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진의 한국사 이야기/고대의 토착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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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진의 한국사 이야기/고대의 토착 신앙
  • 오태진
  • 승인 2015.02.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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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진 아모르이그잼 경찰 한국사

연맹왕국 단계는 도시국가 단계의 생산력을 뛰어넘는 사회경제상의 발전을 도모하던 시기였다. 과거 도시국가 체제에서 이룩한 군장중심의 지배질서가 새롭게 강력하게 급부상한 특정 군장 국가 주도로 최소한의 신앙적 일체감을 도모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지면을 통하여 초기국가의 지배층들이 어떠한 제례를 통하여 불완전하게나마 통일적 단결 강화를 꾀했는지를,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를 알아보자.

① 부여의 제천 행사 - ‘영고’

제천 의례는 단순한 농경의례로만 파악하여 원시적 제의로 파악되기도 하였지만 통일 국가의 징표로 파악하기도 하였다. 부여, 고구려, 예, 삼한은 똑같이 제천의례를 거행하였지만 제천의례상의 제일, 제장, 제관, 제신 등에 있어서 차별을 보이고 있다. 즉, 부여의 제천의례는 제일이 은정월로 농경의례라기보다는 수렵의례적 성격을 갖고 있다. 부여는 다른 사회에 비해 중국의 영향을 일찍부터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납향제사는 중국에서부터 유래된 은정월의 제삿날도 중국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② 고구려의 제천 행사 - ‘동맹’

고구려에서는 10월 제천 대회의 이름을 동맹이라 하여 제천과 함께 국조신인 동명에 대한 제사가 함께 이루어진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더구나 국동상의 수혈에서 신을 맞아온다고 하므로 지신에 대한 제사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고구려가 다른 사회에 비해 국가 발달 단계가 훨씬 앞섰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제천의례와 함께 국조신인 동명을 제사하고 토착신인 지신에 대해서도 함께 제사의례를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국 신화를 이해할 때 천신을 유이민 집단인 정복적인 집단으로, 지신을 토착민집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천신과 지신에 대한 제사가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은 정복국가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동예의 제천 행사 - ‘무천’

반면에 동예는 제천의례를 행하면서도 호신을 숭배하여 토테미즘적 요소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제천의례를 행함으로써 어느 정도 집권화의 성격을 보이면서도 종래의 부족신적인 호신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국가발전 단계상에 한계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④ 삼한 사회의 제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

㉠ 삼한은 각각 다른 사회였다?

그런 면에서 시대변천과 제의와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삼한 사회의 천신과 귀신 문제라 하겠다. 종래 삼한 사회는 부족국가로 이해하거나 성읍국가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삼한의 경우 마한과 진한의 발전 정도가 같은 것인가 하는 점과 대국과 소국의 발전정도를 동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마한의 경우 대국이 만여 가이고, 소국이 수천 가이며, 변진에서는 대국이 4천~5천 가이고, 소국은 6백~7백 가로 되어 있다.

마한의 대국과 변진의 소국과는 인구 면에서 20배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다. 따라서 소국과 대국은 발전 단계를 달리 보아야 한다. 예컨대 소국이 수장사회라면 대국은 초기 국가 단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백제국이나 사로국의 경우가 이러한 대국이며 초기 국가 단계이다. 제의에 있어서도 소국과 대국은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 소도에서는 천군이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소국은 각각 국읍에 천군을 세워 제천을 행하였지만 별읍에는 여전히 소도가 남아 있어 그들 나름대로의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소국사회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종래 제천 행사는 천군이 소도에서 행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사료를 보면 천군은 국읍에서 제천하였으며, 소도에서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는 무(巫)가 주제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천군과 무당이 별개의 존재로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당은 부족사회의 문화에서 나타나며, 제사장인 천군은 국가 형성 과정에서 밀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별읍인 소도에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는 부족사회의 모습이 잔재로서 남아 있는 동시에 국읍에서 천군이 천신에게 제사하는 것을 수장사회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무당이 영험한 존재와의 접촉으로 그의 힘을 얻는 데 반해서 천군은 특별한 훈련을 통해서 영험한 존재의 신임을 얻고 있다. 한편 무당은 시간제로 독립적인 일을 하는 파트타이머라고 한다면, 천군은 조직사회의 일원으로서 전적으로 전문가의 일을 하고 있다.

또, 무당이 상대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천군은 의식을 행할 때 집단활동을 도와 인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당과 천군은 활동대상에도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이 무당과 제사장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삼한의 천군은 무당이라기보다는 제사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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