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때부터 무조건 생동차로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뿐”
“끊임없이 ‘왜’ 질문 던지고 생각 확장하는 과정 도움”
“시간 부족했던 1차 준비, 객관식 특성 최대한 활용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린다”는 말이 있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노력해야 그 비슷한 수준에라도 닿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험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시험에서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다음 시험에 합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집중력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결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물론 목표를 높게 설정하면 그만큼 스스로를 더욱 독려하고 채찍질하는 힘겨운 싸움도 견뎌내야 한다. 게다가 꿈의 크기와 간절함에 비례해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높은 이상을 품기보다는 ‘현실적’인 관점으로 목표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2023년 제60회 변리사시험에서 1년 만에 생동차로 최연소 합격의 영광까지 거머쥔 곽아현 씨는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고, 실제로 호랑이를 그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진입 때부터 무조건 생동차로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달려왔던 1년의 여정을 최연소 합격으로 끝맺을 수 있어 다행이고 도움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곽 씨는 2001년생, 만 21세로 정의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에 진학해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됐고 상상과는 달랐던 대학 생활에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첫 대면 학기였던 2022년 1학기 전공 수업에서 58기 변리사인 원해린 변리사를 만나게 됐다. 곽 씨는 약 1년 만에 생동차로 변리사시험에 합격했다는 원 변리사의 수기를 읽고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변리사라는 직업에 원래부터 흥미를 가졌던 찰나에 ‘너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생동차 합격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수험생활에 뛰어들게 됐다”고 도전의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2022년 7월에 본격적인 수험을 시작해 2학기 수업을 병행하면서 1차시험을 준비했고 종강 후에는 전업 수험생으로서 12월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년의 수험생활을 했다. 그 결과 1차시험에서는 86.66점, 2차에서는 58.11점의 우수한 점수로 목표를 달성했다.
1차시험을 준비할 때는 학교 수업을 병행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문의 정오만 판단하면 되는 객관식 시험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1차 법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쓸 수 있도록 암기하는 것’이 아닌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법리가 자연스러운 지식으로 느껴질 때까지 기본서 다회독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또 많은 양의 문제집을 풀어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한 권의 문제집으로 각 조문과 판례들이 ‘어떤 식으로 문제화되는지’만을 파악하고 기본서에서 ‘문제화됐을 때 헷갈릴 만한 지문들’만을 표시하고 반복적으로 보면서 기억하려고 했다.
자연과학개론의 경우 베이스가 있었기에 물리, 화학만 2배속으로 강의를 듣고 생물과 지구과학은 기본서로 독학했다. 투자 시간 대비 효율이 높은 지구과학은 10개 모두 맞히는 것을 목표로 했고 나머지 세 과목은 난이도에 따라 6~8개 정도만 맞히자는 생각으로 지엽적인 부분은 배제하고 공부했다.
1차 과목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절차법적 측면이 많은 특허법이었다. 곽 씨는 특허법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조문 문제, 판례 문제, 사례 문제 셋으로 나눠 대비 전략을 세웠다. 조문을 모두 외우는 것은 시간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곽 씨는 조문을 인쇄한 후 문제화될 수 있는 단어들만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예를 들어 제16조 제2항의 경우 ‘특허청장 또는 특허심판원장’, ‘정당한 사유’,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2개월’, ‘청구에 따라’를 형광펜으로 칠하고 해당 부분만 집중적으로 읽었다.
판례 문제의 경우 얇은 판례집을 읽으면서 결과가 반대로 나왔을 때 헷갈릴 수 있을 법한 판례들만 인덱스를 붙여 가며 눈에 바르는 식으로 반복해서 읽었다. 사례형 문제는 기출문제를 통해 대비했다. 곽 씨는 “이러한 체계화의 과정을 거치는 방대한 양의 특허법이 조문집과 몇 개의 인덱스만으로 줄어들게 됐고 산업재산권법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효율적인 공부 노하우를 소개했다.
2차시험의 준비는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우 3월부터 5월까지는 기본서를 꾸준히 반복해서 읽으며 법리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암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답안 작성법을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GS에 임했다.
실전 GS가 끝나가는 5월 말까지도 책을 떼지 못했을 정도로 암기는 부족한 상태였지만 GS 등수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기에 남은 두 달 동안 암기에 집중하면 시험장에서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곽 씨는 “각 판례들의 의미와 용도를 이해하니 암기가 훨씬 수월해져 6월 중순부터는 책을 보지 않고 GS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차에서는 민사소송법이 가장 큰 벽으로 다가왔다. 1차 기간에 민소법 공부를 미리 하지 않았던 ‘민소 노베이스 동차’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동차들과 진도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급하게 기본강의와 사례강의를 듣다 보니 3월부터 공부 시간의 70% 이상을 민소법에 투자했음에도 5월 말까지도 아무런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곽 씨는 6월 내내 하루에 6~7시간씩 기본서를 읽으면서 어떤 파트에 어떤 논점이 있는지, 각 학설은 어떤 논거가 있으며 판례는 어떤 논거로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를 익히려고 노력했다.
6월 말쯤 대부분의 논점이 머릿속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 후에야 사례집 목차 잡기를 시작했다. 곽 씨는 사례집을 목차와 텍스트를 외우기보다는 ‘내가 어떤 목차를 자주 누락하는지’만을 파악한 후 기본서로 돌아와 암기의 정밀도를 높였다.
이처럼 민소법은 시간이 매우 부족해 정형화된 목차를 따랐지만 특허와 상표는 목차만으로도 문제를 푼 티가 나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甲의 부품 A 생산이 간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와 같이 주체와 사안의 쟁점을 목차에 녹여내고자 했고 마지막에 (적극/소극)을 붙여 결론이 미리 파악될 수 있도록 했다”고 자신의 답안 작성 요령을 설명했다.
이어 “생각의 흐름대로 문제를 푼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목차를 잡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답안 작성에 들어갔는데 목차를 잡는 약 30분가량의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게 되니 목차 내의 내용 구성에도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주논점 판례는 최대한 두껍게 쓰며 키워드에 “” 표시를 해줬고 사안을 포섭할 때는 동그라미 숫자를 이용해 판례의 키워드와 제시문의 문구들을 대응시켜 최대한 자세히 사안포섭을 했다.
그의 공부 방법을 보면 단기 합격에 최적화된 효율적인 공부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또 다른 비결은 없을지 궁금했다. 곽 씨는 “기본서를 읽으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물론 시험과 관련 없는 부분까지 너무 깊게 파고드는 태도는 지양해야겠지만 ‘이해’는 효율적 암기와 유동적인 답안 작성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실제로 판례가 어떻게 문제화될 수 있을지, 어떤 논점과 접목되어 나올 수 있을지, 어떤 문구를 보면 어떤 판례를 떠올려야 하는지 등을 꾸준히 고민하며 기본서 회독을 했더니 사례 문제를 많이 풀지 않았음에도 논점 추출이나 목차 잡기가 수월하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반적인 수험 기간에 비해서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압축적인 공부가 필요한 만큼 체력적, 정신적으로 부담이 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법 등에 대해 물었다.
곽 씨는 “올해 약 두 달 정도 수영을 다녔는데 공부 시간이 방해받는 것 같아 몸이 버텨주기만을 기도하며 건강관리는 딱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결국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2GS를 하면서도 월요일 점심까지 앓아누웠었기 때문에 미리미리 운동 습관을 만들어 두시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1차시험 준비 시기였다. 혼자 준비했기 때문에 의문이나 부담감을 온전히 홀로 안고 가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그런 외로움과 불안함은 2차를 준비하면서 현장 GS를 필두로 여러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해소됐다.
곽 씨는 “위로와 행복을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게 큰 버팀목이 됐다”며 “혼자였다면 몇 번이고 무너졌을 것 같다. 다가올 주말의 소소한 행복을 기다리며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준 수진 언니와 정은이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고마운 이들을 떠올렸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험생활을 무사히 마친 곽 씨는 자신이 받은 온기를 그와 같은 꿈을 꾸며 노력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응원으로 나눴다. 곽 씨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특히 2차는 실력이 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정체된 것 같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다 보면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저 또한 이번 2차시험에는 시험 한 달 전이 되어서야 그런 기분을 느낀 것 같다”며 “노력하는 모두에게 찬란한 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변리사시험 생동차 합격이라는 호랑이 그림에 최연소 합격이라는 화려한 장식까지 달아 멋지게 완성한 곽 씨는 일단 학교생활에 충실할 계획이다. “남은 대학 생활 동안 다양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며 “우선 전공 공부와 외국어 공부를 시작으로, 이번 합격을 또 하나의 양분으로 삼아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그림을 그리게 될지 기대된다.
이제 수험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할 시간, 그는 지금까지 그의 꿈을 응원하고 곁에서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철없는 20대 초반을 보냈음에도 꽤나 갑작스러웠던 선언에 단 한 번의 반대 없이 무한한 신뢰와 응원을 보내준 엄마, 아빠, 항상 기도해 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랑하는 우리 동생 건호에게, 힘들었던 순간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준 유빈이, 민서, 많은 힘이 되어준 소은이와 지민이, 지연이, 지희, 민재, 가현 언니, 다예, 수진 언니와 정은이, 합격에 많은 도움 주신 원해린 변리사님, 박형준 변리사님, 한경훈 변리사님, 마지막으로 19살의 수능과 23살의 변리사시험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응원해 주었던 인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