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우리 삶을 형성한다. 정치와 사회가 상호 긍정적 영향을 끼칠 때 정치는 안정되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정치가 분열될 때 사회분열이 일어나고 다시 사회분열은 정치 분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정치적 이념에 매몰된 국민이 좌와 우로 갈라져 극한 대립을 계속하게 되고, 이러한 대립은 다시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정치인들은 팬덤을 의식해 상대에 대한 증오를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팬덤은 여기에 호응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정치 이념에 매몰되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상대 정치인을 극도로 혐오하는 일도 벌어진다. 상대편은 ‘그냥 싫다’는 반감이 커지면서 ‘공격을 위한 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넘쳐난다.
정치인 팬덤은 기존 정치·정당·언론·지식인을 신뢰하지 않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확산시킨다. 팬덤에 기대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 이들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 획득을 위해 더 강경한 견해를 취한다. 가령 문재인은 ‘대깨문’에, 이재명의 ‘개딸’에 의존하며 팬덤을 의식한 행동을 하다 국민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민주당 전현희는 최고위원 당선이 어려워지자, 노골적으로 ‘개딸’에 구애하기 위해 국회 청문회장에서 느닷없이 “김건희는 살인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전현희는 그 공로를 개딸들에게 인정받아 일약 2위로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정치인 팬덤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 귀에 맞는 말과 그들 눈에 차는 행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이런 행동은 중간에 서 있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 혐오를 키운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국회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무려 74.1%에 달했다.
정치인들은 정치 분열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회분열은 주로 경제 격차, 문화적 차이, 인종 및 종교적 갈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런 분열의 촉매제가 바로 정치 분열이다. 또 사회분열이 커지면 정치 양극화가심화하고 이런 악순환은 막기가 극히 어렵다. 가령 경제 격차가 커지면 하위 계층은 상위 계층에 대한 분노를 키우게 되고, 이는 정치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문화적 격차가 커질수록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집단 간의 갈등이 커지는데 이는 정치 양극화를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정치 양극화 문제 해결은 더는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가령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정치 이념적 분열은 정말 심각하다. 전국 성인 남녀 3950명을 면접조사(지난해 6~8월)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2.3%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다면 연애와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무려 58.2%에 달했다. 친구·지인이라도 정치 성향이 안 맞으면 술자리를 할 뜻이 없다는 답변도 33%에 달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이념이나지향점이 다른 사람과는 상대도 하기 싫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사회분열과 정치 분열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민을 갈라치는 위험한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다양한 집단을 대표해야 하고 국민 전체를 포용하는 정치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강화다. 사회분열과 정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교육 또한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정치인은 모름지기 공동체의 안정과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치인의 분열적 책동이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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