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점진적으로 1000명까지 줄여야”
로스쿨협 “응시자 대비 60% 이상” 늘려야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오는 20일 2018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을 위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앞두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놓고 법조계와 로스쿨 간의 뜨거운 힘겨루기가 시작되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변협은 법조시장이 포화상태라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과 로스쿨 통폐합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기준을 초과해 배출되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려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청년 변호사들은 미취업과 낮은 급여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증가 추세라면 2022년경에는 변호사 수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현재 우리나라 법조시장은 직역 내부에서의 과당경쟁뿐만 아니라 각 직역 간의 치열한 갈등을 초래하는 등 이미 무한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라며 변호사 수 감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점진적으로 로스쿨 입학 정원을 1500명으로,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급격한 합격자 수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100명씩 합격자 수를 감축해 5년 후 합격자 수를 1000명으로 감축할 것을 주장했다. 나아가 현재 25개의 로스쿨을 과감하게 통폐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변협은 “정부는 현재의 법조시장의 위기는 곧바로 국민의 권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직시하고 한정된 법률시장의 규모, 수많은 법조 유사직역의 존재 등을 고려하여 법조인력 수급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이형규, 협의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려 로스쿨 제도 정착에 힘써 줄 것을 촉구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둘러싸고 두 단체가 정면 대립하는 양상이다.
협의회는 “로스쿨 도입 당시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 수급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대한변협, 기타 관련단체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배출되면서 새로운 법조시스템이 구축된 현 시점에서 대한변협이 자의적으로 변호사 수를 감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취지 및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변호사단체의 이익만을 중요시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로스쿨 도입 후 법조인의 배출이 늘어나면서 신규 법조인은 법원, 검찰, 로펌뿐만 아니라 행정, 의료, 교육,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60%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국민들에게 낮은 법조문턱과 질 높은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와 대한변협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양측의 힘겨루기로 인해 20일 열릴 예정인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도 합격자 수를 놓고 뜨거운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6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예년의 방법으로 1,593명(추가합격자 7명 제외)이었다. 전년도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서 정한 합격기준인 ‘원칙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 기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합격률 고려’를 적용해 응시자 3110명 중 과락을 면한 2741명 가운데 1593명을 합격자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학계․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작년 합격인원(1,581명)ㆍ응시인원 증가ㆍ법조인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12차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서는 2018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하면서도 향후 논의의 전제가 되는 금년 합격자 수는 추가 합격자 7명을 제외한 1593명을 기준으로 심의하기로 했다.
그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보면 2012년 첫 시험때는 1665명 응시자 가운데 1451명이 합격해 87.3%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불합격·재시험자가 누적하면서 합격률은 △2회(2013년) 75.2% △3회(2014년) 67.6% △4회(2015년) 61.1% △5회(2016년) 55.2% △6회(2017년) 51.5%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의 방법으로 합격자를 결정할 경우 합격자 수는 1599명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결정될 경우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49.4%로 변호사시험 시행 7회만에 50%를 밑돌게 된다.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5회 모두 떨어지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이미 로스쿨 1·2기생 중엔 다섯 번 떨어진 이른바 ‘오탈자’가 적지 않다.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사법시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응시 기회에 제한을 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법시험이 지난해를 끝으로 폐지되면서 이른바 ‘고시 낭인(浪人)’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데는 사시에 매달리며 청춘을 허비하는 고시 낭인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한 ‘변시 낭인’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결국 고시 낭인을 없애겠다고 도입한 로스쿨이 ‘변시 낭인’으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하루빨리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어떤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20일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어떻게 결정되든 합격자 수를 놓고 법조계와 로스쿨 측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