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죽음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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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죽음에 대한 생각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11.02 12: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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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세기의 결혼이라고 이야기되는 송중기-송혜교 결혼식도 덮어버리지 못한 이슈는 배우 김주혁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다. 결혼식은 못 가도 장례식은 꼭 가려 하는 기자 역시 결혼 소식보다 사망 소식에 더 많은 관심이 갔다.

어느 사람의 존재가 사망으로 인해 부재로 바뀌는 것은 한 개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극한 슬픔 중 하나다. 그 순간이 예기치 않게 찾아와 미처 준비하고 있지 못했다면 그 상실감은 더욱 크다.

기자의 사춘기도 가까웠던 선생님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인해 찾아왔다. 당시 기자가 준비하던 스피치 대회의 담당 교사셨기에 중학교 2학년이 된 3월부터 대회가 있는 11월까지 거의 매일을 방과 후에 만나 함께 연습했다.

선생님은 막내 교사시라 주말에도 학교에 나오신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서 기자는 주말에도 꼭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올라가 선생님이 계시면 들어가 잡담을 나누다 오곤 했다.

선생님은 그해 12월 초 교통사고로 사망하셨고, 나는 한두명의 친구 및 학부모님들과 선생님을 화장하는 자리에까지 갔다.

그때 맞은 사춘기로 인해 한동안 말수와 웃음이 부쩍 줄었다. 만사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는데, 수업 시간에 대놓고 엎드려 자는 행위를 그때부터 해 본 것 같다.

딱히 갈피를 잡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나마 나의 죽음과 가족의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사고 과정도 ‘길을 들인다’고 말하듯, 그렇게 오래 생각했던 것이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기자는 지금도 가끔씩 죽음을 생각하곤 하는데, 그것이 마음을 낮추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관련된 말인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어느 사람을 겸비(謙卑)하게 할 의도로 많이 인용된다.

로마 시대에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이 화려한 행진을 할 때, 그 바로 뒤에서 노예들로 하여금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던 전통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선 줄로 생각할 때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성경 구절도 같은 맥락이다. 승리감에 도취된 사람이 어처구니 없이 실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꼭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하반기는 주요 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잇따르는 시기다. 국가고시나 공무원 시험 외에 전문 자격사 시험까지 포함하면 수십개의 시험이 있지만, 어느 하나 단기간 안에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이 긴 시간 동안 공부 의욕 고취를 위해 많은 수험생들이 ‘합격한 이후’, 즉 ‘영광의 순간’에다가만 시선과 마음을 둔 채 현실의 고통과 암울함을 이겨내려 한다.

어느 강사에 따르면 유독 거만하고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수험생들이 종종 있어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자신은 이미 그 시험에 합격하고 자기가 원하는 직급에 가 있는 것으로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냉정한 말이지만, 흔히 장수생이 쉽게 수험생활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 대한 그 달콤한 상상을 놓치면 암울한 현실의 자신만 남기 때문’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기력이 소진할 정도의 공부가 주는 고통을 제대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나’는 절규를 한두 번씩은 해 봤을 것이다.

즉 ‘합격 이후’에 대한 달콤한 상상과 박수 갈채 정도만으로 수험 생활을 견뎌내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오산이라고 이야기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효용이 있지도 않은 마인드 설정으로 자신을 괴롭히기보단, 정말 그 시험을 거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한 후, 합격하여 그 자리에 가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건강한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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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02 21:07:13
뭐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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