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행 이래 ‘7년 이상 경력’은 시행조차도 못한 채 축소
대법원 “사법 현실 고려” 환영...일부 의원들 “청부 입법” 비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판사 임용 법조 경력 요건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의회를 통과, 정부의 공포만을 기다리고 있다. 2013년부터 시행한 법조일원화가 온전하게 시행되기도 되기 전에 멈춘 셈이다.
다만 개정안은 20년 이상 경력자를 전담 법관으로 뽑도록 하고 10년 미만 경력자는 원칙적으로 단독재판부를 포함해 재판장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민의힘 장동혁,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위원회 대안으로 병합된 것이다.
법조일원화는 판사·검사 등 재조(在曹)경력과 변호사 등 재야(在野)경력의 법조인을 일원화한다는 뜻으로, 법조경력을 쌓은 변호사자격 소지자(변호사, 검사 등)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다.
사법연수원생에서 곧바로 판사를 임용해 경력을 쌓아가는 기존의 경력법관제가 법관의 계급주의, 엘리트주의와 카르텔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2013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당시,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5년,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7년 이상 경력자 중에서 임용하도록 했다.
이후 추가 개정을 통해 2024년까지는 5년, 2025년부터 7년, 2029년부터는 10년의 경력을 요구하는 식으로 점진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조경력자 지원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점이 현실화하자 대법원은 제도가 우수한 젊은 인재를 법관으로 뽑을 수 없게 해 법원의 재판 역량을 떨어뜨리고 이른바 ‘후관 예우’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법 개정을 촉구해왔다.
즉, 법조일원화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여러 전제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판사의 고령화, 역량을 갖춘 충분한 수의 판사 임용의 어려움, 재판지연 심화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대법원의 움직임에 대해 ‘사법 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를 후퇴시킨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왔으나 민주당 이탄희 전 의원 등이 반대해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 표결에서는 재적 244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2명, 기권 1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김상욱, 민주당 추미애 위성곤 임호선 곽상언 김남근 양부남 이용우, 진보당 윤종오 전종덕 정혜경,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진보당 윤 의원은 반대토론을 신청해 “21대 국회 당시 부결된 이유는 사회적 숙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폐기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때문이었다”며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졸속 입법이자 법원의 요구만 반영한 청부 입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가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 조건을 5년으로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다음날인 9월 27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우리 법원이 원활하고 안정적인 법관 임용을 토대로 충실한 심리를 통해 분쟁을 적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했다.
천 처장은 “법조일원화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재판 지연 해소에 대한 국민적 요청, 법관의 업무 부담과 근무 여건, 법조 전체의 환경 등 우리 사법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조일원화 제도의 취지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함께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법관을 임용할 수 있도록 법관임용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천 처장은 또 “판사정원법이 신속하게 개정돼 충분한 재판 인력이 확보됨으로써 당면한 재판 지연 문제가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