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소송 공동 대리권’ 개정 토론회 개최
“소비자 이익에 부합해야”…실현 방안 엇갈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인정 여부를 두고 이어지고 있는 긴 분쟁을 매듭짓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현행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향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변리사법 제8조가 규정하는 소송대리권은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될 뿐 민사상 손해배상에 관한 특허침해소송에 대해서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인정될 수 없다며 제한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특허분쟁이 급증하고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 소송 역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이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17대부터 이번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지만 변호사 업계의 강한 반발 등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개정안은 총 2건으로 주광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소송당사자가 원하는 경우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의 공동 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되 변리사가 재판기일에 출석하는 경우는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김병관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변리사의 공동대리 인정 요건으로 30시간 이상의 소송실무교육 이수를 두면서 법원의 인정이 있다면 변리사가 재판기일에 단독 출석도 할 수 있게 허용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익표, 이채익, 김병관 의원 주최, 대한변리사회 주관으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변호사 공동대리를 위한 변리사법 개정 토론회’는 10년이 넘게 이어진 직역 다툼과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의 좌장은 박방주 가천대 교수가 맡았으며 손승우 단국대 교수와 손보인 변호사, 조천권 (주)그라비티 부장이 발표자로 나서 각각 ‘변리사법 개정안의 함의와 해외사례’, ‘특허전문가 양성의 관점에서 본 개정안 문제점과 방향’, ‘기업이 바라는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토론 패널로는 최환주 전남대 로스쿨 교수, 조욱제 변리사, 서태관 특허청 사무관이 참여했다.
손승우 교수 “특허침해소송, 특허 기술 내용 입증이 판결 좌우”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손승우 교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과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짚어보고 일본과 영국, 독일,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일본의 경우 보좌인 제도를 통해 변리사에게 산업재산권에 관한 법정 진술이나 심문을 허용하고 45시간의 연수와 특허침해소송 대리업무시험에 통과하는 경우 공동소송이 가능하다. 독일은 변리사가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제화했으나 침해소송에서의 법정변론은 원칙적으로 변호사가 변리사의 참여를 사전 신청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청업무만 가능한 특허 에이전트와 특허 관련 소송 업무만 가능한 일반 변호사, 대청업무와 소송을 모두 할 수 있는 특허변호사로 구분된다.
영국은 변리사에게 가장 폭넓게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특허지방법원에 제기된 단순한 사건의 경우 변리사에게 단독 대리를 허용하고 있고 소송인가증을 받으면 법정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법원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 변리사가 소송인가증을 받기 위한 조건은 변리사회에 3년 이상 정식회원으로 등록된 자 중 협회가 주관하는 소송교육과정을 이수하고 6개월 이상의 실무수습을 마치면 된다. EU는 유럽특허변리사의 단독 대리도 추진하고 있다.
손 교수는 “특허침해소송은 약 90%가 특허청구범위의 해석에 있어 특허 기술의 내용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다라 판결이 좌우되는 것으로 기술적 사항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변리사와 변호사의 협업을 통해 보다 정확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보다 양질의 소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함의”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리사의 법률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영국의 소송인가증 발급 요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능력담보조치가 강화될 필요성이 있고 기술적인 전문성을 요하는 특허 외에 상표 및 디자인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대리를 규정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87조 및 제93조 제2항의 개정도 함께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손보인 변호사 “현행 변리사시험, 법률·기술 역량 검증 못해”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권을 반대하는 국회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기도 했던 손보인 변호사는 변리사의 소송대리 역량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손 변호사는 특허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법률과 기술적인 부분으로 나눠 분석한 뒤 현행 제도 하에서의 변리사에게 해당 역량이 담보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허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법률적 역량에 관해 손 변호사는 특허법 외에 민법, 형법, 행정법, 행정절차법, 행정심판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행정소송법, 헌법재판소법, 헌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등 종합적인 법률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적인 역량에 관해서는 “특허전문가의 기술적인 역량은 기술을 개발해 낼 정도의 능력이 아니라 의뢰인이 설명하는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법률 전문성 정도의 수준의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손 변호사는 “현행 특허전문가 자격 제도로서 변리사시험은 법률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술전문성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비판적인 시선을 나타냈다.
변리사시험이 다루는 법률 과목이 부족할 뿐 아니라 1차시험에서 객관식으로 치러지는 자연과학개론과 2차 선택과목으로 기술 전문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술 전문성은 자격사 시험 제도가 아닌 별도로 개별 전문가가 취득한 세부 기술 별 학력과 해당 업무를 하면서 얻어지는 경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손 변호사는 특히 1차시험을 모두 면제받고 2차시험에서 특허법과 상표법, 민사소송법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에 합격하면 되는 공무원 출신 변리사 자격자의 역량을 문제시했다. 특허 분야가 아닌 상표와 디자인 심사업무만을 한 후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개정안에 대해 공동 소송대리권을 인정하기 위해 요구하는 소송실무교육만으로는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고 변리사시험을 통한 자격자가 실용신안과 디자인, 상표에 대한 법률적 소양을 갖췄다고 볼 수 없으며, 공동 소송대리인으로서의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대리 행위의 구체적인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 공동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감정, 감정증인, 전문심리위원 제도 등을 통해 기술 전문가로서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손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양질의 특허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공계 학위를 가진 변호사가 로스쿨을 통해 다수 배출되고 있고, 변리사가 소송대리권을 얻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적 인재를 법률 전문가로 양성하고자한 로스쿨의 취지에 따라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 나아가 미국식 특허변호사 제도를 도입해 변호사 자격과 변리사 자격을 모두 갖춘 자를 특허변호사로 삼아 법률과 기술 양면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천권 부장 “기업 입장에서 변리사 단독 대리 허용하는 것이 효용↑”
조천권 부장은 다년간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바라는’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개선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소비자인 기업 측에 불편과 위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해여부 검토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과정에 변리사가 관여하고 있고 특허침해소송의 쟁점이 특허기술의 권리범위 분석을 통한 침해여부의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소양을 갖춘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이중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고 변호사가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법조인이 준공무원적 위치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전문직으로 전환된 점도 변리사의 대리권을 확장하고자 하는 경향이 대두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변호사의 대량 배출로 각 기업의 법무팀에 변호사가 확충되는 등 그간 변호사와 소비자간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역선택 및 부정적 외부효과의 관점에서 용납돼 왔던 변호사의 송무대리 독점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조 부장은 법률 ‘서비스’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기업의 기대를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은 변리사의 단독 대리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국식 소송인가 변리사 제도를 통해 변리사에게도 단독 대리의 길을 열어 두고 이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공동소송제도나 변호사를 보조하는 수준으로 소송 개입을 허용하는 것은 비용이나 합의과정, 책임분담 측면에서 효용이 낮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조 부장은 “이미 한국에는 기존 제도가 있고 이를 어떻게 기업에 유리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현재의 논의는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고 하는 것도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대방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변호사와 변리사를 어떻게 보느냐를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최환주 교수는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에 있어 검토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유사한 법안이 여러 차례 폐기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입법적 해결 측면에서는 법률서비스를 받는 국민과 입법을 하는 국회에 해당 입법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의 법률분야에서도 전문가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개정안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일정 시간의 교육을 넘어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위 환경에 대한 고려도 강조했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권 논의가 직역 다툼이나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자연계열 학생들이 대거 변호사가 되고 있다는 사정이 개정안의 논의에 고려돼야 하고, 대한변리사회에 등록한 변호사의 과반수가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리사라는 점에서 개정안이 변리사들의 총의가 반영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변리사는 이미 소송전문가 VS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 살려야
조욱제 변리사는 변리사를 ‘기술’ 전문가로만 보는 시선에 불편한 심중을 드러냈다. 그는 “변리사는 기술 전문가이기 이전에 산업재산권에 관한 법률전문가”라며 “변리사는 이미 소송대리권(심결취소소송)을 확보하고 오랫동안 문제없이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도 소송을 수행하고 있으며 심결취소소송은 침해소송의 쟁점과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조 변리사는 변리사 시험과목을 근거로 변리사의 법률 전문성과 기술 전문성에 의구심을 보인 손보인 변호사의 의견에 대응해 “시험 과목을 쫙 분해해놓고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발전을 기다려달라는 논리는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박방주 교수가 미국식 특허변호사 도입 주장에 관한 견해를 묻자 손 변리사는 “소송대리가 허용되지 않는 특허에이전트 수준으로 변리사를 떨어트리려는 이야기”라며 현행법상 소송대리권이 인정되는 한국의 변리사 제도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대답했다.
서태관 사무관도 변리사의 법률 및 기술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권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변리사는 기술과 법률을 이어주는 전문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전자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수요자들도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인정을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변리사가 지재권 분야의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있는 결과”라고 전했다.
서 사무관은 “변리사는 이미 심결취소소송의 대리를 하고 있는데 침해소송과 유사한 내용이 많다. 침해소송도 침해여부가 핵심이고 이 부분은 이미 변리사가 성공적으로 소송대리 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수요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은 수요자에게 현재보다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고 국가는 공익을 위해 전문자격사제를 설계·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변리사의 침해소송대리권 부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보인 손보인 변호사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좌장인 박방주 교수는 손 변호사가 제안한 미국식 특허변호사제도를 변리사와 변호사 양측에도 모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손 변호사는 “변호사와 변리사 모두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득권이 문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식 특허변호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은 양 제도가 모두 문제가 있으니 국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제도로 양쪽에서 모두 양보하고 조율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외에 손 변호사가 변리사 시험 제도를 비판한 부분에 관해 디자인보호법, 실용신안법 등의 전문성 검증 가부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시됐고, 변호사는 가능하지만 변리사는 하지 못하는 사례를 제시해달라는 요구 등도 있었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병관 의원은 공동대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고 대리인간 의견 차가 발생하는 경우 등에도 의뢰인이 판단할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고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선택권 측면에서는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문성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변리사 시험>>>>>>>>변호사시험 아님?
손보인씨 변리사 시험지 본적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