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결판 나는 PSAT, 시험 한두 달 전부터 실전 연습 반복”
“시간 영향 큰 경제학, 쉬운 문제부터 푸는 등 전략적 접근 필요”
“정당한 노력은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실을 맺을 것 확신”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3년 제39회 입법고시 및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이하 ‘5급공채’) 일반행정직 합격생 최수영입니다. 입법고시에 이어 5급공채도 수석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어 또다시 수기를 쓸 기회를 얻은 것을 정말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수험생활 관련해서는 적고 싶은 내용을 이미 다 적은 것 같아, 이번에는 중복을 피하면서 길지 않게 적어보겠습니다.
2. 수험생활 개괄
21년 초 군복무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고시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복학 후 처음 경험한 비대면 학기에 대한 회의감, 기타 개인적인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솔직히 처음부터 큰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하였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공부를 해나가며 힘들 때마다 왜 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점차 생각이 깊어진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과의 상담과 고민을 거친 끝에 종강 후 휴학을 신청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 반년은 집에서 지냈습니다. 기본 과목들의 예비순환, 1순환 강의를 빠르게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연말부터는 1차 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시험과목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적이었고 원래부터 집에서 공부를 하던 터라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공부의 효율이 떨어지고, 답안작성 연습이 너무 부족했던 터라 공부가 1차가 끝나고는 장소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차에서 어느 정도 합격이 예상되는 점수를 받자, 곧바로 고시촌으로 공부 장소를 옮겼습니다. 학원 커리큘럼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며 2차 직전까지 대략 4개월 정도를 머물렀습니다. 집이 멀어서 원룸을 구해 지냈습니다. 원룸과 학원, 식당, 독서실이 전부 도보로 5분 이내에 있었고, 아는 사람도 없는 터라 도저히 ‘딴짓’을 할 수가 없어서 효율성만 따지면 최고의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신적, 육체적으로는 상당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고시촌을 탈출해야겠다는 게 당시 공부의 가장 큰 동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을 크게 망쳤다는 생각에 8월 말까지는 다시 펜을 잡지 못했습니다. 특히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경제학에서 크게 충격을 받고는 시험을 그만둘까 하는 고민도 진지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거의 두 달을 푹 쉬다 보니 어느 정도 컨디션도 회복되고, 또 막상 나온 점수가 예상보다는 양호해 내년까지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9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다시 고시촌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복학 후 학교 고시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고시반에서만 공부한 후, 수험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3. 1차
22년과 23년 각각 5급공채와 입법고시를 모두 응시해 총 4번의 1차 시험에 응시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4번 모두 합격해 2차 역시 4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진입하기로 결정하기 전 2020, 2021년도 PSAT 기출을 차례로 집에서 풀어보았습니다. 둘 다 60점대 후반의 점수가 나왔는데, 공부하면 합격선 정도로는 올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조언을 듣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차는 하루 만에 결판이 나는 시험입니다. 또 시험 특성상 그날의 컨디션에 매우 큰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강의를 듣거나 학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적어도 시험 한두 달 전부터는 거의 매일 실제 시험과 유사한 조건에서 변수를 통제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연습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기출이나 각종 모의고사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꾸준히 푸는 것이 가장 좋은 1차 준비 방법이라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중간중간 계산이나 논리퀴즈를 별도로 연습하는 것도 좋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최대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침에 부모님 차로 시험장에 갈 동안 눈을 감고 이어폰으로 자주 듣던 클래식 피아노곡을 틀어놓았습니다. 점심 도시락과 필기구, 쉬는 시간에 볼 자료, 시계 등 필요한 짐들은 전날 미리 싸두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간 자료는 헌법 교재와 필기를 모아둔 태블릿이었습니다. 교재에는 인강을 들으며 중요한 판례나 조문들에 미리 형광펜으로 큼지막하게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태블릿에는 나머지 세 과목에서 전에 기출이나 모의고사를 풀며 반복된 실수와 오답들을 조금 두서없이 정리해 두었는데, 과목별로 15~20페이지 정도 분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 직전에는 미리 꺼내두었던 사탕을 하나 먹으면서 눈을 감고 가만히 기도(호흡 명상 정도로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했습니다. 긴장을 풀기 위한 제 마인드 컨트롤 방법 중 하나인데, 시험지를 받으면 ‘아, 오늘 나한테 이걸 풀게 하려고 교수님들이랑 선배님들이 진짜 고생하셨겠구나, 나도 열심히 풀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제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상상하곤 했습니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세 과목 모두 예상보다 체감 난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문제 푸는 순서도 ‘40분 1~20번, 40분 21~40번, OMR 적고 남은 시간 동안 건너뛴 문제들’이라고 정해 두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세 과목 모두 정직하게 순차적으로 풀었습니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꼼꼼함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뒤로 가서는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한 문제 한 문제를 정성스레 풀었습니다.
중간에 점심시간에는 식사 후 운동장을 걸으러 나갔습니다. 아침에 들었던 똑같은 음악을 들으며 20분 정도 걸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 농구를 하던 분들도 계셨는데, 체력에 부담 가지 않을 선에서 움직여 주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 끝나고는 바로 집으로 와 저녁을 먹고, 법률저널 채점 및 합격예측 시스템에 제 답안을 입력했습니다. 합격에 큰 문제가 없을 점수가 나온 걸 확인한 후에는 시험지도 더 이상 보지 않고 곧바로 2차 준비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4. 2차
공부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고, 5급공채 시험 복기와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1) 행정법
개인적으로 행정법은 시작이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개념들과 법적 논리에 대한 이해와 판례를 보는 게 익숙해질 때까지는 강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행정법만큼 학습과 현출의 괴리가 큰 과목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초반에는 반드시 손으로 답안을 직접 써가며 감을 잡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일정 시점 이후부터는 스스로 내용을 정리하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직접 판례나 교재를 찾아가면서 중요한 일반론들은 따로 시간을 들여서 답안에 쓸 포맷으로 만들어 외워뒀던 게 실제 답안 작성 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답안 작성법도 연구를 했는데, 초시 때는 20분 가까이를 할애하며 초안을 잡다가 항상 시간이 부족한 걸 느끼고는 초안을 따로 적지 않고 5분 이내에 쟁점만 파악한 뒤 곧바로 적는 연습을 많이 해두었습니다. 답안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팔이 아파서 막판에는 간단하게 일반론까지만 적거나 흐름만 잡는 식으로 부담을 줄였습니다.
올해 기출은 제1문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1문은 토지보상법이 50점으로 나왔습니다. 설문1의 경우 작년처럼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큰 배점으로 묻는 문제였습니다. 일반론으로는 원처분주의와 재결주의 내용을 위주로 적고, 사안에서 수용재결 및 이의재결의 법적 성질, 재결의 고유한 위법이 있는 경우인지 여부 등의 순서로 적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설문2, 설문3의 경우 각각 형식적 당사자소송과 가처분, 하자의 승계가 주 쟁점이었습니다. 설문1에 비해 배점 대비 서술이 많아 분량을 맞추느라 띄어쓰기도 없이 촘촘하게 적었습니다.
느낀 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요즘 문제 추세를 볼 때 소문제들에서 생각보다 논점을 잡는 게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문제마다 큰 쟁점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일반론과 사안 포섭 내용만 적으면 분량이 채워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다른 논점들이 보이신다면 당연히 적어주시되, 아니라면 굳이 놓친 게 없나 고민하면서 쥐어짜내려 하기보다는 아는 거라도 충실히 적어주는 게 득점에 유리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포섭이 어려우면 아예 일반론을 보다 길고 풍부하게 적어주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답안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하시다 보면 가끔 답안의 넘버링이나 띄어쓰기, 여백 등에 대한 얘기가 들립니다. 단언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본인이 봐주기도 힘들거나 헷갈리는 정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써도 점수에 별 영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 시험에서 시험이 끝나기 직전에 넘버링을 잘못한 걸 깨닫고는 목차 앞 숫자를 전부 지저분하게 볼펜으로 지우고 고쳤는데, 당시 2차 과목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2) 경제학
올해는 경제학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고 다양한 강의를 들어보려 노력했습니다. 기출은 물론이고 전에 풀어보지 않았던 강사들의 문제집, 교과서 연습문제나 교수님들의 연습책, 학교 수업을 들으며 구한 학교 시험 기출문제 등 몇 달간은 구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닥치는 대로 풀었습니다. 또 3순환 기간에는 수강하는 경제학 강사도 과감하게 바꾸어 새로운 측면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답안 형식이 중요하지는 않은 과목인 만큼, 실제 시험처럼 답안을 작성하기보다는 다양한 문제들의 어느 정도 공통된 풀이법을 익히고 실수하지 않는 연습을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자주 하는 실수와 잊어버리기 쉬운 개념들은 태블릿에 따로 정리해 두었는데, 실제 시험장에 그 자료만 가져갔습니다.
시험 전날인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경제학만 공부했는데, 강사의 문제집에서 자주 틀려 따로 체크해 두었던 문제들 위주로 빠르게 풀면서 부족한 계산이나 개념들을 보충했습니다. 작년에 경제학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생각해 다른 과목들보다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처음 문제지를 뒤집어 볼 때 머리가 잠시 새하얗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억지로라도 시작 몇 분 전부터 ‘아, 별거 아니다’를 반복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살짝 띠고 시험지를 뒤집는 자기기만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정말 작년보다는 무난했습니다.
올해는 4문제가 나왔는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다양한 파트에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소양을 점검하는 문제들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4문제 중 가장 까다로웠다 생각한 제2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문제를 풀어본 적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저는 설문2에서 ‘의미를 설명하라’는 요구가 있는 걸 보고 문제의 출제 의도부터 생각했습니다. 보통 정보비대칭 하 위험분담 문제에서는 파레토 효율이 달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대리인 쪽도 위험중립자인 경우 파레토 효율이 달성될 수 있다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계산 전부터 베타 값이 당연히 1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풀기 시작했습니다.
다 풀고 여유가 좀 생기자 같은 결과를 KKT(Karush-Kuhn-Tucker) 조건을 사용해서도 도출할 수 있다고 마지막에 한 줄 언급하거나, 도출된 결과가 파레토 효율적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수평축이 노력수준인 그래프 하나를 추가한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문제에서 물어본 걸 전부 대답한 후에도 여백과 시간이 남을 경우에만 낼 수 있는 욕심이었습니다.
경제학은 시간이 남을 때랑 부족할 때의 차이가 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올해 시험은 다행히 시간이 남은 편이었습니다만, 작년은 정반대였습니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을 것 같은 문제는 일단 뒤로 미뤄두고, 보다 쉬운 문제를 확실히 푼 후에 남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건너뛰었던 문제를 푸는 게 전반적으로는 나아 보입니다. 아예 백지로 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유사하다 싶은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적는 게 소수점 몇 점이라도 더 버는 방법이므로, 작년의 저처럼 잉크를 아까워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자를 잊어버리고 가는 분들이 많아, 전날에 꼭 미리 챙겨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3) 정치학
경제학과 함께 올해 시험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과목입니다. 초시 때 하던 방식의 서브노트만을 이용한 단순 암기 위주 공부의 한계를 깨닫고 맥락을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학원 강의를 통해 수험 정치학의 윤곽을 잡고, 최신 논문이나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되는 ‘이슈와 논점’ 자료 등에서 최근 논의되는 주요 주제들을 파악하였습니다. 소규모로 진행한 답안작성 스터디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정치학은 생각보다 투자 대비 효율이 좋은 과목입니다. 특히 현실 정치와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떠올리다 보면 왜 이런 논의가 나오는지, 주제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어렴풋이 보이며 흥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맥락을 잡아가면서 논문 등을 통해 글 쓰는 법을 학습하고 속도를 붙이다 보면 실제 외울 건 많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 경제학이 끝나고 나니 집중력의 1차 위기가 왔습니다. 권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같이 시험을 보러 다니는 동료들과 식사 후 조금 쉰 뒤 찬찬히 정치학 정리 노트를 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원 강의에서 사용한 교재를 정리 노트로 사용하면서, 최신 몇 개년 논문과 ‘이슈와 논점’ 자료들을 태블릿에 별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시험장까지 가져갔습니다.
입법고시에서 이미 선거제 관련 논의가 나와서 설마 또 나올까 싶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제1문에 50점으로 나왔습니다. 정치학은 중요한 주제라면 이전 출제 여부를 가리지 않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선거제는 전부터 준비를 많이 해두었고, ‘이슈와 논점’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해서 독일을 비롯한 각국의 선거제도를 소개한 자료도 미리 정리해 두어서 설문3까지는 약간 신나게 썼던 것 같습니다.
제2문 설문2와 제3문 설문2가 상대적으로 불의타였습니다. 특히 제3문에서 월러스타인의 세계체제론과 월츠의 신현실주의를 함께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답안 구성에 애를 먹었습니다. 다만 설문1과의 연계상 세계체제론이 메인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는 점, 신현실주의는 일반론으로 외워 둔 내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목차는 신현실주의 관점에서 구조의 특징을 최대한 세분해 잡으면서 세계체제론이 그와 대비해 어떤지를 강조하는 식으로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치학은 따로 목차를 많이 나누지 않고 문단만으로 적어도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큰 감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4) 행정학, 정보체계론
행정학은 작년보다 주제가 무난했다 생각함에도 오히려 점수가 떨어져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행정학에 큰 투자를 안 한 탓이 크다 생각합니다. 의외로 행정학은 정치학과는 주안점이 많이 다릅니다. 많은 행정학 고수분들께 행정학은 정치학보다 키워드 제시, 소목차 활용, 짧게 치고 들어가는 문장들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한 행정학과 교수님께서는 소목차를 통해 핵심 내용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득점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일단 개념 숙지도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그냥 되는 대로 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합격에는 큰 지장이 없었던 만큼, 저처럼 행정학을 방어 과목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은 큰 투자보다는 암기노트 제작 및 반복 암기에 보다 방점을 잡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치학이 끝나니 뭔가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보체계론과 행정학은 애초에 ‘과락만 면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서, 마지막에는 암기노트를 반복해 외우는 식으로만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과목 모두 전날에는 암기노트만 빠르게 한번 체크하고, 잠시 낮잠을 자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행정학은 마지막 과목이었음에도 답안을 어떻게 작성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보체계론은 예상보다 높은 점수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선택과목이라 평균 등 통계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습니다만, 어느 정도 잘 봤다고 했을 때 제3문에서 대처를 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은 정보화 발전단계라는 게 따로 있는 건지도 몰라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다만 정보격차의 유형은 ‘접근, 역량, 활용’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이를 목차로 해서 적절히 구성해 이 세 유형이 단계별로 점차 심화되는 것처럼 적었던 거 같습니다.
5. 3차
5급공채 면접시험은 별도로 스터디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입법고시 면접 내용을 다시 그대로 적겠습니다. 다만 5급공채의 경우 입법고시보다 준비기간이 훨씬 길고, 올해의 경우 제가 느끼기로는 면접위원님들의 압박 강도나 질문 난도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 같아, 지금으로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씀 정도 드리고 싶습니다.
과천에서 먼 곳에서 출발하는 분들은 시험 당일에는 충분히 여유 있게 출발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출근 시간에 사당역에서 인재개발원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시려면 꼭 4번 출구에서 잡으시기 바랍니다.
입법고시 면접은 준비기간이 열흘 남짓입니다. 면접 준비 자체가 태어나 처음이었고, 이전부터 토론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아 준비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특히 2차 공부가 길어지면 말을 조리 있게 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혹시나 고시 진입까지 시간이 많이 남으신 분은 관련 경험을 의도적으로라도 쌓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공부를 시작하고 난 후라면 2차 합격 전까지 따로 시간을 많이 쓰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면접 준비로 2차 합격자분들과의 스터디와 학교에서 별도로 진행된 모의면접에 참여하였습니다. 다행히 스터디에 면접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계셔서 처음에 큰 도움을 받았고, 합격생 선배님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말투나 표정, 발언 내용 등을 조금씩 교정했습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와 양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입법고시 면접은 크게 개인면접(PT)과 집단토론(GD)으로 이루어지는데, 개인면접의 경우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당황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자신이 면접위원님의 질문을 잘 이해하고 대답한다는 분위기를 내비치는 게 좋습니다. 집단토론은 결코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하는 게 이기는 게 아니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적절한 타협을 도출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그렇게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터디원분들과 꾸준히 연습하시다 보면 열흘 안에도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6. 나가며
내년 시험의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5급 공채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적어도 내용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공부에 도전하시거나 이미 하고 계신 와중에 그런 걱정까지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감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정당한 노력은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실을 맺는 거라 확신합니다.
올해 정말 분에 넘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평생 받을 축하를 몰아서 받는 느낌입니다. 지금의 이 감격스러운 마음 잊지 않고, 받은 만큼 베풀며 헌신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기쁨과 평화가 넘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