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했고, 언젠가 저도 이분들처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합격수기를 쓰게 된 지금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 이번 합격수기를 통해 두 가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희망’에 대해 전하려합니다. 저는 이번 수험기간동안 굴곡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 이야기가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둘째로 ‘공부 방법’에 대해 전하려합니다. 사람마다 공부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따라서 제 방법이 누구에게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방법으로 수험생분들에게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충분히 만족할 것 같습니다.
Ⅱ. 공부를 시작한 계기
제가 고시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추천과 3학년 때 뵙게 된 세종시 선배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아버지는 기술고시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광범위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은 공직이 거의 유일하고, 그만큼 명예로운 직업도 없다고 말입니다. 이 생각은 3학년 때 뵙게 된 세종시 선배님들 덕분에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학과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선배님들의 모습은 제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시고,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은 새로운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잊고 지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한편으론 제 삶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그 만큼 돌려드릴 수 있다면 제 인생이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직을 꿈으로 삼게 되었고 고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Ⅲ. 시기별 공부과정
1. 시작 그리고 열정 (16년 3월~8월)
저는 16년도 3월부터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학교를 휴학한 뒤 고시촌에 자취방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중앙도서관에 나가서 매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마음잡고 하는 공부였고, 새로운 목표에 목말라하던 저는 오랜만에 제 자리를 찾은 듯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에 도서관에 나와서 밤 11시까지 하고 돌아가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점점 쌓여가는 노트들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생활패턴을 일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오전 출첵스터디를 들었습니다. 오전 7시에 서울대학교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출석체크를 한 뒤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전자기기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핸드폰을 2G폰으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노트북도 ‘아이지키미’라는 인터넷 접속 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강사이트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전자기기와의 접점을 최소화 시켰던 것이 6달만이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운 것 같습니다.
고시에 진입하기 전, 저는 한국사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영어점수는 미리 만들어 놓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진로를 고시로 결정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는 3월이 되어서야 취득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1차 시험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16년에는 1차 시험을 볼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차 시험기간 이전에 미리 영어, 한국사를 취득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이라도 더 시험장을 경험해본 사람이랑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전공은 에너지자원공학이었습니다. 그래서 기계직 과목들은 전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기술직의 특성상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전년도 합격자분들에게 연락드려 공부 방법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재료역학과 기계설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부하다 한번 막히기 시작하면 넘어가는데 1~3일이 걸렸습니다.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신선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초반에는 무리 없이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PSAT과 헌법은 여름방학 시즌(7월~8월)에 처음 공부했었습니다. 직접 학원을 다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인강으로 기본강의를 들으며 기본서만 풀어보았습니다. 헌법도 기본강의를 들으며 흐름만 파악했습니다. 이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여 기본적인 틀만 잡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왕 공부할 때 정말 열심히 해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다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제 수험생활 초반은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항상 이대로만 가리라는 생각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16년 9월~11월)
시간이 갈수록 공부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합격자분들이 말씀해주신 진도는 제게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1달 안에 재료역학을 끝내자는 목표를 삼았지만, 2달 반이 걸려서야 간신히 한번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기계설계는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2달이 흘렀습니다. 빨리 진도를 나가야 된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책을 본다는 행위가 고통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바뀌어가고 있었지만 달라진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는커녕 조금만 쉬다오면 이전처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웹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10분 정도 짧게 보면서 머리를 식히면 공부가 다시 예전처럼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언제든 예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웹툰 보는 것을 몇 번 반복하자 어느새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10분만 보고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컴퓨터를 보면 공부 중에 생겼던 모든 두려움들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책상에 앉으면 그때까지 미뤄두었던 압박감이 다시 저를 짓눌렀습니다. 그 두려움에 새벽까지 공부하다 제때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공부량은 갈수록 줄었고 압박감은 더욱 늘어갔습니다. 결국 저는 그 압박감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도망쳤습니다.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 중독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3. 모래성 (16년 12월~17년 2월)
이대로 가다가는 17년에 있는 시험에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컴퓨터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다보니 ‘스마트 쉼 센터’라는 인터넷 중독 치료기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치료신청을 하고 매주에 1회씩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니 혼자 짊어지고 있던 압박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PSAT 공부를 약간이나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저는 위태롭기 그지없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금단현상과 공부에 대한 압박감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 PSAT 점수는 고시에 대한 자신감을 급격하게 앗아갔습니다. ‘과연 이게 공부해서 오르는 것일까?’, ‘과연 내가 열심히 한다고 붙을 수 있는 시험이긴 한 것인가?’같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험까지만 견뎌보자는 생각에 억지로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는, 모래성과 같은 수험생활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져나갔습니다.
4. 도망쳐 다다른 곳 (17년 3월~11월)
17년도 1차 시험을 치룬 뒤, 결국 저는 번-아웃(Burn Out)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압박감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섞여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1차 시험 발표까지만 쉬자는 변명아래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은커녕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간단히 식사한 뒤 자취방에서 컴퓨터만 하였습니다.
17년 1차 시험 결과 발표날. 커트라인은 76.66이었고, 제 점수는 75.83점이었습니다. 1문제 차이로 탈락이었습니다. 시험 결과를 바라보면서 머리가 뱅뱅 돌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산산조각 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제 생각보다 5급 공채의 벽은 높았고 저는 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어떻게 더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켜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자니 희망이 없는 일에 도전하는 것 같아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험생활에서 스스로와 몇 년을 싸워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계기만 있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이 포기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고집도 한몫을 더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공부에서도, 포기에서도 도망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에서 도망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컴퓨터와 술밖에 없었습니다. 제정신으로 있기엔 그 고통이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 이런 저를 믿고 지원해주시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항상 잘될 것이라고 응원해주던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 이 모든 것을 알고도 도망치기만 하는 스스로에 대한 환멸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컴퓨터와 술로 도망쳤습니다. 컴퓨터를 할 때와 술을 마실 때에는 정말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컴퓨터를 하고, 술에 취해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술이 깨고, 컴퓨터를 끄게 되면 그때까지 잊어왔던 죄책감이 온몸을 짓눌렀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견디지 못해 다시 컴퓨터와 술로 도망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만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면서 자기 시작했고, 해가 지면서 일어났습니다. 어느덧 ‘스마트 쉼 센터’도 발길을 끊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찾아오겠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누군가와 연락도,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로 지나가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이런 스스로가 한심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 두려움에, 그 고독함에, 그 압박감에, 매일매일 울고 불며 몸서리쳤습니다. 고통에서 도망치면 낙원이 펼쳐질 줄 알았지만, 그 끝은 새로운 지옥이었습니다.
5. 회생의 대가 (17년 12월~18년 3월)
어느덧 시간은 흘러 17년 12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선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 분주했습니다. 양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은 찬란하게 빛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오히려 부모님께 짐만 지우고 있는 제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전부 버리고 제 나약함을 오롯이 인정했습니다. 지금상태로는 절대 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취방을 정리하고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정말로 참담했습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남에게 자신을 맡겨야한다는 것이 너무나 치욕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그 지옥 속에서 발버둥치는 것이 더더욱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미친 듯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갈 곳이 없었기에, 이곳에서마저 실패한다면 저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서 밤 12시에 잘 때까지 책상에서 1시간 이상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항상 밥은 10분 내로 먹었고, 그 시간도 아까워 책을 보면서 식사하였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먹는 물의 양도 시간당 반 컵으로 조절하였습니다. 졸리기 시작하면 일어서서 공부했고, 일어서서도 졸기 시작하면 세면대에 찬물을 받아 얼굴을 담갔습니다. 잠시라도 책에서 눈을 떼면 지난 9개월간의 지옥 속으로 순식간에 돌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약간의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쫓기듯 달렸고, 2주차에는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주가 돼서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4주가 돼서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활이 제 뜻대로만 되진 않았습니다. 2월 초가 되었을 무렵, 몸살이 나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병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갔습니다. 잠시 쉬고 오면 괜찮아지던 것이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악화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면 토해내기 일쑤였고, 갑자기 몰려온 두통에 책상위에서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텍스트를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 일어설 수조차 없었습니다. 마치 몇 시간 동안이나 흔들리는 차안에서 시달린 것 같은 두통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나중엔 죽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링거만 맞으며 간신히 연명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병원과 학원을 오가며 간신히 공부를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대로 일어설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 1차 시험을 1주일 남기고 모든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누군가가 제 운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옥에서 벗어날 실낱같은 희망을 간신히 찾아내니 그것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 세상이 원망스럽고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이 원통했습니다. 다시 그 지옥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 같은 두려움과 스스로에 대한 서러움에 하루에 몇 번이고 울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리기에는 다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1차 시험 전 1주일동안 링거로 버티며 헌법을 볼 수 있는 만큼 외웠습니다. 눈으로 읽을 수 없으면 머릿속으로 암기한 내용들을 펼쳐보며 복기했습니다. 어떻게든 시험장에 들어가서 풀 수 있는 정도까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두통이오면 잠시 쉬고, 두통이 가시면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을 반복하였습니다.
18년 1차 시험 당일. 저는 시험 도중에 두통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랬습니다. 혹시나 시험 도중 구토를 할까봐 아침에 약간의 죽만 먹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두통이 생기진 않았지만, 18년 시험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헌법부터 전년도와 달리 난이도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었습니다. 뒤이어 나온 언어논리는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1번과 2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단 두 문제에서 13분을 날렸습니다. 손은 떨리고 주변의 모든 소음들이 점멸했습니다. 펜 끝은 갈피를 잃은 채 같은 곳에만 줄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러면 망한다고 생각하여 일단 심호흡하고 흐름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단번에 20번까지 넘겼습니다. 다행히 20번부터는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후반부가 되자 화장실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간신히 버텨내며 시험을 치렀지만, 페이스가 흔들렸던 것과 소변이 급해 집중력이 흩어진 것 때문에 풀은 문제는 단 28개에 불과했습니다. 자료해석과 상황판단도 어려웠던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평소에 풀던 개수의 80%도 풀지 못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 부모님과 함께 탄 차 안에는 정적만이 가득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진지하게 시험을 그만두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실 때 저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는 식사를 뒤로한 채 채점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평균 73.33점. 작년 커트라인보다 3.33점이 낮은 점수였습니다. 아무리 올해가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작년보다 뽑는 인원이 3명이 늘었다 하더라도 이만큼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웠습니다. 자그마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던 희망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닥에서 일어선 회생의 대가는 참으로 쓰기만 했습니다.
6. 차가운 희망 (18년 3월~18년 5월)
어차피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공부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2일 정도 푹 쉬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험분위기가 궁금해져서 행시카페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다들 커트라인이 작년에 비해 굉장히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몇 시간 동안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았습니다. 도저히 답이 안보이던 이번시험에서 한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강물 속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우연히 디딤돌을 밟아 숨통이 트인 느낌이었습니다. 합격할 확률과 불합격할 확률은 50:50. 저는 이 절반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습니다.
학원으로 복귀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며칠을 쉬어서 그런지 다행히 몸이 버텨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기계공작법을 잡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15~16시간 정도씩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해야 할 것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잠시라도 집중이 끊기면 1차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도 가지지 않고 더욱 스스로를 몰아쳤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잠시 산책을 할 때도, 식사를 할 때도 책에서 노트를 놓지 않았습니다. 필사적으로 두려움을 잊기 위해 공부에 몰입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1차 시험 발표 날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온몸이 떨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붙을 수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헛된 것은 아닐까?’같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오후 6시.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여태까지 했던 모든 긴장과 걱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17년 12월부터 다시 일어서려 했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합격보다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직 제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 감사함에, 그 고마움에 주저앉은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다시 비춰오기 시작한 가능성에 저는 온몸을 내던졌습니다. 그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아직 제게 기회가 남아있고, 책상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아직도 미약했습니다. 해야 할 분량은 아직도 한참 남아있었고, 시험장에 들어갈 만큼 실력을 키우기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분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습니다. 각 과목마다 연도별, 단원별로 기출문제를 정리했습니다. 그 중에서 예측 가능했던 문제와 정말로 예측이 불가능했던 문제를 다시 나누었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문제에 관련된 내용은 과감하게 버리고, 예측이 가능한 문제에 관련된 내용만을 시험범위로 잡았습니다. 정해진 분량을 끝내기 위해 다시 15~16시간씩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몸 상태는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의욕은 충만했지만 더 이상 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시험이 2달 남은 5월이 되었을 무렵, 제 병은 다시 도지고 말았습니다. 입술은 터져서 매일 피가 새어나왔고 몸무게는 3달 만에 26kg이 줄어있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다시 게워내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두통도 이전보다 심해져 몇 시간씩 머리를 싸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몸이 아픈 것 보다 두려운 것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영영 실패자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무엇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조차 고갈되어 지쳐가는 삶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몸이 망가지는데도 책을 놓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버텼습니다. 구토를 할 때마다, 아파서 진도가 밀릴 때 마다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게 온 희망은 따스하면서도 시리도록 차가웠습니다.
7. 고통의 의미 (18년 5월)
결국 5월 말이 되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서있는 채로도 졸기 시작하여 하루에 3시간 이상 깨어있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더 이상 공부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짐을 정리해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링거를 맞고 돌아와서 20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잠깐 잠에서 깨는 시간에는 몽롱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렇게 6일을 시체처럼 지냈습니다.
7일째 되는 날, 몽롱하던 정신이 오랜만에 깨끗하게 돌아왔습니다. 비록 몇 시간뿐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 잠시 동안은 지금 상황에 대한 원망이 앞섰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합격수기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한분 그리고 다른 한분의 합격수기를 찬찬히 읽어나갔습니다. 그러자 분명히 이전에 읽었던 합격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그저 ‘고생 했겠구나~’ 정도로 느껴졌던 것이 지금은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한 문장 속에 담겨진 그분들의 고민과 아픔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그분들의 이야기에 대해 집중하다보니 다른 수험생들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제가 모르는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수험생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자신만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창. 제게 있어서 그것은 고통을 통해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여태까지 가졌던 모든 원망이 사라졌습니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지금의 상황조차 무엇을 깨닫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니 그저 소중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고통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고통은 아프고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발판이라고 말입니다.
8. 라스트 스퍼트 (18년 6월~7월)
10일 만에 책상 앞으로 돌아온 저는 이전과 달리 차분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압박감에 떠밀려 몸을 망치는 짓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13시간 정도로 공부시간을 줄여 몸의 부담을 줄이고, 매일매일 기복 없이 생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아침에 6시 30분에 일어나 밤 10시 30분에 취침하는 것으로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몸이 너무 힘들 경우에는 10분 정도씩 짧은 산책을 하는 등 몸에 과부하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공부 중 목에 걸리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독서대와 자세교정기를 활용하였습니다. 목이 많이 뭉쳐있었기에 목에 부착하는 저주파 안마기로 풀어주려 노력했습니다. 자세교정기와 저주파 안마기는 큰 효용이 없었지만, 독서대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어깨결림이나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독서대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게 도움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나타났습니다. 수많은 병원을 다녀봤지만 몸은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지인 분께서 건강에 대해 조언해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시험이 끝날 때 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공부를 지속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변리사를 합격한 친구가 해주었던 조언과 격려가 마지막까지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말해줬던 공부방법과 접근법은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한편,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는 제가 부모님께 연락하기 곤란한 상황일 때 병원비를 대신 내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수험생활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와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공부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시험에 대한 걱정이 피어오르기도 했지만 정말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다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차 시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험 전날 저녁에 짐을 챙겨서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첫날이 기계공작법이라 암기해야할 내용이 한참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내용을 외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18년 기계공작법에서는 계산하는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부분 예측하던 범위 내에서 문제가 출제되어 열심히 답안을 작성하였습니다. 10점짜리 문제 하나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부 서술하였습니다.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기계공작법에서 잘 넘어가게 되니 올해 붙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둘째 날은 기계설계였습니다. 문제는 기계공작법 외의 다른 과목들은 시험전날 봐야할 것을 따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점 이었습니다. 그래서 기계설계 시험전날에는 무엇을 봐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습니다. 결국 기본 이론만 한 번 더 암기한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서 문제를 받자마자 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번에 기하공차문제와 2번의 나사풀림방지문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4번 V벨트 문제에서는 공식에 단위를 잘못 대입하는 바람에 엉뚱한 답만 나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완전히 페이스조절에 실패하여 시험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전부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도닥였습니다.
셋째 날은 재료역학이었습니다. 기계설계와 마찬가지로 시험 전날에 봐야할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기출문제 몇 개만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시험수준은 평이했습니다. 다만 문제의 개수가 많아 실수를 유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흔들림 없이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검산을 해봤을 때에도 걸리는 부분이 없어서 시험을 잘 치렀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동역학이었습니다. 기본 이론과 특별히 어려웠던 문제만 한번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동역학은 이전에 비해 급격히 난이도가 높아진 느낌이었습니다. 계산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 이었고, 마지막 4번의 경우 미분방정식을 풀지 못하면 손도대지 못하는 문제였습니다. 계산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1번부터 신경쓰면서 풀어나갔습니다. 3번의 경우 처음에 문제풀이를 할 때에는 풀이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4번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4번도 문제풀이에 대해 확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대로 답안을 작성한 뒤, 다시 3번으로 돌아와 풀어냈습니다. 4번을 한 번 더 검토하려했지만, 종이 울리면서 시험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9. 휴식 그리고 재도전 (18년 7월~8월)
시험이 끝난 뒤 체력적으로 한계였기 때문에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일주일 넘도록 하루에 2시간 이상 깨어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몸이 회복되었고 깨어있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제 점수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갔습니다. 채점을 해보고는 싶었지만 같이 점수를 매겨볼 상대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한 분을 찾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용기가 사라져 같이 답을 맞춰보진 못했습니다. 결국 혼자 이전에 풀었던 내용을 복기하면서 답을 맞춰보기 시작했습니다. 덜덜 떨면서 한참을 맞춰보다 보니 뼈아픈 실수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으로는 80점 언저리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 딱히 점수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휴식에 집중했습니다.
2차 시험 발표날 저녁. 가족 전부가 긴장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시가 되어 공고가 올라왔지만, 제 수험번호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검색을 해보았지만 없는 것만 확인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말씀이 없으셨고 저는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갔습니다. 비를 맞으며 어두워진 거리를 한참이나 걸었습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탈락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집에 와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9시. 2차 시험 점수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불합격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몇 점차이로 떨어진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합격선은 78.47점, 제 점수는 77.23점으로 1.24점 차이였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차이로 떨어지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기울였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인정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부모님은 올해가 마지막이라 하셨지만, 저는 딱 1년만 더해보겠다고 설득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제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며 반대하셨지만, 아버지께서 지지해주셔서 결국 한 번 더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10. 크라우칭 스타트 (18년 9월~19년 3월)
짐을 싸서 다시 기숙학원으로 복귀했습니다. 학원에 오자마자 이번 시험에서 탈락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18년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는 크게 4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건강관리가 미흡했다는 점, 둘째는 실수를 없애는 방법의 부재, 셋째는 문제의 취지를 정확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 넷째는 정확한 키워드를 쓰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를 생각하고 몸을 혹사시키다보니 견뎌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17년도에 폐인생활을 했던 것도 몸이 망가지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중간 중간 몸이 아파서 공부를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공부시간을 확보하는데 큰 악영향을 주었고 심적으로도 많이 흔들리게 만드는 원인이었습니다.
실수는 18년 2차 시험에서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붙을 수 있는 시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료역학 1번에서 +와 –부호를 바꿔 써서 12점을 깎이고, 4번에서는 공식을 잘못 적용하는 바람에 6점을 깎였습니다. 따라서 실수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느냐가 다음해 시험의 당락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계공작법에서는 문제의 취지를 명확하게 잡지 못한 것이 감점의 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2-2문에서 묻는 바는 ‘용접부 수소취화’에 대한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반적인 ‘수소취화’에 대해 서술하여 묻는 바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5-3문에서는 ‘결합도에 따른 숫돌선택 기준’을 서술하라 하였지만 ‘경하게, 연하게 작용하는 숫돌양상’에 대해 적으면서 포인트와 어긋나게 서술하였습니다. 이처럼 서술의 포인트를 명확하게 잡지 못한 것이 감점요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키워드를 명확하게 서술하지 못한 점입니다. 기계공작법 5-3문에서는 결합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최대한 풀어서 서술했었는데, 이것이 점수를 거의 받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채점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텐데, 그 기준으로서 ‘키워드의 유무‘가 적합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따라서 위의 네 가지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는 쪽으로 공부방향을 잡았습니다. 이것이 추후에 폭발적으로 공부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생활패턴은 아침 6시30분 기상, 30분 운동, 공부 및 식사, 점심식사 직후 낮잠 1시간, 10시 30분 취침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평균적인 공부시간은 하루에 10~12시간 정도였습니다. 또한 19년 1학기 때 휴학하기 위해 18년 2학기를 다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18년 2학기 수업 중 동역학 1개만 듣는 것으로 학점부담을 최소화 시켰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러 올라가는 금요일에 PSAT 스터디, 2차 스터디를 잡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 노력했습니다. PSAT 스터디의 경우 매주 언, 자, 상 1년 치를 풀어와서 각자 문제풀이 한 것을 리뷰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차 스터디의 경우 매주 재료역학, 기계설계, 동역학에서 각각 60~70문제씩 선별하여 풀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에서 틀린 문제, 어려운 개념, 애매한 부분에 대해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19년 1월부터는 PSAT과 헌법에 집중하였습니다. 학기가 끝난 뒤였기에 따로 서울에 올라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기숙학원에 있으면서 PSAT 기출문제 풀이와 헌법 내용정리를 번갈아가며 하였습니다.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고, 새로운 강사님의 인강을 들어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문제를 푸는 것보다 제대로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이론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8년 9월부터 저만의 이론을 구축하려 노력한 결과 19년 2월 초 쯤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전날에는 과목별 이론, 오답노트, 시험전날 암기사항을 정리한 서브노트를 보았습니다. 시험 당일에 어떤 형태로 시간 관리를 할지 3~4회 정도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습니다. 다음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를 9시까지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시험 당일. 첫 번째 시간인 헌법에서는 무난하게 풀었습니다. 작년에 비해 약간 난이도가 상승한 감이 있었지만, 그만큼 예측해서 미리 대비했던 것이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이어서 풀은 언어논리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당황스러웠던 것이 이전에 비해 선지구성이 바뀌었던 점이었습니다. 보통 보기 1개당 1~2개씩 지워졌던 선지가 한번에 3~4개씩 지워지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잘못푼줄 알고 1번씩 더 검토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5회 정도 반복되자 시험양상이 바뀌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선지 구성에 연연하지 않고 제 스타일대로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시간인 자료해석은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간단해 보이는 것 위주로 선별하여 풀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는 시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시간인 상황판단도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오던 일치 부합 형태가 한문제도 출제되지 않은 것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천만 다행으로 제가 취약했던 부분이 일치부합파트였던지라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패턴이 변해도 기본은 문제를 잘 선별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많이 흔들리진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문제들을 대략적으로 훑어보며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선별했습니다. 이후 난이도별로 문제를 풀어가면서 조바심 없이 잘 대처해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4과목 모두 좋은 성적을 내서 평균 80으로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11. 마지막 라스트 스퍼트 (19년 3월~19년 7월)
다행히 1차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결과 발표 전날까지 흔들림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공부패턴을 그대로 이어받으며 조금씩 공부량을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건강이 문제였습니다. 근력운동을 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던 건강은 공부시간을 늘림에 따라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듯이, 제게도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학원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형님이 제 사정을 아시고 요가와 명상을 권해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형님이 알려주신 동작들을 따라 해보니 몸이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년 정도 요가를 해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마지막까지 문제로 남아있던 건강도 해결책이 보이자 공부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아프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희망이 없던 지난 시간과 달리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시험 준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진도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꼭 붙고 싶다는 욕심에 진도를 약간 넓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탓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에 공부시간을 늘리기로 결심했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13시간, 6월 초~시험 1주전까지는 15시간, 시험 1주일 전부터는 21시간씩 공부했습니다. 하루에 2시간 밖에 못자는 것은 상상이상으로 고통스러웠고, 혹시나 시험 때 아프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시험이 끝난 뒤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결국 시험 당일 아침까지 원하는 범위 전부를 암기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2차 시험은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기계공작법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속출했었습니다. 실리콘 웨이퍼 제조공정, 수직이방성 문제, 적응제어 문제는 이전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부분들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기계공작법 시험에서 계산기를 꺼내라고 한 것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험범위를 약간 넓게 잡은 결과 이 부분들까지 제대로 챙기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시험장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기계설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3문의 무단변속장치는 난생 처음 보는 문제였고, 크리프는 정말로 나올 줄 몰랐던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레이레이(Rayleigh)방법의 증명은 암기한지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 했었습니다. 따라서 위의 3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문제들을 우선 풀었습니다. 이후 크리프에 대해서 아는 대로 서술한 뒤, 레이레이(Rayleigh)방법의 증명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 서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시간동안 차분하게 무단변속장치를 접근하자 다행히 문제풀이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제 생각에는 철저히 쉬운 문제부터 접근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 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재료역학 또한 난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2문의 좌굴형태는 새로운 패턴이었고, 3문은 실수하기 좋았습니다. 마지막 5문은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5문은 완전히 버리고, 나머지 문제를 전부 맞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습니다. 처음 45분 동안 1문, 3문, 4문 순서로 문제를 풀고 검토했습니다. 그 뒤로 2문에 대해 30분 넘게 시간을 투자하여 차분히 풀어냈습니다. 이후 20분간 1문에서 4문까지 전부 검토 한 뒤, 남은 시간동안 5문에 대해 풀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5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풀지 못하고 아는 것만 적어서 제출했습니다.
마지막 과목인 동역학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거의 10년 넘게 계산기를 써왔던 과목에서 계산기를 집어넣으라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때 당시의 당혹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정리해보니 문제가 어렵게 나오지는 않겠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실제로 문제를 받아보니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4문의 단위임펄스 응답과 시간지연함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기에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번에도 4-3문과 4-4문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을 먼저 2번 정도 풀어보았습니다. 그 뒤에 1시간 정도 남은 시간을 전부 4-3문과 4-4문에 투입했습니다. 임펄스라는 개념이 충격량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간지연함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논리는 구축한 채로 답안지를 서술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이 끝난 직후, 같이 스터디를 했던 분과 바로 답안지를 맞춰보았습니다. 작년에 경험으로 비춰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답안지를 맞춰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풀은 문제 중에 재료역학 2문의 좌굴문제, 동역학 4문의 시간지연함수 외에는 전부 답이 같았습니다. 한참동안 긴장하던 것이 한 번에 풀리니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해냈다는 상쾌함 그 자체였습니다.
12. 노력의 결실 (19년 8월~19년 10월)
2차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올해는 면접까지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차 시험결과가 발표나기 전에 미리 면접 준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작년에 면접 이론강의를 들었을 때,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던 것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7월 말에 사전 면접스터디를 모으기 시작했고, 8월 초 부터는 스터디원들과 함께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예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미리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주로 개인PT, 자기기술서의 작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습니다. 덕분에 2차 발표 이후 개인 PT와 인성면접에 대해 어느 정도 여유를 지닌 채로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2차 시험에 합격한 뒤, 면접 준비에 모든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학교 수업과 병행해야 했지만 면접 준비를 우선시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면접학원, 직렬 면접 스터디, 비직렬 면접 스터디 3개를 구성하여 면접 대비를 했습니다. 면접학원에서는 실전형식으로 면접을 진행하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직렬 면접 스터디에서는 GD, 의사진행발언 분담 위주로 진행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직렬 면접 스터디에서는 면접에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준비했습니다. 개인PT, 인성면접, GD는 물론 정책스터디, 자기기술서 스터디까지 다양하게 진행하였습니다.
면접 당일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메이크업 및 머리손질을 받았습니다. 남자 같은 경우 이는 선택사항이라 개별적으로 고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후 부모님과 함께 자동차로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오전에 대기장에서 면접수행과정에 대해 교육 받은 뒤, 제비뽑기를 통해 GD의 의견을 정했습니다. 이후 GD작성장으로 이동하여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뒤, 단체로 버스를 타고가 GD면접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GD 분위기는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집단토론이 끝난 뒤, 면접관님들이 1:1로 면접응시자에게 질문하셨습니다. 개인별로 돌아가며 모든 질문이 끝난 뒤에는 몇몇 면접관님들이 응시자 전체를 대상으로 질문하셨습니다.
GD가 끝난 뒤, 응시번호에 맞는 대기장으로 이동하여 다음 면접이 있을 때 까지 기다렸습니다. 저는 인성면접이 우선이었으므로, 인성면접 문제 작성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30분 동안 인성면접 문제를 푼 뒤, 면접장 안으로 들어가 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면접과정이 유하다고 들었던 것과는 달리 제가 느끼기에는 압박감이 심했었습니다. 배려해주시면서 질문하시기 보다는 정말 날카롭게 질문하신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후 개인PT 작성장으로 이동하여 30분 동안 답안지를 작성하였습니다. 시간상 반 페이지짜리 보고서는 2줄 정도 남기고 작성을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면접장에 들어간 것과는 달리 이번 면접관님들은 상당히 유하셨습니다. 당황하거나 대답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좋은 분위기로 잘 넘어가 주셨습니다. 정책에 관해서 정말 다양하게 질문하셨는데 정책스터디를 진행하며 공부해놓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이 끝나니 정말 온몸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질의응답에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최종발표 당일. 오후 5시 30분부터 잔뜩 긴장한 채로 컴퓨터 앞에 있었습니다. 시계와 홈페이지를 번갈아가며 공고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컴퓨터 시계로 6시까지 약 1분정도 남았을 무렵, 최종합격자 공고 확인문자를 받았습니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홈페이지의 공고를 확인해보니 틀림없는 최종합격이었습니다.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버텨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습니다. 폐인이었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었습니다. 간신히 잡은 한줌의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통 속에서 발버둥 쳤었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고통의 순간들을 이겨내고 결국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분들께 반드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 고통은 분명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반드시 끝나는 순간이 온다고 말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합격을 넘어 훨씬 더 성숙해진 자신과 마주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Ⅳ. 과목별 공부방법
1. 1차 시험
1차 시험에 관해서는 저보다 대단하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되어 공부 방법을 함부로 적기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헌법 (‘18년 80점 → ’19년 92점)
헌법은 여름방학 때 시작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됩니다. 이때 기본강의를 수강하셔서 헌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해놓는 것이 추후에 할 공부의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이후 12월 중순부터는 헌법 기본서 1권을 암기하고, OX Test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 것을 추천 드립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강의를 들은 후 12월부터 기본서를 정독하며 통치구조를 중점적으로 암기했습니다. 기본권 부분의 경우 암기보다는 이해위주로 진행하여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본서를 암기한 뒤, OX Test를 반복하여 풀었습니다. OX Test의 경우 기본서 내용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출제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약 1250문 가량의 OX Test 문제를 반복하여 암기하는 것이 공부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2) 언어논리 (‘18년 72.5점 → ’19년 80점)
언어논리는 PSAT에서 끝까지 저를 괴롭혔던 과목입니다. 저는 수능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비문학에 대한 감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장문의 글을 읽고 답을 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언어논리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본질적인 독해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다양한 문제풀이 방법들을 적용해보았지만 실제로 점수향상에 도움이 된 것은 독해능력자체를 향상시키는 방법 뿐 이었습니다.
독해능력자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문단 구조’와 ‘전개 방식’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합니다.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다보니 몇 가지 문단 구조가 반복 되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내용은 바뀔지언정 그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은 일정 패턴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 이해황 저자님의 ‘국어의 기술 외전 독해력 강화 도구 3가지’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문장 사이의 연결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문단의 형태와 그에 따른 전개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내용자체도 많은 편이 아니라 몇 시간만 투자하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더하여 박은경 교수님의 ‘PSAT 언어논리 기초입문강의’도 언어논리의 뼈대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어의 기술 외전 독해력 강화 도구 3가지’를 먼저 보시고, 모자라는 부분을 박은경 교수님 강의로 채운다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3) 자료해석 (‘18년 77.5점 → ’19년 85점)
자료해석은 다른 과목에 비해 점수상승이 용이한 과목이라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표(그래프)의 패턴과 공식의 패턴, 실수유도 패턴이 정형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패턴을 종류별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표(그래프)의 패턴은 ‘석치수의 합격하는 자료해석’에 상당히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패턴만 반복하여 숙달하셔도 실전에서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표(그래프)의 패턴 숙달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단위, 연도, 어떤 부분을 보면 계산량을 줄일 수 있는지 등입니다.
표(그래프) 하단에 당구장표시(※)로 주어지는 공식 패턴은 사칙연산 수준에서 정형화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 공식들을 해석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공식을 간단한 문자로 치환하여 보는 것입니다. 공식이 복잡하여 변환이 어려운 경우 간단한 문자(A, B)등으로 치환하여 해석해보았습니다. 의외로 이 방법이 공식을 간단하게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나중에 가서는 치환 없이도 공식장악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실수유도 패턴은 비슷한 단어의 사용, 누락된 연도의 사용, 알 수 없는 정보 등이 있습니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선 미리 어떤 실수가 나올 수 있는지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자신이 실수한 패턴들을 별도의 노트에 정리하여 반복 암기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상황판단 (‘18년 70점 → ’19년 75점)
사실 상황판단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했었습니다. 다만 언어논리와 자료해석의 점수가 상승함에 따라 상황판단 점수도 같이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언어논리와 자료해석에 두면서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풀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2. 2차 시험
2차 시험에서도 각 과목별로 저보다 좋은 점수를 받으신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수험생분들의 공부방향성을 잡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적어보겠습니다.
0) 2차 시험에 대한 기본 공부 방향
(1) 공부는 맥락을 찾는 과정이다
하나의 학문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념들을 수정하고 더해간 것이 하나의 학문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특정 학문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맥락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재료역학은 변형체에 가해지는 힘에 의해 어떤 변형이 일어나는지 예측하기 위한 학문입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축하중, 비틀림 하중, 굽힘하중, 전단력으로 나누어 각각의 변형양상을 배웁니다. 이후 파편화되어있는 개념들을 섞어 더욱 복잡한 형태의 변형양상을 예측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처럼 하나의 학문은 특정 목적을 위해 여러 개념을 소개하고, 그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학문의 맥락을 찾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중요합니다. 첫째로 문제의 취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 둘째로 고시 문제가 개념 사이의 간극에서 출제된다는 점, 셋째로 방대한 내용을 기억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 때문입니다.
문제 취지를 명확히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무엇을 묻는지에 대해 파악되지 않으면 엉뚱한 내용을 서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학문의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먼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념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분석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개념에 대한 명확한 구별이 이루어집니다. 이로 인해 문제에서 어떤 개념을 묻는지 명확하게 구별해낼 수 있습니다. 만일 문제에서 묻는 개념이 헷갈리는 경우여도 합리적인 유추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1단계, 2단계, 3단계로 이루어지는 공정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문제에서 2단계 공정을 묻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1단계, 3단계 공정이 전혀 아닌 것 같다면 소거법으로 2단계 공정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이 1단계, 2단계, 3단계로만 이뤄져 있다는 맥락을 모른다면 전혀 다른 개념을 가져와 쓰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맥락을 안다는 것은 문제 취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고시 문제는 개념 사이의 간극을 정확하게 파고듭니다. 처음 기출문제를 보면 생각보다 쉽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하다보면 의외로 잘 안 풀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친숙해 보임에도 풀리지 않는 이유는 개념과 개념사이의 간극을 정확하게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계설계 18년 4문의 경우, 보통 벨트가 평행하게 걸려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문제를 푸는 허점을 정확하게 공략했습니다. 벨트가 경사지게 걸려있는 경우에 대한 공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것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실전에서 경사진 경우와 평행한 경우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고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맥락을 찾는다는 것은 개념사이의 간극을 메워 변형문제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시 공부는 방대한 내용을 암기해야 합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개념사이의 연결이 촘촘해야 합니다. 공부하다보면 파편화된 내용은 쉽사리 잊혀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여러 개념들과 연결된 내용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개념들끼리 연결 짓는 것은 암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은 첫째로 파편화된 지식의 암기, 둘째로 개념간의 연결입니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하면 각각의 개념들을 파악하기도 벅찹니다. 따라서 1회독에서는 책에서 소개해주는 내용만 파악하고 암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됩니다. 1회독부터 텍스트 이면의 내용까지 파악하려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실제로 불가능하다 생각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내용들에 대한 암기와 연습문제를 어느 정도 풀어보셨다면 개념간의 연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보통 책의 순서는 사고의 순서를 따라갑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이론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이론은 한계를 나타냅니다. 이것을 극복하고자 다른 B이론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특정 이론이 어떤 이유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이전 개념과의 연결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념 사이의 공통점, 차이점, 어떨 때 해당 개념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해야 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방향성이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제가 말씀드린 개념사이의 연결에 집중하며 공부하신다면 효율을 크게 높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 모름에 대한 인식, 구체화, 해결
공부 초기에는 공부량 자체가 중요합니다. 아직 기본 개념 자체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통하여 개념을 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 개념에 대해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방향성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많은 문제를 풀어보았는데도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아는 것만 공부하는 잘못된 방향성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선 모자란 부분을 정확히 공략하는 방향성을 가져야합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선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내야 합니다. 즉, 어떤 문제 또는 개념에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을 때, 그것을 지나치지 않고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특정 문제, 개념에게서 받은 애매한 느낌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풀 때 풀긴 했지만 개념을 명확하게 장악하지는 못한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한 특정 실수를 반복하는데 그 이유가 머릿속에서 두루뭉술하게 떠다니는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런 경우가 제가 말한 ‘찜찜함’, ‘애매함’입니다. 이런 느낌을 의식적으로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즉, 이런 찜찜함이 나타났을 때 감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구체화 시켜야 합니다. ‘나는 무엇에서 찜찜함을 느낀 것이지?’,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지?’, ‘어디서 간극이 생긴 것인가?’ 등 느낌을 언어로 변환시켜야 합니다. 그 과정이 지속되어야지만 찜찜한 느낌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모르고 있음을 알아차린 다음에는 모르는 것을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모른다는 사실만 안채,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구체화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한 문장으로 구체화시켜 적어보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막상 자신이 모르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적어보려 하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직관과 의식사이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차리는 과정은 논리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직관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모르는 것을 알아차렸냐고 묻는다면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정도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하기에 이는 무의식적인 측면이 상당히 많이 작용한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무의식은 언어로 구체화된 의식과 분명한 차이점을 가집니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분명히 느낌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긴 힘든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모르는 느낌’을 ‘명확한 문장’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야만 모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이 한 문장으로 구체화되면 그것을 해결하는데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해당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직의 특성상 이런 편리한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외의 방법은 스스로 깨닫는 방법입니다. 스스로 간극을 메우고 깨닫기 위해서 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첫째로 모르는 지식에 대해 다양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라면, 보통 어떤 매체를 찾아봐도 원하는 것이 정확히 나올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결국 명확하게 제시된 텍스트를 찾는 것보다 여러 텍스트들의 내용을 조합하여 유추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모르는 것에 관련된 내용들을 다양하게 찾아보면서 배경지식을 쌓아놓았습니다. 인터넷, 기본서, 참고서, 유튜브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을 수집하였습니다. 둘째로 개념의 연결을 통해 저만의 이론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쌓이면 모르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힌트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 힌트를 가지고 여태까지 공부한 내용들과 연관시켜서 논리를 진행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 정리한 아이디어를 다른 문제에 적용시켜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틀리면 다시 왜 틀렸는지 고민하고, 공식과 아이디어를 수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터디원들과 교차 점검해보았습니다. 앞서 다양한 문제들을 통해 검증한 저만의 이론은 상당히 높은 개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그에 대해 확실히 하기 위해서 스터디원들과의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스터디원들이 질문하는 다양한 내용에 대해 완벽하게 답하고, 다른 개념과의 충돌이 없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만일 제대로 답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다시 처음부터 과정을 반복하였습니다.
이처럼 모르는 것을 인식하고, 구체화시키며,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지난하고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험문제는 항상 이런 애매한 부분을 정확하게 공략해왔습니다. 매년 당락을 가르는 문제들은 기본서에 텍스트로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생각을 해봐야지만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실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문제를 풀기 위해 이와 같은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은 많은 장점도 가집니다. 먼저 이 과정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들을 다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념사이의 연결을 강화하여 잊혀지지 않도록 돕고, 개념의 활용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보통 개념들은 완전히 독자적이지 않고 다른 개념과의 연결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기존 개념이 입체적으로 이해되어있으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매우 빨라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느리지만 갈수록 공부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르는 것을 인식하고, 구체화시키며, 해결하는 것을 반드시 체화시키기 바랍니다.
(3) 범위의 확장은 자연히 일어나는 것이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내용이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가?’와 ‘범위를 넓혀야 하는가?’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다보면 자연히 이뤄지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억지로 범위를 넓히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앞에서부터 말씀드리듯, 개념은 맥락을 가지며 서로 연결되어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은 개념끼리의 맥락을 파악하고, 연결성을 찾아내는 과정에 충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웠던 기본개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념사이의 연결을 찾아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개념이 나오게 된 계기, 적용케이스, 장점, 단점(한계점)을 낱낱이 파헤쳐야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외웠던 개념들과 하나하나 대조해 보며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는지 파악해야합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히 여태까지 알고 있던 개념 및 공식의 한계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확장입니다. 개념과 개념의 간극, 연결고리를 찾다보면 자연히 다른 내용을 찾게 됩니다. 그 흐름을 타고 새로운 개념을 찾아내어 연결시키는 것이 확장입니다. 즉, 기본에 충실하면 확장은 자연히 일어나는 것입니다.
반면 억지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기본 개념끼리 제대로 연결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개념만 암기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때 파편화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즉, 이전 개념들과 연결되지 않고 파편화되면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닙니다. 첫째로 실전에서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시험에서는 항상 책에 나온 내용보다 한걸음을 추가로 요구합니다. 그 한걸음은 연결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파편화된 개념은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서에 나온 것과 똑같은 형태의 문제가 아닌 이상은 풀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둘째로 기억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기억의 강도는 반복해서 본 횟수와 지식끼리 연결된 정도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범위의 확장을 추구할 때 보게 되는 개념들은 자주 출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반복암기를 통한 기억의 강화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또한 파편화되어 연결성이 부족하기에 장기기억으로 변환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억지로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은 과도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물론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기본서를 보며 최대한 다양한 개념을 암기하셔야합니다. 그것이 파편화 되어있을지라도, 추후에 배경지식으로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년차, 2년차가 지나신 분들은 기본에 충실하셔야합니다. 범위의 확장에 욕심이 생기시겠지만 그 욕심을 억누르셔야 합니다. 오히려 기본을 다지시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해결하다보면, 어느새 생각보다 많은 범위를 알게 된 자신을 볼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연차별로 적절한 시험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험생 본인이 생각하기에 만점을 맞을 수 있는 범위가 있다고 한다면, 1년차 때에는 만점범위의 60~70%, 2년차 때에는 80%, 3년차 때에는 90% 정도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이 이상의 범위를 가져가는 것은 억지로 범위를 확장시키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정도 범위 내의 개념들을 서로 탄탄하게 연결지으며 공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4) 한 과목을 잘할 것인가? 못하는 과목이 없도록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못하는 과목이 없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2과목 중 1개를 100점 맞고 나머지 1개를 50점 맞은 경우와 2과목 모두 75점 맞은 경우 후자가 훨씬 필요한 노력의 양이 적습니다. 확실하게 100점을 맞기 위해선 그 과목의 모든 개념들을 샅샅이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개념의 수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번~10번까지의 개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11번 개념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냥 11번 개념만 외워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앞서 암기한 1~10번 개념과 개별적으로 연결 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10번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12번 개념을 외우기 위해선 11번, 13번 개념을 외우기 위해선 12번의 연결 작업이 필요해집니다. 필요한 노력의 양이 급증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잘하는 하나의 과목을 만드는 것보다 못하는 과목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못하는 과목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잘하는 과목은 여태까지 약간의 노력만 들여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잘하기 때문에 노력을 들이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못하는 과목은 정반대입니다. 많은 노력을 들여도 나아지는 것이 없어 보이고, 잘 못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도피에 불과합니다. 객관적으로 공부시간을 체크해보면 못하는 과목의 공부시간이 현저히 부족한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못하는 것에서 눈을 돌린다고 그것을 잘하게 되지 않습니다. 오직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지만 나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잘하는 과목도 처음에는 본인이 힘들어했던 과목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5) 실수를 없애는 법
흔히 합격자들끼리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맞출 것만 맞추면 합격한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보통 실수를 하여 맞출 것을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실수가 실력이라는 것에 대해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실수가 실력이라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실 것입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를 하셔도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실수를 우연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잘못 읽거나, 순간적으로 헷갈리거나, 숫자를 잘못 대입하는 것을 아깝게 여기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아예 모르는 개념이 나온 것에서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실수에 대해서는 아깝게 생각하는 것. 이것은 자신이 맞출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10번 중에 7번, 8번은 맞춰왔기에, 재수 없이 1~2번인 케이스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오류입니다. 제대로 된 풀이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애초에 실수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수는 일어났습니다. 결국 본인이 알고 있던 방법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방법을 개선하려 하지 않습니다. 은연중에 가지는 생각에서 실수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험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는 실전에 적용될 정도로 잘게 나뉘어져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수는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난 결과입니다. 점수는 하나로 표현되지만 그 속에 수많은 노력, 노하우, 고생이 녹아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실수를 없애기 위해선 구성요소들을 전부 찾아내야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실수는 ‘개념의 이해부족’, ‘공식의 장악력 부족’, ‘계산기 대입 및 답안지 서술의 오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념의 이해부족’은 문제의 취지를 잘못 파악하는 경우입니다. 즉, 문제에서 물은 개념이 아니라 다른 내용에 대해 서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위에 서술한 맥락파악, 개념연결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식의 장악력 부족’은 공식의 특성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즉, 어떨 때 이 공식을 쓸 수 있는지, 이 공식은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 이 공식의 한계점은 무엇인지, 이 공식을 쓸 때 자주 범하는 오류가 무엇이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먼저 공식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정 공식은 특정 경우에 사용됩니다. 여러 조건들이 공식의 가정과 일치해야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이 틀림에도 공식을 사용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공식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야합니다. 이것은 공식의 한계점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둘째로 공식의 장점에 대해서 파악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적분공식은 모든 면적을 구하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각형이나 사각형 같이 단순한 모양에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넓이 공식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이처럼 문제풀이를 간소화시켜주거나, 풀이시간을 짧게 만들어 주는 등 공식이 가지는 장점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해야합니다. 그래야 특정 경우에 어떤 공식을 써야 효율적일지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식을 쓸 때 자주 범하는 오류에 대한 파악입니다. 이것은 문제를 풀면서 실수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오류를 모두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식과 관련된 문제들을 많이 풀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들을 풀면서 특정 공식과 관련된 오류가 나오게 되면 해당공식과 연관 지어 별도로 정리해줍니다. A공식을 대입하는데 제곱을 빼먹는 경우, 단위를 잘못 집어넣는 경우 같은 오류들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이 과정을 2회독 정도 반복하다보면 실수패턴에 대한 충분한 자료들을 모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젠 이것을 별도로 암기해야합니다. 특정 공식을 사용하게 될 경우, 먼저 그 공식의 모든 실수패턴에 대해 적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두문자를 따서 서술하듯 공식과 관련된 모든 실수양상들이 자동적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해당 실수패턴이 나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산기 대입 및 답안지 서술의 오류’의 측면입니다. 흔히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계산기에 숫자, 문자를 잘못 대입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매 단계마다 수식을 검산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먼저 어떤 수식A를 작성하여 enter를 누르면 그에 대한 계산값 a가 나오게 됩니다. 여기서 바로 다음 수식 B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식A – ans’를 한번 해주는 것입니다. 만약 수식 A에 두 번 모두 올바른 문자가 들어갔다면 ‘수식A – ans’값은 0이 나올 것입니다. 만일 한번이라도 틀린 문자가 들어갔다면 0이 아닌 값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문자가 제대로 대입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답안지에 잘못 서술하는 것을 막는 방법입니다. 이런 실수는 보통 답안지에 복잡한 수식 또는 답을 옮겨 적을 때 일어납니다. 이런 경우 ‘답안지에 적은 답’을 계산기에 그대로 입력한 뒤, ‘계산기에 저장되어있는 정답’을 빼주시면 됩니다. 만일 ‘답안지에 적은 답’이 ‘계산기에 저장되어있는 정답’과 같다면 0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0이 아닌 다른 값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답안지에 제대로 정답이 옮겨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ti nspire cx cas 계산기를 기준으로 말씀드렸습니다.
(6) 서술형에서의 채점기준은 키워드의 유무
서술형에서 확실히 다 적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첫째로 문제의 취지에 어긋나게 답한 경우, 둘째로 키워드를 정확하게 서술하지 않은 경우에 나타납니다. 정확하게 문제취지를 알아차리는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맥락을 찾는 것과 연결됩니다. 따라서 개념간의 맥락을 찾으신다면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문제의 취지에 맞게 대답했지만 점수가 낮은 이유는 키워드를 정확하게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시험은 공정해야하므로 정확한 채점기준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따라서 애매하게 말로 풀어서 쓰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키워드의 유무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것이 명확하고 문제소지도 적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키워드를 쓰는 것과 비교해볼 때 풀어서 서술한 내용은 절반 이하의 점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키워드의 개수를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정 개념에 대해 설명할 때 필요한 키워드들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모두 존재하면 만점을 받고, 하나씩 적어질 때 마다 점수가 감점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에서 ‘A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에 대해 서술하시오’라고 나왔다면 기본서에 나온 모든 경우를 서술해야합니다. 기본서에 3가지가 나왔다면 3가지 모두를 서술해야 만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본서에 나온 모든 키워드를 정확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1) 기계공작법 (‘18년 83.33점 → ’19년 96.66점)
기계공작법은 기계직 진입의 벽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차 시험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봐야할 양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이 과목 하나를 제대로 끝내느냐가 합격을 위한 필수조건이 됩니다. 기계공작법의 공부 방법은 적절한 범위 선정과 개념간의 연결, 반복 암기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계공작법의 범위는 너무나 방대합니다. 이것을 전부 보려면 이 과목 하나만 따로 떼어서 1년이 넘게 걸릴 것입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적절한 범위산정은 필수적입니다. 보통 교재로서 보시는 것이 ‘칼팍지안의 공업재료가공학’, ‘정건영 서브’, ‘그루버의 현대제조공학’, ‘드가르모의 생산제조공학’일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공부시기에 따른 적절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1년차 : ‘공업재료가공학’, ‘정건영 서브’ 일부
- ‘공업재료가공학’ 전부를 보시기에 벅차실 수 있습니다. 그 경우 11장, 15장, 16장순으로 생략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단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기 때문에 암기시간 확보를 위해서 생략하시는 것도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 ‘정건영 서브’는 처음보시면 이해가 어려우실 것입니다. 따라서 이해가 되는 부분만 암기하고 들어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직 봐야할 것이 많은 초시 때 전부 보겠다고 욕심부리는 것은 다른 과목 공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해가 되는 부분만 암기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2년차 : ‘공업재료가공학’, ‘정건영 서브’, ‘현대제조공학’ 일부
- 2년차로 들어서면서 공정용어들과 많이 친숙해지셨을 것입니다. 따라서 ‘공업재료가공학’에 더해 ‘정건영 서브’ 전체를 이해하고 암기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 ‘현대제조공학’의 경우 ‘정건영 서브’에 관련된 내용만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대제조공학’ 모두를 보고가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건영 서브‘와 관련된 부분만 발췌독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공업재료가공학’에 대해서는 모든 단원을 암기하고 들어간다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단원을 통째로 생략하는 것은 약간 위험합니다. 따라서 각 단원 내에서 정말로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선별하여 생략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에 대한 기준으로서 기출문제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위 3가지를 하고도 시간이 남으신다면 ‘생산제조공학’의 열처리 파트만 봐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생산제조공학’의 열처리 파트는 내용이 좋습니다. 이 단원만 따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3년차 이상 : ‘공업재료가공학’, ‘정건영 서브’, ‘현대제조공학’ 일부, ‘생산제조공학’ 일부
- 3년차로 들어서면 거의 모든 부분들을 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2년차 때 보지 못했던 ‘현대제조공학’ 부분과 ‘생산제조공학’ 부분을 추가해서 암기하시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3년차부터는 범위의 확장보다 개념간의 연결과 놓친 부분이 없도록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실 이때쯤 되면 범위 때문에 기계공작법에서 문제가 생기진 않습니다. 오히려 범위 안에서 놓친 것이 있거나, 개념간의 연결이 미흡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책을 꼼꼼히 살펴보시면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시 다지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때 김건영 합격자님께서 올려주신 ‘기계공작법예상문제1500제_김건영’ 파일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기술고시 카페에 파일이 올라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시면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범위를 산정하는 기준은 항상 기출문제입니다. 기출문제를 연도별, 단원별로 나누어 정리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를 통해서 단원별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깊이로 출제가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출문제 분석은 한번으로 끝내지 마시고 여러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회독수가 늘어날수록 문제를 분석하는 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 회독이 끝날 때 마다 기출문제 분석을 새롭게 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로 개념간의 연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드렸습니다. 개념간의 연결은 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기계공작법에서는 수많은 공정들이 나옵니다. 유사한 공정도 있는가하면 서로 전혀 다른 성질의 공정도 존재합니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 어떨 때 사용되면 좋은지에 대해 비교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통 공정들을 독립적으로 외우기 쉬운데, 그런 경우 공정들을 비교하는 문제가 나오게 되면 서술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시험장까지 암기한 내용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려면 개념간의 연결을 통해 기억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취지에 정확히 맞는 답을 서술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들은 위에서 언급하였으므로 더 서술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반복 암기입니다. 모든 내용을 이해하였어도 결국은 암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시험장에 가서 서술하기 위해선 최소 3회 이상의 반복암기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암기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백지의 한글파일에다가 암기한 내용을 답안지 서술양식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암기의 방법은 사람마다 방법이 달라 정확히 무엇이 좋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시험장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는 반복암기가 필요합니다. 암기에 대해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암기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해를 하고 암기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러나 공부하다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경우 넘기지 말고 반드시 암기하시기 바랍니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암기하지 않으면 결국 시험장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또한 일단 암기를 해놓으면, 다른 개념들을 암기하다 어느 순간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암기된 개념들이 무의식적으로 연결되며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추후에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암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기계설계 (‘18년 66.00점 → ’19년 93.66점)
기계설계는 방대한 수식과 여러 개념이 주어져 어려움을 겪는 과목입니다. 또한 공부하면 할수록 그 깊이에 놀라게 되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기계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식의 정확한 적용‘과 ’수식을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수식의 정확한 적용’은 ‘적용기준의 확립’, ‘문자 단위계 파악’, ‘문자끼리의 변환 숙달’, ‘수식끼리의 공통점·차이점 파악’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먼저 ‘적용기준의 확립’입니다. 기계설계를 공부하다보면 수식을 적용하는 기준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로해석, 클러치 해석, 스프링 해석의 경우 국내기준과 해외기준이 혼재되어있어 공식사용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경우 본인 나름대로의 논리성을 가지며 어느 경우에 어떤 수식을 적용할 것인지 기준을 세워야합니다. 어떤 수식을 쓰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문제에서 주어진 문자가 어떤 것인지’, ‘주어진 계수의 범위’, ‘문제에 주어진 조건’을 들 수 있습니다. V벨트 문제에서 부하보정계수, 아이들러보정계수, 환경보정계수가 주어진다면 홍장표책의 방식대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하보정계수, 감김보정계수만 주어졌다면 정건영 서브의 방식대로 풀어야합니다. 이는 문제에서 주어진 문자에 따라 공식의 적용이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한편 V벨트 문제에서 부하보정계수의 값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하보정계수가 1보다 크면 홍장표 방식, 1보다 작으면 정건영 서브방식을 선택해야합니다. 이는 주어진 계수의 범위에 따라 공식적용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에 주어진 조건에 따라 판별하는 방법입니다. 원추클러치가 이미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는 주비날 공식을 대입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반면 원추클러치가 맞물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안전성을 위해 홍장표 공식을 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언제 어떤 공식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적절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둘째로 ‘문자 단위계 파악’입니다. 기계설계 공식은 특정 단위계를 기준으로 형성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공식의 각 문자에 어떤 단위계가 들어가는지 파악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특히 고시 문제는 단위계를 가지고 실수를 유도하는 패턴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에 당하지 않기 위해 공식에 적용되는 단위계를 따로 정리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 ‘문자끼리의 변환 숙달’입니다. 이는 특히 기어파트에서 중요합니다. 기어의 경우 다양한 문자들끼리 서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정도가 되어야지 현장에서 실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자끼리 어떻게 변환되는지 가시화 시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별도로 문자변환을 연습하여 숙달시켜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로 ‘수식끼리의 공통점·차이점 파악’입니다. 기계설계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수식들이 많습니다. 기어에서 굽힘강도·면압강도 수식, 클러치·브레이크·마찰차 사이의 수식같이 말입니다. 이런 수식은 헷갈려서 잘못 사용하는 실수가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들 수식끼리 별도로 정리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식을 활용하는 능력‘은 수식을 응용하는 능력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것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는 문제에 헷갈리지 않고 수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18년 4문 같은 문제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기본서에는 V벨트 문제가 평행한 경우에 국한되어서 나옵니다. 벨트가 평행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공식이 소개되기는 하지만, 실제 문제로서 풀어볼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기본서에 나온 문제를 어떻게 변형시킬 수 있을지 미리 고민해보지 않았더라면, 시험장에서 당황했을 가능성이 큰 문제였습니다. 이처럼 기본서에 나온 기본문제를 어떻게 변형시켜 출제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우에 흔들리지 않고 수식을 적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는 먼저 특정 공식과 연관된 다른 개념들을 연결지어보는 것입니다. 기본서의 문제에서는 A공식만 가지고 풀 수 있었지만, B개념을 섞으면 어떻게 문제가 변형될지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이 대표적인 예시가 앞서 말씀드린 V벨트 문제입니다. 둘째로 특수한 조건으로 주어진 문제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변형시켰을 때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문제가 2차원으로만 주어졌다면 3차원으로 확장시켰을 때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근래에 개념문제가 많이 출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기하공차와 나사풀림방지조건이, 올해에는 크리프가 출제되었습니다. 2년 이상 이런 경향이 유지된다는 것은 유의미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년차이신 분들께서는 시간관계상 개념을 전부 외우시긴 힘드실 것입니다. 따라서 1년차이신 분들은 공식암기와 활용위주로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2년차 이상부터는 최대한 많은 개념을 외우고 들어가시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본 교재로는 ‘홍장표 기계설계 이론과 실제 7판, 8판’ 전부, ‘주비날 기계요소설계 5판’의 일부분, ‘정건영 기계설계 서브’의 일부분, ‘노턴 최신기계설계’의 일부분입니다. ‘홍장표 기계설계’는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로해석, 파괴역학은 ‘주비날 기계요소설계’와 ‘정건영 기계설계 서브’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스프링 피로해석의 경우 ‘노턴 최신기계설계’를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건영 기계설계 서브’는 공식을 다양하게 활용한 문제를 제공하므로 꼭 풀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재료역학 (‘18년 81.00점 → ’19년 82.66점)
재료역학은 ‘선별된 문제의 반복숙달’과 ‘스스로 문제를 변형시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선별된 문제의 반복숙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풀었던 문제를 완벽하게 소화시키지 못하고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틀리는 것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맞추는 것을 모두 맞추는 것’입니다. 즉, 맞춰야 할 것을 모두 맞추면 합격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려면 많은 이론을 아는 것보다 실수가 없어야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풀었던 문제들을 반복 숙달하며 실수패턴을 완전히 체화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완벽하지 않다면, 범위를 확장시키기 이전에 반복숙달로 기본기를 다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문제를 선별하는 범위는 ‘비어 재료역학‘, ‘기어 재료역학’, ‘크랜달 고체역학‘정도면 충분합니다. 먼저 ’비어 재료역학‘을 기준으로 문제풀이법이 겹치지 않게 선별합니다. 이후 ’기어 재료역학’, ‘크랜달 고체역학‘ 순으로 문제들이 겹치지 않게 선별하면 충분한 문제풀(Pool)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것을 반복숙달 하시면서 실수패턴을 정리하시고 체화시키면 충분히 합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스스로 문제를 변형시켜보는 것’입니다. 보통 당락을 가르는 문제는 기본서에 나온 지식보다 한 걸음을 더 요구했습니다. 이것을 해결할 능력은 평소에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데서 기를 수 있습니다. 앞서 만든 문제풀(Pool)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들을 다른 개념과 연결 지어 변형시키거나, 좀 더 일반적인 경우에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추가해야합니다. 예를 들자면 굽힘에서 선형탄소성 성질을 연관시키면 문제가 어떻게 변형될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개념과 연결 지어 변형시키는 것에 해당합니다. 또 3차원 하중상태에서 응력해석은 대부분 대칭인 단면에 대해 출제됩니다. 즉, 도심과 전단중심이 일치하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도심과 전단중심이 일치하지 않는 단면일 경우, 3차원 하중상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를 일반적인 경우로 확장시키는 예시입니다. 이를 통해 실전에서 예상치 못한 형태로 변형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시기별로 공부법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 1년차 : ‘기어 재료역학’으로 기본개념정리, ‘비어 재료역학’ 연습문제 풀이
- 개념은 ‘기어 재료역학’이 가장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기어 재료역학’을 통해 기본개념을 정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전단력, 모멘트의 Sign convention은 ‘비어 재료역학’을 따라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는 Singularity function을 사용할 때 ‘비어 재료역학’의 기준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 연습문제는 ‘비어 재료역학’을 추천드립니다. ‘비어 재료역학’은 재료역학의 모든 내용 중 90%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만 제대로 보시면 재료역학 시험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편 기어보다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기에 처음 문제를 푸실 경우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이는 스터디를 통해 해결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비어 재료역학’을 2회 정도 반복하셨으면 기출문제를 꼭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기출문제에서는 문제들이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출문제를 반복하여 풀어보시면서 실전감각을 꼭 익히시기 바랍니다.
• 2년차 이상 : ‘비어 재료역학’, ‘크랜달 고체역학’, ‘기어 재료역학’ 연습문제 선별, 반복숙달
- 2년차부터는 개념이 어느 정도 잡혀있을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선별된 문제를 반복숙달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문제를 선별하시고, 반복숙달 및 변형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크랜달 고체역학’같은 경우 독특한 문제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는 문제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 보여주므로 꼭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 ‘기어 재료역학’은 좌굴 연습문제가 좋습니다. 크랜달, 비어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므로 이 부분만큼은 풀어보시길 권장합니다.
4) 동역학 (‘18년 40.00점 → ’19년 47.33점)
동역학은 개념의 정확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질점의 운동학과 강체의 운동학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강체의 회전기준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에너지와 운동량은 어떤 경우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등 개념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어야합니다. 다행히 동역학은 개념이 많지 않으므로 개념끼리 연결 짓는 작업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개념끼리 연결지어서 정확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동역학을 오직 ‘비어의 공학도를 위한 동역학’으로만 공부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기출문제만 푼다면 시험대비에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잡은 공부 범위로는 8장 전체, 5장의 3차원 운동학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였습니다. 5장의 3차원 운동학 중 ‘고정점에 대한 운동’까지는 출제될 수 있으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Ⅴ. 기타
1. 스트레스 관리
수험생활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부를 지속해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도록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합니다. 수험생활 스트레스는 근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공부가 되어있지 않은데서 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향과 현재 자신의 괴리에서 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 측면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공부량을 채우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공부시간을 채우는 것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도피를 해서 겪게 되는 고통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굳건히 하시고 매일 일정량 이상의 공부를 하시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가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급증할 때가 존재합니다. 이때는 단기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갑자기 높은 파도가 몰려오는 것과 같이 감정이 요동칩니다. 이때 이 감정에 맞서 싸우거나, 억지로 잠재우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스트레스를 억누르려 하거나, 맞서려고 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이는 억지로 제어하려고 할수록 더 증폭되는 감정의 특성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게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조하는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답답함이 치솟으면, 눈을 감고 ‘아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그리고 그 세기가 상당하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관조하기 시작하면 먼저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약간이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후 눈을 감고 감정을 관찰하면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딱 5분~10분 정도만 바라보면 신기하게 감정이 가라앉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몇 번 견디다보면 단기적인 스트레스를 잘 넘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생겼다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만일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한번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된다면, 스스로의 한계가 그 정도에서 형성되게 됩니다. 이후 시험날짜가 다가오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게 되면 그때마다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이탈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일단 자리를 지키고 스트레스가 가신 뒤 정해진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컴퓨터, 음주, 친교활동 등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는 잘못하면 중독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게으른 동물입니다. 특히나 압박감이 가해질 경우에는 회피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위와 같은 활동들은 이런 인간의 성향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쉽사리 행동이 강화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회피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행위는 절대로 피하셔야 합니다.
2. 건강, 체력관리
건강과 체력은 공부의 근간입니다. 아무리 의지가 뛰어나더라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을 정확히 알고,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체력관리의 기본은 식사와 수면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수면을 취하고, 정해진 시간에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 이것이 체력관리의 80%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운동하고 영양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18년에 고생한 것도 1년간의 불규칙한 식사, 수면으로 건강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젊으니 몸이 망가져도 금방 돌아올 것 같지만, 수험생활로 인해 몸이 나빠지는 것은 천천히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따라서 회복되는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이런 리스크를 피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적당량의 수면을 취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운동입니다. 수험생활 중 과격한 운동은 별로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6달 동안 헬스를 해봤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녁에 하는 20~30분 정도의 요가가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체력이 안 좋으신 분들은 ‘내 몸을 살리는 요가 30분’이라는 책에 소개된 동작을 따라 해보시면 큰 도움을 받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생활패턴 관리
생활패턴은 수험기간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어야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 저는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점검하였습니다.
기록되지 않으면 변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생각하시는 최적의 생활패턴을 리스트화 하시고 매일 점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시험장 준비
저는 작년에 1차 시험에서 소변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가뜩이나 문제도 어려운데 소변까지 마렵다면 첩첩산중일 것입니다. 따라서 시험장에서는 이런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1) 1차 시험 준비
준비물로는 스탑워치 2개, 스카치테이프, 응시표 3장,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지우개 2개, 우유팩으로 접은 딱지, 수정테이프 2개, 파란색 볼펜 2자루, 컴퓨터용 사인펜 2개, 성인용 기저귀 4개, 초콜릿, 서브노트 등이 있습니다.
스탑워치, 수정테이프, 볼펜, 컴퓨터용 사인펜을 2개씩 들고 가는 이유는 혹시 현장에서 고장나거나 책상에서 떨어뜨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파란색 볼펜을 사용하는 이유는 PSAT 문제풀이 시 검정색 볼펜은 글자색과 같아서 가시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란색 볼펜을 사용하는 것이 밑줄 친 것을 찾는데 효과적입니다.
스카치테이프와 응시표 2장,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은 책상에 붙이는 용도입니다. 시험관님께서 응시표와 신분증을 확인하실 때는 시험도중입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응시표와 신분증을 찾는다는 것은 뼈아픈 일입니다. 따라서 책상 양 옆 모서리에 테이프로 응시표와 신분증을 붙여놓는 것입니다. 한쪽에 응시표와 주민등록증을 붙이고, 반대쪽에 응시표와 운전면허증을 붙입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응시표 1장은 본인이 OMR카드를 작성할 때 참고하시면 됩니다.
지우개 2개는 책상 모서리에 스카치테이프로 고정시킵니다. 이는 볼펜이 책상 밖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지턱 역할을 해줍니다.
우유팩으로 접은 딱지는 책상의 높낮이가 차이나는 것을 맞춰주는 용도입니다.
성인용 기저귀는 혹시나 소변이 마려운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정말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는 기분이긴 하지만 소변 때문에 곤욕을 치루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꼭 사전에 테스트를 해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2) 2차 시험 준비
준비물로는 스탑워치 2개, 스카치테이프, 응시표 3장,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지우개 2개, 우유팩으로 접은 딱지, 수정테이프 2개, 검정색 볼펜 2자루, 성인용 기저귀 1개, 초콜릿, 계산기, 서브노트 등이 있습니다.
계산기는 반드시 전날에 충전하시기 바랍니다. 한 번 깜빡 잊고 충전을 안 한 경우가 있었는데 정말 조마조마했습니다. 나머지는 위와 같습니다.
Ⅵ. 나가며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이야기를 쓰다 보니 매우 길어진 것 같습니다. 지난하게만 느껴지던 시간들이 어느새 과거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려운 순간에는 지금 느끼는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버티고 버티다보니 결국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확신하게 된 것은 ‘결국 방법은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아무리 답이 없어 보여도 버티며 해결책을 찾다보면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수험생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 내딛는. ‘백척간두(百尺竿頭) 끝에서 진일보(進一步) 할 용기를’ 잃지 마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격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이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믿음이 있었기에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끝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가장 흔들릴 때 끝까지 응원해준 지원이에게도 감사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혼자 기다려주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배려해준 것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형이 불편하지 않도록 깊이 배려해준 석우, 매주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기도해주신 할머님과 외할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번 합격을 진심으로 바라고 축하해주신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외삼촌, 외숙모, 고모부, 고모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몸이 아파서 고생할 때 갖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아주신 이세영선생님과 공소명, 박동녘, 이수경 모두 감사드립니다. 공부방법을 찾지 못하고 어려워할 때 도움을 준 최혜숙, 강희경, 문종훈, 곽주현도 너무 고맙습니다.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작년도 합격자 김건영, 황채은, 김진욱, 박지은님, 이준영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려울 때 큰 힘을 보태주었던 진승혁도 정말 감사합니다.
같이 고생했던 PSAT스터디 김가량님, 유성연님, 임지은님, 조한하나님, 2차 스터디 원도연님, 이기태님, 진일형님, 염제완님, 최호일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가장 심적으로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어준 메가동기들 김대연, 김연경, 류근탁, 류정모, 서성훈, 이재윤, 이종호, 이희재, 전준범, 정지훈, 송승호, 이강민, 이승민, 정효성, 조영윤, 진석범, 최영원 모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면접 때 큰 힘이 되어주신 인바스켓 김용욱 대표님, 사전 면접스터디 박영석님, 박주현님, 조나단님, 김지나님, 직렬 면접스터디 김대희, 김두헌, 박종원, 안명균, 오건, 이승우, 이차연님, 지영종, 최예지, 최원석님, 김병규님, 비직렬 면접스터디 서혜인, 오윤택, 이예진, 이종수님, 이지연, 임연화님, 최정윤, 남궁지윤, 드림컨설턴트 멤버 백승희, 조은빛, 심규승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처음 진로를 잡을 때 도와주신 민기복 교수님, 이진원 선배님, 박송이 선배님, 박지홍 선배님, 오일영 선배님께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항상 뒤에서 응원해준 강상재, 조서형, 문민기, 배진석, 안길준, 강지수, 배영한, 박석경 형님, 송준석, 신주현, 신현민님, 우준혁, 전준하, 신록원장님, 전우승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만큼,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시는 모든 분께 희망이 있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