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제30회 입법고시 최연소·서울대 경영학과 3년
I. 들어가는 말
처음에 시작할 때는 언제쯤 끝이 날까 막연한 기대를 안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끝나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와 같은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고시를 묵묵히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오히려 해만 끼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여 합격수기를 쓰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 수기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보태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스타일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것이고, 그 중 무엇이 절대적으로 맞다와 같은 답은 존재하지 않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II. 수험생활
1) 시작: 2013년 1월~ 3월
고등학교 때부터 저는 글을 쓰고, 생각하는 과정을 밟는 것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또, 이왕 한 번 삶을 살 것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까닭에 저는 고시를 통과하여서 공직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이러한 저의 적성과 꿈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고시 준비를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은 정신없이 흘러갔고, 친구들은 모두들 군대에 입대하거나, 로스쿨, 고시 준비를 시작하고는 했습니다. 저 역시 대학교 2학년 1월에 이러한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일찍 가고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지들 사이에서 고민할 시간에 고시가 무엇인지 감이라도 잡아보자는 생각에 행정법 예비순환을 김정일 강사의 것으로 들었습니다. 2월에는 정신없이 새내기 배움터 행사 준비로 바빴고, 결국 3월이 되어서야 예비순환 행정법을 한 번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2) 2013년 3월~7월
이 기간 동안의 저는 최대한 행정고시의 모든 과목을 여러 번 익혀보자는 취지로 활용하였던 것 같습니다. 행정법의 경우 박정훈 교수 사례집을 한 번 다 읽었었고, 경제학은 학교 거시경제이론 수업을 활용하고 미시경제학은 황종휴 강사의 예비순환으로 보충하면서 한 번 훑게 되었습니다. 행정학은 박경효 교수의 예비순환을, 재정학은 학교 재정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김진욱 강사의 1순환을 들으면서 한 번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통계학은 1학년 2학기 때 들었던 통계학 수업을 떠올리며 부족한 내용은 고고씽 통계학으로 보충했었습니다.
3) 2013년 8월~12월
이때가 제게 있어서 가장 많은 실력의 향상이 있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름방학 때는 경제학 1순환(황), 행정법 1순환(류)을 수강하면서 매일 그 날 배운 것을 다시 복습하고 철저하게 암기했습니다. 또, 오전수업으로 9시부터 12시 반까지 학교수업을 듣고 나서 점심을 먹고 나면 대략 1시 반쯤부터 행정학 1순환 기간에는 박경효 교수의 행정학 1순환을, 그 이후부터는 중앙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하였습니다. 10월부터는 배웠던 것을 반복해서 외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부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리포트 제출, 중간, 기말 시험 등으로 인해 흐름이 끊긴 적도 있었지만, 미시경제이론이나 경제성장론 수업은 오히려 경제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 결과 12월 말쯤에는 1순환에서 배웠던 전 과목의 내용을 대략 헷갈리지 않고 암기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4) 2014년 1월~2월
이 기간에는 PSAT 공부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부했습니다. 입법고시는 워낙에 PSAT이 어려워서 입법고시 PSAT 통과를 목표로 삼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1월에는 오전 9시부터 2시 즈음까지는 PSAT을 하고, 그 이후의 시간부터는 2차 과목을 다시 한 번 암기하거나 보충 사례, 자료를 찾아 정리하는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2월 15일이 입법고시 PSAT이었기 때문에, 2월 처음 두 주 동안은 모든 시간을 PSAT에 투자했습니다. 매일 석치수, 박준범 강사의 실전모의고사 세트를 아침부터 집 갈 때까지 풀었던 것 같습니다. 입법고시 PSAT을 치른 후에도 예상 합격 컷에 못 미쳐서 행정고시 PSAT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던 중 3월 초에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5) 2014년 3월~합격
30일 정도 밖에 시험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3순환 강의를 얼른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김진욱 강사의 경제학 3순환을 오전 영상반으로 수강하고, 학원 근처 독서실을 끊어서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류준세 강사의 13년도 행정법 3순환을 인강으로 하루에 6회씩 들었습니다. 시험이 2주 남은 시점에서 행정법 3순환을 끝내게 되었고, 남은 2주 동안은 1순환 암기자료를 한 번 더 외운 다음, 행정학의 최근 쟁점들을 14년도 2순환 강의자료를 구해다가 정리하고 나머지 과목들은 답안 작성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험을 다 치르고 난 후 처음 든 생각은 잘 치른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행정법 3순환과 행정학 3순환을 들으면서는 중간중간에 제가 미흡하게 쓴 부분이 자꾸 떠올라 점점 마음을 비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5월 14일 2차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당일에 바로 행시사랑에서 면접 스터디가 결성되어 일주일 간 면접을 준비하였습니다. 21일 면접을 치르고 나서도 잘 해냈다는 느낌이 있었고, 그 결과 23일 합격 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III. 과목별 공부
1) PSAT 준비
2012년 6월부터 틈틈이 행정고시 PSAT을 풀기는 했지만, 입법고시 PSAT은 멋모르고 도전했다가 반타작 가까이 할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PSAT 공부를 13년 12월부터 시작하면서, 자료해석의 문제 풀이 요령, 분수 비교 요령을 습득한 후로는 행정고시 PSAT의 경우 커트보다 안정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올 수 있었지만, 입법고시 PSAT의 경우 여전히 커트보다 아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입법고시 PSAT을 준비할 바엔, 차라리 행정고시 2차 과목에 좀 더 투자할지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시험이 있는 한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판단하여 입법고시 PSAT에 1월 중순부터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상황판단의 경우, 입법고시 PSAT에서는 지나치게 어렵거나 문제가 긴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은 건너뛰고 푸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또, 비교적 쉬운 매칭형 문제나 제가 조금은 더 익숙한 논리퍼즐 문제는 박준범 강사의 상황판단 책으로 공부하면서 그 유형에 좀 더 익숙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에 더해 박준범 실전모의고사를 14년, 13년 두 해 것을 모두 풀었습니다.
자료해석은 문제풀이 요령을 알게 되고 문제에 자주 숨어있는 함정들에 익숙해지고 나니 실력이 가장 많이 올랐던 과목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입법고시의 경우 선지들이 정교하게 구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확실히 아닌 두 개 정도만 제외하게 되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선지를 제거해나가는 작업에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문제를 보자마자 표에 제시된 수치가 비율인지, 정량적인 수치인지 등을 가늠하고 자료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문제에 접근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처음 본 입법고시 PSAT에서 자료해석 점수로 부족한 상황판단 점수를 메워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논리의 경우 저는 모의고사의 질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입법고시 기출문제를 여러 번 푸는 방식으로 준비했었습니다. 특히 지문을 모두 세세히 읽기보다는 키워드 위주로 빠르게 읽고 문제를 보면서 다시 읽는 방식으로 푸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그 결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경제학
황종휴 강사의 경제학 1순환을 들으면서 트리니티 위주로 전체적으로 한 번 암기한 것과,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의 zip과 연계해서 읽어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학교 수업에서 미시경제이론, 거시경제이론을 심화과정으로 수강하면서 고시 문제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켰던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성장론의 경우, 경제성장론 수업을 따로 들으면서 관련된 서적을 여러 번 읽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올해 입법고시 경제학 2문의 성장론을 남들보다 좀 더 엄밀하게 도출과정을 서술할 수 있었고, 그 결과 80점이 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과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그래프의 함의를 도출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강사요약집을 여러번 읽고 교과서로 흐름을 보충하려고 노력하였고, 나아가 정운찬,김영식 교수님이 쓴 거시경제학의 각 단원 연습문제들을 모두 풀어보면서 그러한 능력들을 기르려고 노력하였던 것이 고득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3) 재정학
재정학은 공부 부담이 크지는 않았던 과목이지만, 암기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연결된 논점을 제한된 시간 내에 모두 짜임새 있게 서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준구 교수의 재정학 수업을 들으면서 가능한 한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목차를 짜서 암기하려고 노력하였고, 각 단원 연습문제도 빠짐없이 두 세 번씩 풀어보게 되었습니다. 또, 황종휴 강사의 재정학 1순환을 들으면서는 좀 더 심화된 이론이나 지방재정과 관련한 최근의 이슈를 추가하여 별도로 정리하였습니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입법고시를 준비하면서는,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만으로도 시간이 벅찼기 때문에 답안작성 연습은 경제학의 미시경제론에 대한 답안 서술로 대체하고 남은 시간 동안은 내용을 반복하여 정리하고 암기하였습니다. 2순환 3순환을 듣지는 못하였지만 재정학에서 70점을 넘길 수 있었던 것도 개념의 정리와 연결, 그리고 암기에 중심을 두었던 공부방법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 통계학
통계학이야말로 학교 강의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1학년 2학기 때 일반통계학 책으로 수업을 하였는데, 고시생들이 주로 본다는 현대통계학 책과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많은 부분 겹쳤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현대통계학을 일회독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고, 2회독을 하면서는 고고씽 통계학과 같이 보면서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고 외우고, 심화이론이나 통계적 추론 방식을 따로 정리하여 핸드북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특히 통계학은 표본분포의 특징을 서술하거나 중심극한정리를 사용할 때 반드시 등장해야할 전제나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좀 더 꼼꼼히 읽어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중의 통계학 기출문제집과 해설집을 사서 풀면서, 실전문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원래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터라, 통계학을 공부하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고, 때문에 다른 과목 공부가 잘 안 될 때 틈틈이 봤던 것 같습니다.
실전에서는 소위 말하는 불의타 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위험 감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입법고시 통계학에서도 상관계수와 회귀계수가 같을 조건이 무엇이냐고 묻는 비전형적인 문제가 나왔는데, 이런 문제가 나온다면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아는 범위 내에서 상세하게 서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의타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제가 아는 범위 밖의 문제가 나왔음에도 통계학에서 41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행정학
처음부터 감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과목이기도 하고, 나아가서 공부기간이 짧은 만큼 사례나 기본 개념에 대한 숙지를 충분히 할 여력이 없었던 과목이기도 하여서 그리 길게 공부방법에 대해서 논하기가 어려운 과목인 것 같습니다. 저는 초시인 만큼, 기본 개념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서 박경효 교수의 예비순환과 1순환을 마치고 나서는 재미있는 행정학을 기본서로 삼고 최대한 많이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또, 작년 3순환 자료집을 모두 구해다가 사례를 정리하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수치를 정리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2순환 자료집을 구하여서 최근 시사 이슈나 주요 쟁점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론이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만큼 논리적인 면이 돋보이게 쓰는 것에 좀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남들이 많이들 쓰는 기본 내용은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하고, 남는 분량을 연결 문장이나 논의의 전제, 필요성, 접근의 타당성 등을 밝혀주는 형식으로 답안을 차별화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50점대 초반인 점수를 받아서 이러한 접근이 효과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이 저 스스로도 확실히 서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시간 내에서 이 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차별화 전략도 기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행정법
시작부터 엄청난 양의 암기와 개념 정리를 요하는 것 같아 접근하기가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부분은 언젠가는 정리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행정법 1순환을 복습, 예습을 모두 하며 따라가는 것, 강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나 판례 표현을 따로 정리하여 입에서 자동으로 나오도록 외워두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작년 여름 방학 때 반복한 덕분에 비교적 단기간 내에 행정법 전체에 대한 체계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사례집을 여러 번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사례에서 어떤 논점이 숨겨져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뿐더러, 사례에 대한 해설을 읽어보면서 암기를 다시 한 번 자동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선배의 추천으로 박정훈 교수의 사례집을 작년 봄에 읽고 나서, 가을 즈음에는 case 행정법 특강을 읽었는데, 순서를 반대로 하여 좀 더 난이도가 낮은 case 행정법 특강을 먼저 읽었더라면 좀 더 수월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행정법 역시 50점대 초반의 점수를 얻어서 다른 합격자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점수가 낮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1년간의 준비 기간 동안 제 스스로에게는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반복해서 책과 판례표현을 익히는 공부방법과 사례집을 여러 번 읽었던 것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IV. 면접
2차 시험에 붙기 전까지는 ‘면접이 무슨 문제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면접을 준비하려고 하니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재경직렬 사람들끼리 결과발표 당일에 모두 모여서 스터디를 결성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세 조로 나누어서, 매일 새로운 시사 주제를 가급적이면 겹치지 않게 준비해오고 이를 바탕으로 집단토론을 연습하였습니다. 이때 자료로는 국회에서 발간한 간행물이나 시사이슈를 집약적으로 정리해 놓은 사이트들을 이용하였습니다. 또 3~4일이 지난 후에는 자기소개서를 서로 돌려 읽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면접을 진행함으로써 실제 면접장에서의 긴장을 덜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이때 면접관으로 와주신 선배 합격자 분들, 사무관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고, 딜레마와 같은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무엇을 택할 것이냐와 같은 임기응변을 요하는 문제들을 강도 높게 물어봐주셔서 실전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스터디 활동을 처음 하였을 때 저는 좌절 섞인 스트레스에 고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경험이 풍부하시고 말씀을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위축되기도 했었고, 두 번째 집단토론 때에는 별로 어렵지 않은 말을 하면서도 이유 없이 떨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럽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토론 도중에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눌렀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고 계속해서 연습하다보니 점점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말을 너무 빨리, 길게 한다는 지적도 고치고자 많은 노력을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실전에서는 연습했던 것과 같이 천천히, 간결하게 제 의사를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점을 채워주신 스터디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V. 생활, 습관
1) 공부장소
2013년 초에 신림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덕분에 공부 장소는 중앙도서관에서 고정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고시생들도 많고, 친구와 함께 공부하다 보니 제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14년 3월에 들어오면서 입법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 학원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2주간의 공부가 너무나도 잘 되어서 여기저기 본의 아니게 독서실 홍보를 하고 다녔지만, 그 기간이 지나자 더 힘들고 외로워지기 시작했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혼자서 쉽게 외로워지거나 하시는 분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시거나, 아니면 스터디 등을 통하여 꾸준히 사람과 대화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이라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2) 수면패턴, 운동
저는 원래부터 규칙적인 운동과는 거리가 조금 먼 사람이라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 보다는, 가끔씩은 중앙도서관에서 집까지 20분 정도 걸어가거나, 주말에는 뒷산에 오르기도 하면서 운동했습니다. 사실 컨디션 유지에 있어서 운동보다도 중요한 것은 먹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다보니 인스턴트 식품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때문에 가급적이면 학식을 먹고 가뿐한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고시를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에 8시간씩 매일 잤던 패턴이 남아 있어서 이를 1시간 정도 줄이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보통 10시 즈음에 집에 돌아오면, 샤워를 하고 쉬면서 12시 정도에 잠에 들었습니다. 그 후 아침 7시 30분 즈음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다가 졸리면 잠을 깨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차라리 10분 정도 쪽잠을 자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공부 초기에는 이러한 쪽잠의 효과를 몰라서 좀 더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VI. 마치며
정리하고 보니 고시 공부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결국 암기였던 것 같습니다. 암기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글을 쓸 때 자동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고, 헷갈리는 문제에서도 남들보다 정확한 판단 근거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답안 작성 연습도 물론 중요할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한 암기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고시를 처음 시작할 때, 정보를 얻겠다고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눈앞이 캄캄해져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캄캄할 것만 같았던 길을 걸을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먼저 제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 붙을지도 모르는 고시 공부를 뒷바라지해주시겠다고 신림동으로까지 이사오셨던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대 공부에 바쁘면서도 집이 이사오면서 생기는 불편을 제게 돌리지 않고 기꺼이 감수해주었던 제 누나에게도 감사합니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고 서로에게 힘이, 또 기댈 곳이 되어주었던 친구에게도, 그리고 제가 고민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들어주고 긍정적으로 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주었던 친구들에게도 그동안 잘해주지 못한 것, 기대기만 한 것에 미안하고 그럼에도 제 곁에서 참아주고 있어준 것, 고마운 사람으로 남아주었다는 것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그들 모두에게 고마운 사람이 조금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