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김용재씨
서울외고 졸업/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빠른 진로 안정으로 아버지 짐 덜어드리고 싶어 회계사 도전”
”자신이 선택한 길, 의심하지 말고 도전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뿌리가 튼튼하고 땅 속 깊이 뻗은 나무는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킨다.
2018년 공인회계사시험에서 수석을 거머쥔 김용재씨의 이야기에서 바로 그런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서울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씨는 지난 2015년 3월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처음으로 회계사 공부를 시작했다. 2년간 군생활을 하며 거시경제학과 고급회계, 정부회계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기본강의를 수강했고 제대 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지 1년 4개월 만에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에 수석까지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합격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마냥 기뻤는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청난 부담감이 되더라고요. 수석 합격자라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기쁨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김씨. 그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군생활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고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거둬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출해 낸 답은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자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다. 처음 도전을 결심한 계기에서부터 합격에 이르기까지 가족에 대한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깊은 뿌리처럼 그를 흔들림 없이 잡아주었다.
김씨는 “회계사의 경제적 안정성을 이유로 시험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합격자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렇게 솔직담백한 대답은 처음이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않고 아버지께서 일반 회사원들처럼 머리로 하는 일이 아닌 몸으로 하는 일을 하시다보니 연세가 더 드시기 전에 하루라도 더 빨리 제 진로가 안정돼서 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그의 말에는 진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
특히 회계사시험에 합격하면 졸업 전에도 파트 업무를 하면서 등록금과 자신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회계사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유였다고.
군생활과 병행하면서 하는 공부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 당시의 경험도 그에게는 오늘의 성과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군대에서 공부한 것들이 바탕이 되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할 때 남들과의 차이를 수월하게 벌려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 군 입대를 먼저 해서 공부를 하고 군에서 잡은 6시 반 기상, 10시 반 취침 생활 패턴을 그대로 가지고 사회에 나와 수험생활을 하면 좋을 것”이라며 군대와 공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수험생들을 위한 조언도 전했다.
그가 조언한 ‘생활 패턴의 유지’는 수험기간 중에 건강과 컨디션을 유지하는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매일 제 시간에 일어나서 제 시간에 책상 앞에 앉고 제시간에 자는 것.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실제 시험 쉬는 시간에 맞추려고 했다는 이야기에는 그 철저함에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김씨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일정한 패턴으로 생활해야 체력관리를 할 수 있다. 어떤 날은 친구랑 놀다가 늦게 자면 다음날 반드시 피로할 것이고, 하루 종일 공부할 때에도 집중이 잘 안되고 졸리니까 일찍 자버리면 다음 날에도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생활 패턴을 깨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수험생들이 가장 궁금해 할 수석 합격자의 공부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먼저 1차시험의 경우 2017년 1월 군제대 후 2월에 ‘올림픽’으로 1차시험에 응시했다. 이후 3월부터 학원 기본 종합반을 현장 수장하면서 매주 모의고사를 봤다. 이 때 군대에서 미리 전체 범위를 봤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는 “모의고사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고 1차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인 세법도 객관식 문제를 봄부터 쉽게 풀 수 있게 되니 1차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겠다는 자신을 갖고 공부에 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본 종합반을 마친 후 심화 종합반도 현장 수강을 했는데 이 때 했던 공부가 동차합격을 가능케 해줬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는 “심화반 시기에 2차 문제를 풀면서 전체 흐름을 파악했다. 때문에 객관식 책을 공부할 때 문제 풀이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켜 회계학 50문항을 다 풀고 고득점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차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다른 수험생들과 달리 상법이었다고 했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과목을 좋아하는데 상법은 언어적인 과목이라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흥미도 생기지 않아서 책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김씨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단권화’였다. 학원 강사의 강의노트를 기반으로 공부하다가 기출 지문을 요약한 얇은 책으로 단권화를 했다. 확실히 아는 지문은 지워가는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마지막에는 A4 한 쪽 분량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기출 문제는 거의 모르는 지문이 없게 됐고 실제 시험에서도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조문을 보는 것보다 출제 빈도가 표시돼 있어서 중요도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지문을 보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지문 공부를 추천했다.
2차 공부는 하루의 시간을 오전, 오후, 밤으로 각각 9시에서 13시, 14시에서 18시, 19시에서 22시로 나눠서 했다. 4월 중순까지는 오전, 오후에 감사와 세무회계, 5월까지는 재무회계와 재무관리를 중점적으로 공부했고, 밤에는 좋아하는 과목인 원가회계를 공부했다. 오전과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방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동차를 혼자 도서관에서 준비하다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수험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세무회계와 재무관리 스터디를 이를 보완했다. 연습서 스터디, 모의고사 책 풀이, 기출문제 스터디를 스터디원들과 함께 하며 자극도 받고 긴장감도 생겨 좋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동차 준비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는 “심화 강의를 통해 2차 강의를 미리 듣고 동차 때는 감사만 강의를 듣고 연습서를 풀다 모르는 문제만 스터디나 학원 게시판을 통해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졸업을 미루고 수험생활을 결정한 만큼 집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런 식으로 강의를 거의 안 들으니까 강의료도 지출하지 않고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2차시험에서는 감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1차 공부를 하면서 강의를 한 번 들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 복습을 하지 못했다. 시험이 임박한 5월에 감사를 버릴지, 다유예를 각오하고 감사를 들고 갈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그의 선택은 남은 시간을 감사에 올인하고 동차를 노려보자는 것이었다. 5월부터 6월 초까지 공부시간의 80%를 감사에 투입했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그는 “다행히 시험 직전에 모의고사를 보고 전 과목의 실전 감각을 다시 끌어올릴 때 4과목의 실력이 생각보다 잘 유지돼 동차가 가능했다. 내가 사용한 전략은 나머지 4과목에 자신이 있을 때 사용해야 한다. 탄탄하지 않은 상태의 동차생이 감사에 올인하는 경우 4, 5유예가 될 수 있으니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답안 작성에 있어서는 풀이과정보다 정확한 답을 쓰는 것에 더 신경을 썼다. 김씨는 “공인회계사 2차시험은 답을 잘 써야 한다. 아무리 풀이 과정을 잘 써도 답이 틀리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올해 세무회계 문제가 너무 많이 출제돼서 답안지가 부족했는데 나는 부가세 같은 경우는 풀이과정을 아예 적지 않고 답만 적어서 제출했다. 답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답만 적어도 큰 감점은 없었던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풀이 과정이 중요한 경우는 문제가 정말 어려울 때”라며 “올해 재무관리가 정말 어려웠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 답을 맞추는 수험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때는 정말 뭐라도 적는 게 중요하다. 하다못해 문제라도 다시 적어주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이야기를 통해 규칙적인 일상 안에서 이뤄진 수많은 선택과 집중들이 그를 이른 합격의 길로 이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수석 합격을 이룰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김씨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문제가 어떻게 출제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과목별로 어떤 주제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파악하는 것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각 과목 공부를 시작할 때 오리엔테이션에서 어느 장에서 몇 문제가 나온다고 설명할 때 잘 정리했다가 각 핵심 주제별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실제 시험 직전에는 문제를 보자마자 그 틀이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1차시험을 일주일 남기고 독감에 걸려 3~4일 가량 공부를 못하는 위기를 겪기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재학생들을 부러워하며 바라본 일도 있었다.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세상 끝에 홀로 선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을 ‘그래도 시험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다’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넘기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꿈을 이뤄냈다.
이제 새로운 꿈과 목표를 찾을 차례다. 그는 일단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군생활을 포함해 3년 반만에 돌아가는 학교에서 수험생활을 하며 참고 미뤄뒀던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그는 “최근에 발표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참 애정이 가고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12월 말에는 법인 입사가 예정돼 있는데 수석이라는 주위의 기대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멋진 활약을 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스스로의 선택을 믿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걸을 수 있었던 길. 그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도 “그 어떤 의심도 하지 말고 믿으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자 백만 명 시대에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해 면접 기회도 얻기 힘든 요즘, 현실적으로 합격이 어려운 동차생에게도 제한 없이 면접 기회를 주고 임원들이 다른 법인 가지 말고 꼭 우리 법인으로 오라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받아내는 직업이 또 있을까요?”라며 “회계사 진입을 고민하는 분, 혹은 지금 너무 힘들어서 제 수기를 읽으러 오시는 분 모두 동기 부여 받고 좋은 결과 얻길 바랍니다. 회계사라는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뜨거운 응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그를 응원하고 곁에서 힘이 돼 준 이들에게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처럼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수석 합격의 영광을 이분들에게 돌립니다.
우선, 수험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멘토 역할을 해주신 권익상 회계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배님이 없었다면 단언컨대 수석은커녕 합격도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계사 학원이 있는지도 몰랐던 저에게 군대에서의 공부 방향을 잡아주신 것부터 마지막 동차 때 감사로 힘들어 하던 저를 응원해주신 것까지 이번 수험 생활에 있어서 MVP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선배님을 뽑을 것입니다.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부터, 구체적인 수험 조언까지,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익상이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들 때 옆을 지켜준 가장 소중한 친구 박민수 군, 장상우 군. 정말 제가 공부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서 공부 시작하는 과정, 1, 2차 합격까지 모든 걸 옆에서 같이 봐준 친구들인데 많이 외롭고 힘든 수험 생활인데 정말 의지가 많이 되었습니다. 너희들 덕분에 좋은 결과 낼 수 있었다. 친구들아 정말 고맙고, 너희들도 꼭 붙을 거다. 필드에서 보자!
다음으로는 제가 수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말 좋은 공부 환경 제공해주신 저의 이모 양순옥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없었다면 공부하기 굉장히 어려웠을텐데 교수님 덕분에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53전대 장수현 군, 이주경 군, 최동훈 군. 군대에서 공부하느라 바쁜 저 대신 많이 고생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박지윤, 고민석, 윤준성, 한수민, 한주동, 이재연, 신성호, 김석종. 여러분들이 있어 힘든 학원 생활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올해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내년에는 다들 최종 합격할 것이라 믿습니다. 좋은 결과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저를 위해 희생해준 저희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매일 새벽 3시만 되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휴일도 없이 제시간에 일어나 시장으로 향하시면서 저에게 남자로서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당신의 인생으로 가르쳐주신 아버지. 당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걸어오신 그 길을 제가 이어 받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힘드셨을텐데도 힘들다는 말 한번 없이 수험생활을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신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공부하고 지쳐서 집에 돌아왔을 때 항상 어머니가 밥을 해주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어 좋은 결과 낼 수 있었습니다. 잘 낳아주시고, 잘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만나게 되면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꼭 챙겨주고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용환이형까지 오늘의 김용재를 만들어주신 저희 가족분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