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노무사
現)노무법인 신영 대표 노무사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사수료
서울지방노동청 국선노무사
윌비스 한림법학원 노동법 강사
메가공무원학원 노동법 강사
서울시 시내버스 채용심사위원회 위원
(사)노동법이론실무학회 정회원
연세대학교 법학석사
前)키움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전문위원
[사실관계]
원고들은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사업자로서 한국도로공사와 직접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또는 용역업체에 고용된 상태에서 피고의 지사에서 상황실 보조, 당직 등(이를 통틀어 ‘상황실보조’라고 하고, 이러한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을 ‘상황실 보조원’이라고 한다)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개인사업자인 원고들의 대부분은 용역계약이 종료된 후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개인사업자 원고들은 공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용역업체 소속 원고들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의하여 공사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하였고, 아울러 공사의 취업규칙 등에 의한 기준임금(기본급, 상여수당, 교통보조비), 복리후생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혹은 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개인사업자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고, 용역업체 소속 원고들은 피고에게 파견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들에게 피고의 ‘현장직 직원 관리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금전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판결요지]
1. 파견법 제6조의2는 제1항에서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 사용사업주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직접 고용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제3항에서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르고(제1호),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저하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호).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는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하여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본래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아니하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피고가 용역업체 소속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더라도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조무원은 피고의 현장직군의 하위 직종 중 하나인데, 조무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 중에 원고들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1.8.4. 개정된 이 사건 예규는 별표 2에서 경비원을 조무원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별표 6에서 ‘경비원(당직보조자 포함)’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비원이 실제 존재하였는지, 이들이 담당한 업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를 기록상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별표 6은 조무원을 포함한 현장직 직종별로 기본급의 액수를 정한 기본급표를 마련하면서, 경비원은 다른 조무원과 임금을 달리 정한다는 의미에서 ‘연구원, 경비원(당직보조자 포함)은 별도 운영’이라고 규정한 것이어서 이 사건 예규에 위와 같은 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무원의 기본급표가 원고들과 같은 상황실 보조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상황실 보조원들은 그 수행 업무의 특성상 평일에는 18: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 휴일 및 휴무일에는 09:00부터 다음 날 09:00까지 격일로 근무하여 적지 않은 야간·연장·휴일근로를 하여야 하고, 임금에서 야간·연장·휴일근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 이와 같은 형태로 근무하는 피고 조무원이 있는지는 기록상 확인할 수 없다.
이 사건 예규상 조무원의 기본급표는 1일 기본 8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근무형태가 서로 상이한 조무원과 상황실 보조원의 노동강도가 동일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업무 내용의 차이까지 고려해 보면, 상황실 보조원의 근로의 가치가 피고의 조무원의 그것과 같거나 그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업무 내용, 근로의 가치, 근무형태, 임금구조의 차이에 비추어 보면, 파견법의 입법 목적과 공평의 관념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용자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였다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데 동의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예규에 ‘경비원’이 기재된 경위, 상황실 보조원의 근무형태의 특수성, 상황실 보조원과 조무원의 노동강도의 차이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하고, 만일 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들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지 아니함을 전제로 피고가 상황실 보조원을 직접 고용하면서 합의한 근로조건이나 그 밖에 다른 적합한 근로조건이 있는지, 그 근로조건을 원고들과 피고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심리·판단하였어야 하고, 그렇게 하여도 적용할 적정한 근로조건을 찾을 수 없다면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제2호에 따라 기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