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평가의 한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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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평가의 한계성
  • 김용욱
  • 승인 2024.07.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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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채용과 선발 과정에 인공지능이 관여되도록 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효율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채용 선발 분야에서는 객관성,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고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동시에 AI에, 사전에 심어진 인종, 성별에 대한 편견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말이다. AI는 빅데이터에 대한 강화 학습을 통해 판단의 정확도를 키워가는데, AI에 제공되는 빅데이터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지 않는 편견의 요소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영역에서는 효율화의 관점에서 AI 채용의 관심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블라인드 규정을 위반한 자기소개서 등을 스크리닝해 준다면 인간의 노고를 많은 부분에서 덜어줄 수 있다. 여기까지는 고도의 판단을 요구한다기보다는 키워드 검색 기술 수준의 정량적 판단에 그치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도 구현이 가능하고 실제로 평가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AI 면접에서 게임이나 퍼즐을 풀게 하는 것은 일종에 심리 검사에 가까우며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선에 그친다. 여기까지는 정량적 평가에 가까워서 AI 면접은 일반적인 NCS 기초능력평가 내지 수행능력평가를 전산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 단계에서는 평가의 기준과 대상이 매우 명확한 데 비하여 검토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상당히 많아서 AI 채용은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이라면 일반 시험이라면 문제를 출제하는 비용, 시간의 부담이 적어 매번 새롭게 출제가 가능하지만, AI 전산 알고리즘의 세팅에는 적지 않은 비용, 시간,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같은 모듈의 AI 심리검사 내지 평가에 응한다면 그 응시자는 평가 점수가 높게 나올 개연성이 높아지는데 그 경우에는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른 시험에서라면 동시에 같은 시간과 조건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현재로서는 AI 평가를 오프라인 시험장에서 동시에 치르기는 어렵기 때문에 먼저 AI 평가를 치른 경험자에 의한 구전이 평가의 정확도와 객관성에 대한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면접자의 답변 영상을 보고 추출된 다양한 평가 포인트에 대해 실제 면접관처럼 평가를 수행하는 방식도 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평가의 기초가 되는 근거부터가 확률의 영역으로 자리 잡기 때문에 AI에 「최종적 판단」을 맡기기 어렵다.

우리가 사주팔자를 공식적인 채용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사주팔자의 과학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사 사주팔자가 일정 부분 맞는 부분이 있다 대폭 양보해도 단지 「확률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뿐이지 100%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말 탐지기가 탐지하는 진실성에 대한 정확도도 높게는 97%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우리 법원은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피고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100%가 아니며 정확도에 대한 확률도 산출이 어렵다면, 평가요인으로 포함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것만을 토대로 최종 결론을 도출할 수는 더더욱 어렵다. 더구나 권위를 인정할 수 없는 전산 알고리즘에서 내리는 재량 판단은 그 도출과정에 대해 인간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이론적 근거부터가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면접 과정에서 AI가 “목소리가 작고 시선을 잘 맞추지 못한 사람은 소극적 성향이다.”라고 판단했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신뢰하기 어렵고, AI가 돌발질문을 던질 수는 있더라도 면접자가 횡설수설하는지 이성적으로 잘 대응하는지를 판단하는 것까지 신뢰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AI 기술 수준으로는 말이다.

AI 면접이 단기간에는 달성할 수 없는 지점이 하나 더 있는데, AI는 조직 문화의 조화를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한 기업에서 가장 뛰어난 직원들의 성향과 선호도를 토대로 신입직원을 선발한 적이 있는데, 그 시도는 단발성에 그치고 말았다. 유사한 성향의 직원들만이 모이다 보니 오히려 단점이 부각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과거 일본의 대기업 실패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도쿄대 등 특정 학교 인력만이 모이다 보니 원활하고 수평적 회의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범생만이 모여있는 조직은 더욱더 폐쇄적이기 쉽고 변화에 둔감해지기도 한다.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미화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한 조직 안에는 MBTI의 다양한 유형, 태양·태음·소양·소음의 다양한 체질의 인간형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내부 생태계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준다. 그런데, 현재의 AI 면접은 건강한 조직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고도의 판단의 영역까지는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다. 우리가 종종 기관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최종 면접을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지위가 가지는 권위를 신뢰하기 때문이고, 그 사람의 조직 성패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판단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AI는 그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AI에 딜리트(delete) 버튼을 누른다 해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AI가 준 데이터 분석 결과를 참고자료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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