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파탄주의 도입·퇴직연금 재산분할·소년보호 등
‘전국 가사·소년법관 포럼’ 개최...개선안 논의
‘가정법원 설립 50주년의 회고와 바람직한 가사·소년재판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전국 법원에서 가사재판 및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관 39명이 모였다.
서울가정법원 주최 『2013년 전국 가사·소년법관 포럼』이 지난 21, 22일 양일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양일간 개최됐기 때문.
지난해 개최된 전국 형사법관 포럼 및 전국 회생·파산법관 포럼과 같이 참석자들의 토론 위주로 진행된데 이어 금번에는 사법행정권의 분권화 취지를 살려 전국에서 가사·소년사건의 접수 및 처리규모가 가장 크고 전문법원으로서 가사·소년재판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주최하게 된 것.
2013년은 가정법원 설립 50주년이 되는 해로써 법원의 후견·복지적 기능과 치료적 기능을 기대하는 사회적 요청에 즈음하여 가정법원 설립 이후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가정문제와 소년문제에 대한 가정법원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기 위한 자리였다.
현 한국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이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고 이에 따른 재산분할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또 학교폭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그 폭력성 또한 심각해지고 있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포럼에서는 우선 이혼사유에 대한 회고와 전망이 논의됐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실무례(유책주의)였다.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전면적으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활발한 토의가 있었다.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은 민법 제840조 제6호가 파탄주의를 도입하였음에도 축첩행위자에 의한 축출이혼을 막기 위해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해 왔으나 양육권의 균등보장, 재산분할청구권의 인정 등 파탄주의 도입에 장애가 되는 사정들이 개선됐고 현재도 쌍방 유책의 경우 이혼청구를 받아주면서 쌍방 유책이 인정되는 범위를 확대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파탄주의를 채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견해였다.
즉 유책 정도를 비교하여 이혼청구를 받아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주되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 행복추구권, 신의성실의 원칙 등 가치를 비교하여 이혼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이혼에 따른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줄 경우 그 위자료 청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법적으로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는 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주는 것이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 파탄주의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주면서도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점,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시 가정이 쉽게 해체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많았다.
다만 사회 인식의 변화, 제도의 변천 등에 따라 이혼사유에 대한 해석과 법적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형식적인 법적용에 그치지 말고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 했다.
이어 장래의 퇴직연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장래의 퇴직연금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종래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장래의 퇴직연금은 재산분할의 대상인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 임금의 후불로서 공동 형성 재산에 해당한다는 점, 대부분 연한 경과 후 실제로 지급되는 점, 금전적 가치 평가가 어려운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재산분할 자체를 부정할 사유는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장래의 퇴직연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 구체적인 재산분할의 방법으로는 장래 수령할 연금을 이혼 판결 당시 가치로 환산하여 일시금이나 정기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현가산정 방식, 이혼 판결 당시 액수 특정 없이 비율만 인정하는 비율인정 방식 등이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장래의 퇴직연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고 다만 현실적으로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현가산정 방식으로 분할하자는 의견과 비율인정 방식으로 분할하자는 의견, 입법적인 해결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
참고로 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은 서울가정법원 2012드합341호 사건이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법원의 대처 방안도 논의됐다. 학교폭력은 가해자의 가정환경·학업현황·연령대, 비행내용, 피해의 성격과 내용 면에서 그 밖의 다른 청소년비행과 차이점이 있고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청소년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사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숨어있는 가해자에 대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의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은 채 형사처벌이나 보호처분을 하게 될 경우 피해학생은 가해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이라는 2차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화해권고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중론을 모았다.
이번 포럼에는 전국 14개 법원에서 39명의 법관들이 참여했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