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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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매달 연금처럼 따박따박’, ‘10년간 연 7% 확정수익금 지급’, ‘연 30일 무료숙박’ 등을 제시하며 호텔 객실을 분양한다는 광고를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소위 ‘분양형호텔’이다. 손님들이 투숙하는 호텔이긴 한데 개별 객실이 분양되어 수분양자가 소유권을 갖게 된다. 당시 저금리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없었고,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많은 사람들이 분양형호텔에 투자했다. 소유권등기가 되니 안심이 되고, 확정된 고수익금을 장기간 보장한다고 하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거기에다 관광지에 있는 호텔에 무료숙박이라니 더욱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분양된 분양형호텔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분양형호텔에 대한 광고성 기사들이 있었던 자리를 최근 분양형호텔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주로 분양을 하면서 약속한 수익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여 소송까지 가는 등 분양형호텔과 관련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필자에게 오는 수 많은 상담전화를 통해 확인해보면, 분쟁이 없는 분양형호텔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느 곳은 1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수익금을 한푼도 주지 않은 곳도 있었다. 분양하면서 약속했던 수익금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애당초 사기분양을 한 것이 아닌 이상 수익 예측을 제대로 못한 측면이 크다. 특히, 사드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했는데 분양형호텔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니 수익을 올릴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호텔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운영사들이 운영하는 곳은 더욱 그러했다.
약속한 수익금이 나오지 않으니 호텔 객실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특히 대출을 받거나 노후대비를 위해 있는 돈의 대부분을 투자한 사람들의 피해는 너무나 크다. 그렇다고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으니 걱정은 더해만 간다. 이제 법적인 수단을 생각해본다. 약속한 수익금을 주지 않았으니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분양형호텔은 객실에 대한 공급계약과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운영계약이 별도로 이루어진다. 호텔이 준공되고, 수분양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이루어지면 공급계약은 실현된 것이고, 이후 운영수익금이 미지급되었다고 공급계약에 따른 분양대금을 반환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애당초 사기분양을 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미지급된 수익금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어떨까? 약정된 금액을 청구하는 것이니 승소 판결문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운영사들은 자본금조차 미미하여 판결문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분양 받은 객실을 파는 것은 어떨까? 아파트와 같이 주거용 건물도 아니고, 상가와 같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도 없는, 수익금도 지급되지 않고 있는 객실을 살 사람은 없어 보인다. 운영사와의 운영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객실을 운영할 수는 있을까? 1개 또는 수 개의 객실만으로는 영업신고 조차 할 수 없다. 점점 부아가 치밀고 이러한 애물단지가 없다.
분양형호텔을 분양받은 수분양자가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분양형호텔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집합건물이다. 집합건물법에 따라 관리단이 당연설립되고, 관리단은 호텔 공용부분 등의 관리주체가 된다. 약정한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분양형호텔의 경우 우선, 관리규약 설정, 관리인 및 관리위원 선임 등 조직행위를 하고, 관리단을 통해 호텔 운영에 대한 실사를 거쳐 상황을 진단해야 한다. 그 후 운영사에 운영을 계속 맡길 것인지 운영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인지, 해지 후에는 호텔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총회를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된 사항들에 대한 사실적, 법적 행위들을 관리단에 위임하여 진행하는 것이 비교적 단시간 안에 통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그동안 사례들을 보면, 관리단이 조기에 조직되어 구분소유자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아 대응한 곳은 비교적 빨리 호텔 운영이 정상화되었지만, 관리단이 조직되어 있지 않거나 조직되었다 하더라도 통일적 대응을 못하고 있는 곳은 여전히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커져만 가고 있다. 가장 전망이 어두운 곳은 구분소유자들이 서로 분열되어 내부에서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곳이다. 수 많은 구분소유자들이 있기에 의사를 통일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분양형호텔은 각 구분소유자에게 개별 등기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개별적인 소유권 행사를 통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전체로서 운영이 되어야만 모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임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찾아갈 때 비로소 해답도 나온다.
분양형호텔 문제를 개인적인 투자로 보고 개입하지 않았던 정부도 광고를 규제하고 연구용역을 맡기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영업신고 요건, 복수영업신고 허용여부, 관리권과 운영권의 충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모쪼록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