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총평]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영역(이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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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총평]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영역(이원준)
  • 이원준
  • 승인 2024.07.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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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메가로스쿨

이원준 메가로스쿨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이후 리트) 제17회 언어이해 영역은 2020학년도에 35문항에서 30문항으로 축소된 이후 두 번째로 쉬운 시험이었다. 메가로스쿨은 원점수 평균을 약 17.0로, 표준 표차를 약 3.8로 예상한다. 원점수당 표준 점수는 9/실제 표차로 약 2.36점이다. 필자도 평균 원점수를 약 16.93점으로 예측한다. 필자의 근거는 정답률 평균과의 상관관계이다. 두 변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0.955로 강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이며, p-값은 0.01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정답률 50% 미만의 고난도 문항 수와 가채점에서의 정답률 평균을 고려할 때, 2025학년도 리트 언어이해 시험은 2020학년도보다는 어려웠고, 2023학년도보다는 쉬웠다. 시험이 어려워지면 표준편차가 줄어들어 평균에 더 집중되고, 시험이 쉬워지면 표준편차가 늘어나 평균에서 분산된다. 2025학년도는 2024학년도에 비해 평균에서 분산되었다.

응시자 수가 17,519명으로 역대 최고였기 때문에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리트의 난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법학적성평가연구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어려워서 손대지 못하거나, 문장이 너무 길어 읽다 포기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절한 난이도를 목표로 출제할 것”이라며 2024학년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문 길이와 문항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겠다고 밝혔었다.

어려운 시험 후 쉬운 시험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출제기관은 종종 이러한 반작용을 보인다. 필자는 문득 2014학년도 언어이해 시험이 떠올랐다. 2013학년도에 매우 어려운 불리트를 치른 후, 2014학년도에는 역사적으로 쉬운 물리트를 치렀기 때문이다. 수능 국어에서도 2022학년도에 역대급 불수능을 낸 후, 2023학년도에는 물수능을 낸 바 있다.

그래도, 2025학년도에는 고난도 문항을 12개에서 8개(6번, 14번, 18번, 21번, 25번, 26번, 27번, 30번)로 줄여 최소한의 변별력을 갖췄다. 2014학년도에 고난도 문항 수를 10문항에서 2문항으로 너무 줄어 수험생들의 혼란이 컸던 것과 비교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2025학년도 리트 언어이해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지문 길이, 소재, 어휘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문의 길이를 대폭 줄인 것이다. 2024학년도 지문의 공백 포함 글자 수 평균은 2129자였으나, 2025학년도에는 1971자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지문 길이에서 총 1574자가 줄어든 것으로, 이는 한 지문이 줄어든 것과 비슷한 차이이다. 이번에 언어이해 지문의 글자 수는 약 2000자 전후로 가이드라인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2300자를 넘는 지문은 단 한 지문도 출제되지 않았으며, 10개 지문 중 5개의 지문이 2000자를 넘겼고 나머지 5개의 지문은 2000자를 넘기지 않았다. 지문의 길이가 짧아진 대신, 학자나 저서 등의 이름을 지문에 많이 제시하여 찾는 시간이 필요하게 만듦으로써 어느 정도 난이도를 조절하려고 하였다.

소재면에서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전 국역이나 동양 철학 소재를 출제하지 않았다. 선지 구성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ㄱ, ㄴ, ㄷ 등을 조합하는 조합형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 조합형 문항은 보통 5지 선다로 구성하기에는 정보의 밀도가 낮은 경우에 출제한다. 조합형 문항을 내지 않은 것은 정답률 높은 문항이 포함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정답률이 90%가 넘는 초저난도 문항도 3개(1번, 3번, 10번) 있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시험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어휘 면에서도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2024학년도에 가장 매력적인 오답으로 꼽혔던 1번, 11번, 19번 문항을 분석해보면 ‘정향’, ‘언표’, ‘적자’와 같은 낯선 한자어와 관련되어 있었다. 이번 시험에서는 이러한 낯선 한자어의 부담을 줄여 가독성을 높였다.

리트 언어이해 시험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낸 정말 아름다운 시험이다. 하지만, 매년 나오는 불만 사항을 반영해 미비점을 고치다보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년에는 지문 길이가 길어서 몇 지문을 버리게 된다는 불만 사항이 있었다. 이를 반영해 지문 길이를 줄이면, 지문이 불친절해지거나 배경 지식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헤어의 공리주의를 다룬 14번 선지 ③은 올해 가장 많은 이의제기가 이루어진 문항이다. 필자가 보기에 출제 오류는 아니지만, ‘결과를 계산하지 않는 권리론’은 지문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배경 지식 없이 지문만 읽고 선지를 도출하는 것은 어렵다. 선지를 만든 후 지문 길이를 줄이기 위해 관련 내용을 생략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경 지식이 요구된다고 해서 출제 오류는 아니지만, 지문의 길이를 줄이면서도 선지에 나온 개념을 지문에 언급하는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다고 본다.

라이언스에 따르면, 윤리 이론은 권리의 규범적 힘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권리 침해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증의 수준을 '논증의 문턱'이라고 부른다. 라이언스는 규칙 공리주의가 권리의 규범적 힘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논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윤리 이론이라고 본다. 한편, 헤어에 따르면 두 수준 공리주의 이론은 논증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는 직관적 수준의 사유를 통해 권리의 규범적 힘을 인정하면서도, 특수한 경우에는 비판적 사유를 통해 권리 침해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어는 칸트의 의무론처럼 결과를 계산하지 않는 권리론도 권리 침해를 정당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논증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고 본다. 따라서, 헤어는 자신이 주장하는 두 수준 공리주의 이론과 달리, 규칙 공리주의와 의무론이 논증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헤어는 규칙 공리주의에 대한 라이언스의 비판에 동조할 수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규칙 공리주의 < 권리의 규범성 인정 (규칙 준수 이유 제시) < 권리를 계산하지 않는 권리론 < 권리 침해 정당화 (논증의 문턱) < 두 수준 공리주의 이론

또한, 16~18번의 솔로우 성장모형 지문 세트는 거시 경제학을 배운 학생과 배우지 않은 수험생 사이에 정답률이나 소요 시간에서 큰 차이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 솔로우 성장모형은 2025학년도 EBS 수능특강에도 나오지만, 수능 국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없다. EBS 연계가 된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에 공부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트는 EBS 연계와 같은 장치가 없기 때문에 소재 선정에서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부 수준의 소재를 고르는 경우, 지문을 읽지 않고 문제를 푸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트에 학부 수준을 넘어서는 어려운 지문만 내자거나 EBS 연계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문은 수험생마다 유불리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없앨 수 없는 변인이다. 그럼에도 시험 결과가 운에 좌우되는 것은 불공정하다. 따라서 컨디션이나 배경 지식 같은 우연적 요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리트(LEET)는 여러 면에서 탁월한 평가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변호사시험 성적에 대한 높은 예측 타당성은 법조인 선발 도구로서의 신뢰성을 보장한다. 또한, 암기식 학습을 넘어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하기에 '사고력 시험의 표준'이라 불릴 만큼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심지어 수능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도 리트 언어 문제를 풀어 보고, 그 질적 우수성에 감탄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트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험에 따라 응시자들의 성적 등락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는 시험의 특성상 운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항 구성, 응시자의 컨디션, 특정 소재나 특정 문제 유형에 대한 친숙도, 배경 지식 등 우연적 요소들이 성적에 영향을 미쳐, 실제 능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지문 세트 수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10개인 지문 세트를 증가시키면 각 지문의 비중이 줄어 운의 영향력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시험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LSAT는 2023년부터 응시 기회를 연 4회에서 9회로 대폭 확대했다. 개인별 응시 횟수에 제한은 있지만, 이로 인해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다.

이와 같은 지문 세트 수 증가와 시험 횟수 확대는 운의 영향을 줄이고 응시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리트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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