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공인회계사 최연소 합격자 유승민씨
원광고卒/웅지세무대 회계정보과 3학년 재학
“미래를 위한 고민 끝에 선택한 길” 초심 지킨 성과
“단기간 합격의 비결은 수험범위를 늘리지 않은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먼 길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행기를 타고 바로 목적지로 날아가는 방법도 있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 보다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가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또 정류장 마다 서는 버스나 기차를 타는 사람도 있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나 위치에 따라서는 비행기보다 목적지로 직행하는 고속버스가 더 편안하고 빠를 수도 있다.
수험은 종종 긴 여정에 비유되곤 한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을 떠나는 수험생들도 이동수단의 종류 이상으로 다양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합격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간다. 다소 느긋하게 혹은 이 길이 과연 내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방황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느리게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단 정해진 목적지까지 멈추지 않고 돌진하는 폭주기관차 같은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2017년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최연소 합격이라는 영광을 차지한 유승민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받은 느낌은 후자에 가깝다. 공인회계사라는 길을 선택한 계기와 공부 방법, 수험기간 동안에 겪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일찌감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달렸고, 결국 이뤄낸 사람의 자신감과 단단함이 느껴졌다.
유씨는 전북 익산의 원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웅지세무대학교 회계정보과에 진학해 현재 3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아직 만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이뤄낸 성과에 대해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기회였다”고 표현했다.
공인회계사 공부를 시작한 시기도 빨랐다. 남들은 새내기로 한창 대학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시기, 아직 겨울의 마지막 기운이 남아 있을 3월부터 회계사시험 공부에 돌입했다. 세무사인 아버지의 권유를 받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2015년 3월에 시작한 공부는 2년 6개월 후인 올 8월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마무리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궁금증은 최연소 합격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단기간 합격’의 비법이었다. 유씨는 “공인회계사시험에 단기간 내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수험범위를 늘리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처음 시험을 볼 때는 본인의 상황이나 역량에 따라 수험범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예를 들면 유씨의 경우 2차시험 세법에서 증여세가 잘 이해되지 않았고 약술 문제의 경우는 시험이 임박한 상황이라 대비하지 않았다. 대신 주요 3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방식은 곧 최연소 합격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같은 생각은 그와 같이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씨는 “공인회계사시험이 상당히 난이도 높은 시험이지만 기본적인 개념에 충실하고 기출문제를 위주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합격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무리하게 수험 범위를 넓히지 않고 수강하는 강의 내용을 믿고 따라간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과 응원을 전했다.
각 과목별 공부에도 자신의 상황이나 역량, 해당 과목의 특성을 고려했다. 먼저 1차시험의 경우 회계학은 처음 기본강의를 들을 때 중급회계와 고급회계는 다음에 다시 책을 펼쳤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수준까지만 공부하고 암기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암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후 객관식 강의를 수강하면서 암기가 필요한 부분을 외우기 시작했고 객관식 문제를 풀며 틀린 부분을 체크하고 완벽히 풀어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풀었다.
원가관리회계의 경우 기본적인 개념이 쉽게 다가왔기에 인터넷 강의로도 기본적인 부분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처음부터 1차 수준의 객관식 문제를 푸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정부회계는 분량도 적고 1차시험에서의 비중도 다소 떨어지지만 암기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1차시험에 임박했을 때 공부를 했다.
경제학의 경우 미시와 국제경제학은 그래프를 그려볼 수 있는 문제는 가급적 그래프를 그려보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거시경제학은 처음에는 이해가 거의 되지 않았지만 객관식 강의를 수강하며 개념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쌓아나갔다.
세법은 말문제와 계산문제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말문제의 경우 세법 조항을 그대로 암기했고 계산문제는 자신의 풀이가 모범답안과 유사하도록 만드는데 신경을 썼다. 계속해서 모범답안과 비슷하게 풀어보려고 노력하다보니 계산문제를 풀기 위한 공식이나 양식들이 저절로 암기가 됐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들을 피할 수 있었다. 또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얻었다.
경영학은 일반경영학의 경우 공부 범위를 정하는 데서 애를 먹었다. 그래서 일단 기본강의를 수강한 후 객관식 문제집을 혼자서 풀어보며 기출문제 중에서 빈출 주제 위주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재무관리는 최근 1차시험에서 난도가 낮게 출제된다는 점을 고려해 기본강의와 객관식 강의를 듣고 문제집을 계속 풀어보는 것으로 대비했다.
상법은 암기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과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공부시기를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뒀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암기해야 할 사항들을 틈틈이 봤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기출문제들을 위주로 개념을 암기했다.
회계사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유씨가 꼽은 것은 ‘세법’이다. 그는 “문제를 풀 때 모범답안을 최대한 따라서 풀 수 있도록 노력하고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봄으로써 수험생활 전반에 세법이 수월한 과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세법이라는 난관을 극복한 방법을 전했다.
2차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과목은 재무관리였다. 문제가 어디까지 나올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 유씨가 재무관리를 어렵게 생각한 이유였다. 많은 수험생들이 ‘혹시나 내가 보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나오면 어쩌나’하는 불안을 품는다. 그래서 종종 수험범위를 계속해서 늘리다가 정작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유씨는 이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가능한 한 수험범위를 넓히지 않고 기출문제 위주로 준비했던 것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과목별로는 재무회계의 경우 기본적인 개념은 1차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주관식으로 출제된다는 점을 의식하고 더욱 정확하게 계산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연습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봤다.
세법은 1차에 비해 문제의 크기가 갑자기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1차 공부 때부터 문제 푸는 양식을 암기해 뒀기 때문에 2차시험 문제에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세법은 ‘선택과 집중’이 가장 뚜렷하게 반영된 과목이기도 하다. 증여세 파트를 1차에서 공부하지 않았던 유씨는 2차에서도 공부하지 않았다. 약술 문제는 비중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주요 3법에 더 치중하기 위해 대비하지 않았다.
원가회계와 재무관리는 기본개념이 1차 때와 큰 차이가 없고 문제만 복잡해진다는 분석에 맞춰 연습서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보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유씨는 “원가회계와 재무관리는 시험장에서 공부하면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유형의 문제가 빈번하게 나오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과감히 넘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조언했다.
회계감사는 충분한 공부시간을 투입하지 못해 동차에서는 합격하지 못한 과목이었다. 그는 “유예생으로 치른 이번 시험에서는 1과목만 공부하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시간이 충분히 확보됐고 교수님이 언급한 모든 부분을 암기했다”고 말했다.
유씨의 답안작성 노하우는 ‘시간 안배’에 있다. 그는 “공인회계사 2차시험의 경우 시험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문항에 따라 시간 안배를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항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답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답안에 풀이를 기재하지 않고 답만 기재해 시간을 줄였고 어려운 문제의 경우 부분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최대한 자세히 기술했다”며 답안작성에 있어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노하우를 전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슬며시 웃음이 나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유씨가 꼽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1차시험을 목전에 둔 설연휴 기간이었다. 그는 “그 기간 동안 음식점들이나 학식이 제공되지 않아 밥을 먹을 곳이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며칠을 빵만 먹고 살았는데 그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답했다. 한창 식욕이 좋을 갓 스물의 청년이, 그것도 시험이 임박한 시기의 수험공부에 매진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특히 많았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상황이 얼마나 난감했겠는가.
2년 6개월의 수험기간, 힘들었던 순간들을 지나 이제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이라는 꿈을 이룬 유씨의 당면 목표는 남은 대학 생활을 충실히 마치는 것이다. 그는 “아직 공인회계사로서의 활동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당장은 대학 공부를 위해 몇 년 정도를 더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공인회계사라는 꿈을 꾸고 이루기까지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회계사시험은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런 기회를 거머쥘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수험과정에서 저의 공부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피드백해주신 학교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