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되는 기능직, 막으려는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은 공시생이라는 하나의 별칭으로 묶인다. 하지만 한 발 들어가 보면 각각 꿈꾸는 공무원과 공부하는 과목 등이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무원은 국가직 공채나 지방직 공채와 같은 일반직 공무원들이다. 공채 안에서도 여러 직렬로 나뉘지만 일반 행정 직렬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직 공무원 외의 공무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연구직 공무원, 계약직 공무원, 기능직 공무원 등등이다. 이 중 기능직 공무원은 전문성을 살려 특채로 임용되는 경우다. 공채 안에서도 일반 행정과 타 직렬로 나뉘듯 기능직 공무원도 그 안에서 분야가 나뉜다. 나뉜 분야에서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유사한 업무를 보는 것이 바로 사무 기능직 공무원이다.
최근 현직 공무원과 수험생들 사이에서 사무기능직 공무원의 일반직 공무원 전환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환에 대한 소식은 이미 들려오던 것이지만 전환 시험이 구체적으로 공고되면서 화두가 된 것이다. 이에 관련해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제도에서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는 지 살펴보았다.
<일반직 전환 시험의 과정>
이번 일반직 전환 시험은 각 지자체별로 별도 공고를 내고 있다. 2009년 국가 사무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이후 지방 사무기능직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별로 공고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틀은 동일하다. 경기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상자는 5개 직류에 걸친 사무직렬 기능직 공무원 7급에서 9급이며 7급은 행정학, 행정법, 지방자치론으로 시험을 치른다. 8급과 9급은 일반 행정은 사회와 행정학개론, 세무는 사회와 세법개론, 사회복지는 사회와 사회학개론, 전산은 컴퓨터일반과 소프트웨어 공학, 사서는 사회와 자료조직개론이다. 필기시험 후 서류전형, 면접시험을 치르며 행정, 세무 직렬 외 직렬에서는 요구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자격이 된다. 행정은 일반직 임용예정 직급에 상당하는 사무직렬 기능직 직무에 6개월 이상 근무하면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교육행정의 경우 8급과 9급이 사회와 교육학개론, 7급과 6급이 교육학과 행정법, 교육심리학을 시험 과목으로 한다. 필기를 합격한 뒤 면접시험에서 불합격한 응시자는 동일직급의 다음 시험에 한해 필기시험을 면제받는다.
<일반직 공무원들의 반발>
각 교육청의 교육 행정 일반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반 지자체에 비해 기능직 공무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지자체의 일반직 공무원들의 반발도 존재하지만 교육청 일반직 공무원들은 실제 행동에 나서 집회를 하는 등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실제로 일반직 공무원과 기능직 공무원의 수에 큰 차이가 없다. 일반직 공무원은 총 5,627명이고 기능직 공무원은 5,826명이다. 이 중 일반직 전환이 가능한 사무직렬 기능직공무원은 1,889명이다.
교육청 일반직 협회에 따르면 이번 시험의 문제점은 수평전환 방식에서부터다. 기능직 공무원의 현재 계급을 그대로 일반직 전환에 적용하는 것은 그동안 일반직 공무원이 맡고 있던 직무의 곤란도와 책임도를 고려하지 않은 지침이라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많은 인원의 수평전환은 알맞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우리 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타 교육청으로 가거나 일반 행정으로 전환을 하거나 하면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 급을 낮추고 근무한다.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승진에 악영향을 받거나 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번 전환 시험에는 그러한 조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능직과 일반직은 각 업무에 차이가 있고 기능직이 일반직에 비해 적은 업무를 소화해 내는 현실에서 기능직 6급이었던 응시자가 일반직 6급으로 자리하게 되면 그에 맞는 업무 능력 발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관계자는 수평전환이 아닌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전환 시험의 시험 과목도 문제시 되었다. 일반직의 경우 국어, 영어, 한국사 등의 과목에서 과락이 있으면 합격할 수 없다. 하지만 전환 시험에서 치르는 과목은 일반직이 숙지하고 합격을 얻은 과목에 비하면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 2,3가지 과목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로 응시자의 능력 검증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6급 이하 공무원이 정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정 경력을 가진 기능직의 전환은 하위직의 승진적체를 불러온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부분은 특히 신규 임용되는 공채 공무원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았다. 관계자는 “하위직급 TO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같은 8급과 9급이 경쟁하면 승진연수에서 일반직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시험이 일반직의 항의와 별개로 계속 진행될 경우 지방 교행의 근무지는 일반직과 기능직 전환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직 관계자는 이미 지역별, 학교별 모임에서 기능직 전환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기능직 전환자가 수평전환으로 인해 행정 실장이 되면 “그 아래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일반직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협회 관계자는 “기능직 전환자가 실장이 되는 것은 학교 측에서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차라리 기능직 전환자를 모아 실장에 두고 차석을 두고 하는 것이 업무 분위기가 좋을 것이다. 업무를 나눠 하는 등 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최소 3년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며 일반직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했다.
협회는 기능직공무원의 일반직공무원 전환에 대한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전환 시 9급으로 임용해 점차 승진하도록 하는 것을 원했다. 또한 전환시험 과목 중 사회를 행정법으로 변경하고 시험의 난도를 통과의례로 불릴 만큼 낮은 수준을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시험 이후에는 승진 기간 단축 등의 기능직 공무원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드러냈다.
<기능직 공무원들의 대응>
사무기능직 공무원의 많은 수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재, 일반직의 반발에 기능직노조도 성명서를 내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기능직노조는 이번 시험이 ‘칸막이 제거’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미 기능직의 업무가 행정업무로 전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직과 일반직으로 나눠 기능직이 같은 업무를 보면서도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기능직노조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로 승진을 꼽았다. 그는 “근속승진 외에 승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일반직에 비해 승진이 매우 느리다. 학교 특성상 지방의 학교에서는 8급이나 9급 일반직이 임용되자마자 차석 소리를 듣고 8급, 9급 실장도 존재한다. 때문에 오래 일한 기능직들은 신규 임용자의 부하 직원처럼 대우받게 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능직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경력직 공무원이지만 전국 교육청에서 정한 지방공무원 직급별 정원 책정기준을 확인하면 교육청 공직사회가 일반직 공무원들의 사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직 공무원은 9급과 10급에 절반 이상의 인원이 분포되어 있지만 일반직 공무원은 6급과 7급에 절반 이상의 인원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능직 공무원들은 호칭이나 업무분장, 책상 배치 등에 차별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만약 6급, 7급 기능직을 8급, 9급으로 하향 전환시킨다면 기능직이 일반직보다 낮은 서열이라는 인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오랜 기간 사무기능직으로서 업무 노하우를 가진 이들에게 9급으로 전환해 다시 시작하라고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일반직의 요구에 항의했다.
시험 난도가 낮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가직 전환시험을 보면 6급이나 7급 전환시험에서 과락자가 속출해 전환인원이 소수였다. 때문에 실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관리자로 들어설 수 있는 수준이다.”라며 오히려 6급과 7급 전환시험 난도에 맞게 시험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진에 대해 “8급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야 7급으로 승진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기능직에서 전환한 사람은 8급에서 일한 경력이 없는 것이므로 기존에 있던 일반직 8급의 승진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며 기득권 보호는 충분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경력을 살리고자하는 이번 전환시험에 일반 공채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험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 전환 후 기존 인원과 잘 어우러지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부처와 수험생의 반응>
전환 시험을 애초에 시행한 것은 타자와 같은 업무 처리를 위해 고용된 사무기능직 공무원의 업무가 행정 전산화로 인해 축소되면서 일반직으로 전환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행안부의 결정이었다. 이러한 일반직과 기능직의 대립 상황에 대해서 행안부 관계자는 “대부분 교육 행정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교과부에 문의하라.”고 말했고 교과부 관계자는 “행안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신규 충원과 이번 전환 시험은 관계가 없으며 신규 채용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대규모 전환을 지켜보면서 허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보통 1년 이상을 공부에 젊음을 투자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능직 공무원들이 수험생의 꿈인 일반직 공무원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기능직 전환자가 상사일 경우 그에 대한 신뢰가 공채 상사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일반직 공무원들이 항의해도 전환 시험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뒤따랐다. 한 수험생은 “대세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일을 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연수원을 보내거나 교육을 충분히 받게 함으로서 업무능력을 올려야 한다고 본다. 전환 되었음에도 기능직 때에 했던 수준으로만 업무 처리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이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