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다시 시작해 봅시다>
제이디(필명)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선택으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
운 좋게 로스쿨 도입기에 입학했지만 결과적으로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법 제도와 로스쿨 환경 등 객관적 상황을 탓하기에 앞서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도전을 할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변호사가 되지 못한 것은 긴 인생에서 보면 실패가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미국 변호사
피천득 님의 수필에 등장하는 늙은 거지의 ‘은전 한 닢‘처럼 변호사 명함을 간절히 원한다면 미국 변호사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LL.M. 과정을 마쳐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돈을 벌면서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미국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고 워싱턴 D.C. 등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응시 횟수에 제한이 없기에 (활용도 문제는 차치하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2)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 법조인접직역
변호사시험을 준비했던 법 공부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 법조인접직역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과거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하지 못한 선배들도 대안으로 법무사시험에 많이 도전했습니다. 1, 2차 과목 중 부동산등기법, 공탁법 등 몇 과목을 제외하면 변호사시험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법조계에 몸담고 싶은 분이라면 도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1년에 130명밖에 선발하지 않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무사 평균 합격 연령이 40대 중반이고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과 달리 응시자격에 영어 성적(토익 700점 이상)이 포함되지 않아 뒤늦게라도 법리에 눈을 떠 법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학부에서 경영, 경제 등을 전공했다면 세무사나 노무사, 감정평가사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공대 출신이라면 변리사시험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이나 생업으로 인해 변호사시험과 같은 고시 공부는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라면 행정사, 공인중개사, 가맹거래사 등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법률 분야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살려 나갈 수도 있습니다.
3) 공무원, 공기업, 언론사 등 취업
제 주위의 많은 분들도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를 떠나 공무원과 공기업, 언론사 등에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송무만 할 것이 아니라면 로스쿨에서 배우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 연습했던 리걸마인드 정도면 충분히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국민의 심부름꾼’에서 나아가 ‘지도자’도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 이외에도 스타트기업 창업이나 박사학위 취득 등 로스쿨 출신이 나아갈 방향은 무궁무진합니다. 최근 서강대 대학원 글로벌법무학과에서도 박사학위와 LL.M.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을 개설한다고 합니다. 변호사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좁은 우물에 자신을 가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세상이 모른척하고 내버려 둔 것 같아도 오윤덕 이사장님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면 됩니다. 그게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니 후회하지 말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가면 됩니다. 단 한 분이라도 부족한 이 글을 통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 분이라도 더 용기 내어 마중물에 저처럼 글을 보내주신다면 기적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글 잘 보았습니다. 당신은 변시는 실패했을 지언정 인생은 이미 성공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