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인재 영입” VS “수험생에 대한 역차별”
“변호사에게 특별전형에 연수까지 받아라니!”
특허청은 1961년 제정 이래 변리사자격 제도의 전문화와 공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변리사법을 전면개정을 추진 중이다.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개선, 변리사시험 응시자격과 시험제도 개선, 전문변리사 제도 도입 등을 통한 변리사 전문역량 강화, 변리사의 공익활동 의무화, 변리사 업무영역 명확화, 징계권의 변리사회 이관을 통한 변리사 자치권 확대, 변리사의 권리·의무 및 벌칙 강화 등을 통한 변리사의 공공성 강화 등 전방위 전면개정인 셈이다.
변법자강(辨法自强)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11월부터 변리사법 전부개정을 위한「변리사제도개선위원회」가 출범, 10여 차례의 분과회의와 전체회의를 번갈아가며 논의를 진행해이같은 최종 개선안을 도출해 냈다.
특허청이 마련한 변리사법 개정시안에서 변리사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3가지 루트를 명시하고 있다. 또 소정의 연수를 공통의 자격취득 요건으로 하고 있다.
첫째, 시험에 의한 방법은 이공계 또는 이공계 학점 이수제로 응시자격을 제한하되 소정의 특허 경력 공무원, 특허법인·기업·대학·연구소 등 경력자, 이공계 석사·박사 등에 대해서는 일부 시험 면제를 하는 방법이다.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기업, 학위에 따른 시험면제자가 추가됐다.
둘째, 그동안 변호사에게 자동의 변리사자격이 부여되는 것이 특별전형에 합격하고 소정의 연수를 그쳐야 자격이 부여되고 셋째, 특허청 10년 경력이상의 심사관·심판관에 대한 무시험(특별전형)이 새로 추가됐다.
지난달 31일 개정시안을 두고 각계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지만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다.
이공계 대학 졸업자 또는 이공계 과목 일정학점 이상 이수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시험제도 개선안에 대한 비판 외에도 특허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특혜, 사기업 경력·학위자 배려의 불투명성,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의 가부가 도마에 올라 향후 입법추진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1961년 변리사법이 제정되고 1963년 변리사시험 제도가 정착되면서 변리사가 되는 길이 시험, 자동자격 부여를 받은 변호사, 특허청 경력 공무원 등 3가지 루트가 있었으며 각각 1호 변리사, 2호 변리사, 3호 변리사로 통칭되어 왔다. 그러나 제3호 자격과 관련해서는 1999년 불어 닥친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특허청 경력 공무원의 변리사자격 자동취득 제도가 폐지되고 일부시험 면제로 변경되어 지금까지 운용되어 왔다.
개정위원으로 참여한 김원오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특허청 경력 공무원의 변리사자격 자동취득 제도가 폐지되고 일부시험 면제로 변경되면서 특허청 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업무충실도 저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무경험이 풍부한 지재권 인재의 업계 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또 “변호사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을 제외하고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현행법의 변리사 등록신청 전의 실무수습 이수 규정이 삭제되어 연수가 공통적 자격취득요건으로 변경되어 자격요건과 등록요건이 일원화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토론자, 방청석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샀다. 특허공무원을 흡수하는 것은 일응 수긍하면서도 무시험으로 확대하는 것과 시험의 면제과목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숙경 KT 상무는 “사기업 등에서의 경력을 반영해 일부 시험을 면제하는 것은 우수인재의 자격취득 기회를 확대하는 것으로서 변리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특허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을 증명하는 공정한 인증 절차와 요건의 객관화에 대한 추가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기획이사는 심판관·심사관에 대한 무시험제도를 찬성하면서도 “그 외 공무원, 기업체, 석·박사 등에 대한 시험 일부 면제는 면제 사유가 지나치게 많아 자칫 변리사시험을 형해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원준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에게 특별전형과 연수를 받게 하는 것은 법의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고 “심사관·심판관에게는 적어도 2차시험 1과목 정도는 보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특허사무소 경력직원, 이공계 석·박사에 대한 배려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는 “1, 2차 시험 전부를 보아야 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설득력이 매우 낮다”며 “시험 출신자들도 유능하므로 인재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일반 시험을 통해 합격자 수를 300명으로 늘리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동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변리사의 고유 업무는 변호사의 직무 범위에 속한다”며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데 특별전형에 연수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심사관·심판관 출신에 대한 배려는 지나친 특혜”라며 “발상의 뿌리가 과거 폐지된 제도의 부활로 보인다”면서 일부 면제로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나아가 “특허공무원, 이공계 석·박사, 민간경력자 등에게 왜 시험 일부 면제의 특혜를 주어야 하는지 논리적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며 “이는 시험을 면제 받지 못하는 수험생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이념에도 반한다”고 꼬집었다.
방청석의 한 변리사는 “특허공무원 출신이 1~2과목을 면제받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일인데 개정시안은 제집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편 특허청은 이날 토론회의 의견 등을 검토한 후 오는 7월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 국회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변리사법 전부개정법률안 개정시안> 제4조(자격) 1. 변리사시험에 합격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연수를 마친 사람
제7조(시험의 일부 면제)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1차시험의 전부 또는 일부 과목을 면제하되 면제되는 과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② 이공계 석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및 이와 동등한 학식이 있는 것으로 대통령령에서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2차 시험의 과목 중 일부를 면제하되 면제되는 과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③ 특허청의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서 5년 이상 특허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1차시험의 전 과목을 면제하고 제2차시험의 과목 중 일부를 면제하되 면제되는 과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④ 제1차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만 제1차시험을 면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