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리사회 “실무수습 훼손 심각”…재개정 촉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실무수습 방안을 규정한 변리사법 하위법령이 논란 속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즉 변리사시험 합격자, 변호사 등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이론교육 250시간, 현장연수 6개월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37회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변리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대한변리사회(회장 오규환)는 이에 즉각적인 반대 성명을 냈다. 변리사회는 23일 “특허청은 전문성 검증을 받은 자만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변리사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며 “또한 심하게 훼손된 실무수습을 원상 회복시켜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망가뜨린 변리사제도를 바로 세우라”고 촉구했다.
변리사회는 “그 동안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격 부여가 일제 식민 잔재이며 변리사 실무수습 형해화는 과학기술에 대한 무시와 모독임을 지적했다”며 “그럼에도 특허청은 변호사 눈치보기에 급급해 현행 변리사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식민잔재를 살리는 데 앞장섰다”고 꼬집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변리사법의 시행을 위해 마련됐다. 개정 변리사법은 변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던 변리사 자격을 일정 기간 이상의 실무수습을 이수해야 취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구체적인 실무수습 방안은 하위법령으로 위임, 특허청이 지난 4월 400시간의 이론교육과 10개월의 현장연수를 시행하되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대학 학부에서 유사한 교육을 받았거나 변리사 사무소,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경우 광범위한 면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업계는 실무수습에 소요되는 기간이 너무 길어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취득이 차단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교육주관기관에 대한변호사협회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강경하게 주장했다.
변리사업계도 크게 반발했다. 광범위한 면제를 허용함으로써 자격취득 조건으로서의 실무수습을 도입한 취지를 몰각시킨다는 주장이다. 연수 기간도 전문성 확보에 충분치 못하다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특허청은 관계부처로서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6월 말 최종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은 면제규정을 두지 않는 대신 이론교육을 250시간, 현장연수를 5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이번 합의안은 실무수습 기간이 너무 길어 사실상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법무부의 의견과 입법예고안에 있는 일부 인정 제도를 없애고 변호사도 변리사시험 출신과 동일한 수습을 받도록 하자는 대한변리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마련된 것이며 세무사, 관세사 등 타 자격사의 실무수습 기간이 6개월 내외라는 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합의안에서 면제규정이 빠짐으로써 일부 변리사회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입법예고안보다 연수기간이 대폭 축소됐고 교육주관기관에서 변리사회가 빠지면서 변리사 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재산권 업무를 하는 법률사무소를 현장연수 기관으로 허용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질적으로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해도 변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현장연수로 인정된다는 점을 우려한 지적이다.
합의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규제위로부터는 자연과학 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실무수습 기간을 연장할 것을 권고받자 특허청은 실무연수 기간을 5개월에서 6개월로 1개월 연장하는 수정안을 제출해 규제위를 통과했다. 이어 법제처의 권고에 따른 재입법예고를 거쳐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며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