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던 분식집 접고 사시 도전, 10년 공부끝 합격
최고령 합격에 사법연수원 최초 여성 자치회장까지
‘책읽는 송파’, ‘출산장려 프로젝트’는 대표적 사업
혁신성·추진력 걸출, “송파 관광중심지로 만들 것”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그녀가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서울 모 대학 앞에 차렸던 4평 남짓의 자그마한 분식집은 장사가 꽤나 잘 됐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작했던 분식집이 그런대로 생활의 안정을 가져다 주자, 그녀는 자신도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3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인생 최대의 결심을 했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되는 사법시험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겠노라고 마음먹은 것이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몇 번은 찾아온다고 합니다. 제게는 그때가 그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빠가 변호사이다 보니 고시의 벽이 그렇게 높지만은 않게 보여서인지, 한 3년이면 합격할 거라는 무모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시작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합격하기까지의 세월이 10년이 될 줄은 그녀로선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걸 알았다면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사시 수험생에서 구청장 되기까지
39세에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49세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그녀는 누구도 가늠하기 힘든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고, 마음이 약해질까봐 자녀들과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았다. 끈기와 인내, 긍정적인 성격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자신했다.
그녀가 자부한 이 강점들은 그녀가 책상 앞에서 보낸 그 오랜 시간을 ‘합격’이라는 열매로 영글게 했다. 때로 자신감을 잃게 되는 순간은 찾아왔을지 몰라도, 그걸로 아예 주눅이 드는 법은 없었다.
공부하는 동안 그녀가 붙들었던 좌우명은 ‘고생을 즐겨라, 포기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자’였다. 합격한 그녀는 최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사법연수원 최초로 여성 자치회장이 됐다.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이미 ‘9전 10기 변호사’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상태였다. 어렵게 변호사가 된 만큼 적극적으로 여러 지역을 다니며 무료법률상담에 나서는가 하면 국선변호도 많이 맡았다.
그러던 중 2010년 6·2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방선거 클린공천 감시단’이 꾸려졌다. 감시단의 위원은 대부분이 변호사들로 구성됐는데, 박춘희 구청장 역시 그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여성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송파에서 구청장 선거에 도전, 그렇게 민선 5기 구청장이 되어 재선에까지 성공했다.
7년 넘는 시간 그녀가 이끌어 온 송파는 현재 ‘청소년이 행복한 송파’, ‘책 읽는 송파’, ‘365일 안전한 송파’, ‘관광 명소 송파’, ‘복지 송파’ 등과 같은 다양한 수식어로 브랜딩되고 있다.
박춘희 구청장은 “처음 정계에 진출할 당시보다 구청장으로서 업무수행을 시작한 이후부터 포부와 다짐은 더욱 많아지고 구체화 되었다”며 “송파를 언제나 안전하고, 여유롭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일에 내 모든 것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힘들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박 구청장은 논어의 옹야(雍也) 18편에 나오는 ‘지호락’이라는 공자의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게 더 중요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라는 말이다.
“저는 힘들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즉 지호락의 마음으로 우리 송파구를 이끌어 왔습니다. 즐길 때 성과는 더 좋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지난 임기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아달라고 하자 크게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는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해 온 ‘책 읽는 송파’ 사업이다.
그녀는 이 사업이, 가장 자랑하고 싶은 사업이자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면 하는 사업, 나아가 주민들도 가장 잘한 사업이라며 손꼽아 칭찬해 주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박 구청장이 말했다.“‘검색만 있고 사색은 없다’는 요즘,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남녀노소 책 읽으며 토론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도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송파는 ‘하루 20분, 한 달 2권’ 실천을 목표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자원과 연계된 독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제법 ‘송파’하면 ‘책 읽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정착됐다는 평가다. 내년 하반기 개관 예정인 전국 최초의 책 전문 공립박물관인 ‘책 박물관’까지 생각하면, 송파는 명실상부 독서문화 대표도시로서 그 품격을 더욱 높여 갈 것이라는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그녀가 또 한가지 보람 있는 사업으로 꼽은 것은 송파구만의 대표적인 출산 장려 프로젝트이자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까지 토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 전문센터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2주 기준 190만원이라는 저렴한 이용료를 유지해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데 대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박 구청장의 혁신성과 추진력이 잘 묻어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녀가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일본과 중국, 베트남, 이라크 등을 포함한 국내외 약 40여 곳의 기관 관계자들이 센터를 방문하여 송파구만의 특별한 시스템과 인력 구성 등, 센터 운영 전반에 대하여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백제 문화 전성기 꽃피웠던 송파,
관광산업의 허브로 거듭날 것”
박춘희 구청장은 남은 임기 동안 송파를 관광산업의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성백제의 수도로서 백제 초기 500년간 찬란한 문화 전성기의 중심 도시였던 송파는, 그 잠재적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의견이다.
박 구청장은 먼저 송파구 대표문화제인 ‘한성백제문화제’를 언급했다. 매년 가을 무렵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나흘간 개최하는 행사다.
그녀가 말했다. “올해는 ‘2천년 전 서울, 송파! 한성백제 왕을 만나다’라는 테마로 17번째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67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체험했습니다.”
이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송파에서, 한성백제 역사문화 유적 및 곳곳의 관광 명소를 스토리텔링한 8개의 테마별 도보관광코스도 즐겨보시길 추천한다”며 “송파의 역사와 생태, 문화, 생활, 독서, 스포츠, 경관 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관광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탐방할 수 있게 조성하여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성백제왕도길과 추억의 송파장길, 책읽는 역사길은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시 배치되어 있으며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로도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들까지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다음으로 그녀는 ‘석촌호수’를 소개했다. 사계절 내내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석촌호수의 계절 축제는 빼놓을 수 없는 송파의 관광콘텐츠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에 열리는 벚꽃축제와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하는 낙엽거리축제가 대표적이다.
그녀가 말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관광객들에게 전하는 축제입니다. 올 4월에 열린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불꽃쇼와 공공미술 프로젝트 스위트스완, 벚꽃길 걷기 등 알찬 콘텐츠가 더해져 870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이제는 국내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11월 초에 열리는 석촌호수 낙엽거리축제에서는, 형형색색의 낙엽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문양에서 꽃보다 더 예쁜 낙엽의 변신을 느낄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플라타너스, 왕벚나무, 은행나무 등 수만 그루 낙엽활엽수가 연출해 내는 단풍터널과 낙엽 및 갈대숲이 한데 어우러져, 도심 속 가을여행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송파구는 강남권에서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된 잠실관광 특구를 중심으로 감춰진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연계하는 관광명소화사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믿고 한번 더 힘냅시다”
사회가 급변하다 보니 청년들은 점점 안정성만을 추구하며, 불투명한 미래 앞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춘희 구청장은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 행복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녀 또한 고시 공부를 10년 해야 되는 것을 알았다면, 또 그 이후의 삶이 어떠할지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를 생각했을 때 그 답은 ‘아니오’란 것이다.
“제가 변호사가 되고 구청장이 되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미래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은 자신을 믿고 이겨내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청년의 때를 지나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응원의 말을 전했다. “공부를 하면서, 또 취업 준비를 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듯한 막막함이 느껴지더라도 자신을 믿고 한번 더 힘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살아있는 한 결코 인생에서 영원한 실패로 기록될 일은 없습니다. 힘내십시오. 파이팅!”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송파구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