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고시낭인 양산, 법학교육의 황폐화, 법조직역의 획일화 및 폐쇄화, 다양한 전문 인력 양성의 한계 등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출범 15년과 변호사시험 시행 12년. “교육을 통한 법조 인력 양성”이라는 새로운 제도 출범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로스쿨 설치 인가를 받은 25개 대학은 과거 사법시험 제도하에서처럼 ‘어느 대학이 더 많은 변호사를 배출’ 하느냐에 명운을 걸면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나아가 사회 전반에 비상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법조인력양성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면서, 과거 법과대학 중심의 사법시험 체제에서 합격률이 ‘학생 자질’이냐, 아니면 ‘교수 자질’이냐, 이도 아니면 ‘학생+교수 자질’이냐? 라던 화두에서 완전히 탈피할 것인가도 세간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결과라는 출구에서도 극히 일부 대학(로스쿨)을 제외하고는 기존 대학서열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데다 로스쿨 입시라는 입구에서도 서열이 더 높은 대학으로 갈아타기 위한 반수(半修)가 횡횡하는 등 새로운 제도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는 현실이다.
올해까지 열두 번을 시행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세 번에 걸쳐 세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이 같은 현실을 입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상: 2023년 제12회 초시 합격률
□ 중: 제1~12회 각 로스쿨 합격률
■ 하: 12년간 ‘in·out서울’ 합격률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2년간 변호사시험에서의 응시자 대비 누적합격률은 25개 로스쿨 평균 57.26%였다. 로스쿨 출범 초기의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는 87.15%의 합격률을 보였지만 이후 연간 신규변호사 배출 규모를 1600~1700명 선에서 통제하면서 탈락자들의 재응시 등으로 합격률이 50%대로 급격히 추락, 등락을 반복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0.55%포인트 하락한 53.00%에서 합격자가 결정됐다.
그나마 12년간의 평균이 ‘57.26%’를 유지하는 것은 초기 합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근래의 53~54% 합격률을 지속한다면 누적합격률도 점점 낮아지면서 로스쿨 간의 합격률 경쟁은 여전할 전망이다.
이처럼 고착한 합격률 탓에 ‘우수 인재 선발=합격률 제고’라는 판단에서 전국의 상당수 로스쿨은 신입생 선발에서 전형요소 반영비율 또는 평가방법 등을 숱하게 조정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교육을 통한’이라는 실천적인 교육적 노력보다 입구에서 상대적 학습능력 우수자를 선점하면서 변호사시험에서의 결과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구태의연한 방법론을 더 좇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측면도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승을 위한 각 로스쿨의 다방면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극히 일부만 제외한 기존 대학 서열화가 고스란히 재현되고, 수도권, 특히 서울 소재 로스쿨의 우세가 제도 초기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 평균 누적합격률, 서울 69.8% vs 비서울 47.35%
전국 25개 로스쿨(총 정원 2000명) 중 서울소재 대학은 건국대(40명, 이하 정원), 경희대(60), 고려대(120), 연세대(120), 서강대(40), 서울대(150), 서울시립대(50), 성균관대(120), 이화여대(100), 중앙대(50), 한국외대(50), 한양대(100)로 총 12곳이며 총 정원은 1000명이다.
서울 밖 소재 대학(이하 비서울)은 강원대(40), 경북대(120), 동아대(80), 부산대(120), 아주대(50), 영남대(70), 원광대(60), 인하대(50), 전남대(120), 전북대(80), 제주대(40), 충남대(100), 충북대(70)로 13곳, 총 정원 1000명이다.
국가가 인가기준 충족 여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적 등을 반영해 설치를 인가한 결과다. 이들 대학은 국내 250여 개 4년제 학사학위급 대학 중 규모면에서나 역향력에서 전통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곳이다. 특히 지방 13개 곳은 지역사회에서 거점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학이다.
그럼에도 서울과 비서울 로스쿨 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큰 차이를 보임으로써 서울쏠림은 한국사회의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과제로 남는다.
본지가 지난 12년간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누적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이 70.45%(10490명/14894명)로 비서울의 47.00%(8996명/19141명)보다 무려 23.45%포인트 높았다. 전국평균 누적합격률 57.26% 대비 서울은 13.19%P 높고 비서울은 10.26%P 낮았다.
정원 대비 누적석사학위취득률은 서울 95.73%(11487명/12000명), 비서울 93.38%(11206명/12000명)로 서울이 2.34%P 높았다. 입학자 대비 누적석사학위취득률도 서울이 2.54%P, 정원 대비 누적변호사시험합격률도 서울이 12.14%P, 석사취득 대비 누적변호사시험합격률도 서울이 11.04%P 높았다.
재수 이상 응시 여부와 관련성이 짙은 석사취득자 대비 누적변호사시험응시율은 서울이 129.63%로 지방의 170.81%보다 41.18%P 낮았다. 그만큼 서울 소재 로스쿨이 초시합격률이 높다는 것을 방증했다.
■ ‘20~27%P 격차’...12년간 좁혀지지 않는 합격률
문제는 서울·비서울 로스쿨 간의 이러한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가장 높았던 제1회 시험(87.15%)에서는 서울 93.62%, 비서울 89.70%로 격차가 12.92%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균 합격률이 12%포인트 하락한 제2회(75.17%)에는 서울(85.14%)이 비서울(66.2%)보다 18.94%P의 격차를 보인 이래 3회부터 12회까지 20%P 초중반의 격차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제6회에서는 무려 27.35%P의 격차로 가장 넓은 편차를 보였다. 7회에서는 22.9%P로 좁혀졌지만 8회에서 다시 25.19%P로 넓어졌고 이후 점진적으로 좁아졌지만, 올해 제12회에서는 다소 상승하면서 23.28%P로 넓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인가 및 정원에서의 적절한 지역 배분으로 인해 비서울권역 로스쿨들에서 매년 700~800명의 신규변호사를 고정적으로 배출한다는 점에서 로스쿨 제도의 장점의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방 소재 A 로스쿨의 a 교수는 “로스쿨 출범 15년, 변호사시험 시행 12년이 지나면서 법학 교육 및 법조인 양성에서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면서 “예전 사법시험에는 10여 명만이 합격했지만 로스쿨 덕분에 매년 50명 이상의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는 것도 로스쿨 제도 덕분”이라며 제도 장점을 부각했다.
■ 올 12회 초시합격률도 서울·비서울 22.65%P 격차
향후 변호사시험에서도 서울, 비서울 로스쿨 간의 합격률 편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은 올해 변호사시험 결과를 통해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올해 12회에는 총 3255명이 응시했고 이 중 1725명이 합격해 53%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 중 2020년 3월 입학해 휴학 등 없이 곧바로 졸업하면서 올해 시험에 응시한 12기생(순수 초시)은 1592명. 이들 중 1136명이 합격하면서 71.13%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순수 초시생들의 합격률은 거의 매년 70%대를 유지하면서 전체 응시자 대비 20~30%P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는 ‘교육을 통한다’는 로스쿨 제도에서의 교육 성과에 가장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뿐만 아니라 법조계에도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휴학, 승급, 졸업시험 등과 같은 외적 요인 없는 순수 초시에서의 이러한 결과는 추후 향방을 예측하는데 꽤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서울, 비서울 간의 합격률 편차가 넓었다. 12기 응시자 대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서울로스쿨은 평균 82.03%(680명/829명)이지만 비서울로스쿨은 59.38%(456명/768명)로 무려 22.65%의 격차를 보였다. 전국평균(71.13%) 대비 서울은 10.89%P 높고 비서울은 11.76%P 낮았다.
12기 입학자 대비 합격률에서도 서울은 66.40%(680명/1066명), 비서울은 43.12%(456명/1064명)로 23.28%의 격차를 보였다.
■ 지방로스쿨 “설상가상으로 지역대학할당 의무제까지...”
한편, 서울·비서울 간의 좁혀지지 않는 합격률에는 지방로스쿨의 ‘지역대학 출신 할당제’도 한몫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 소재 B 로스쿨의 b 교수는 “입시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자교 또는 지역대학 출신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20%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잖아도 인재의 서울쏠림이 심한데 지방로스쿨은 지역인재 할당제까지 강제되다 보니 변호사시험 합격률에서 지방로스쿨의 상대적 열세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 이 중 지방대학 로스쿨은 2015년부터 지역대학 출신을 입학정원의 20%(강원, 제주는 10%) 이상 선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지방로스쿨의 원성이 높았고 또 ‘노력하여야 한다’는 임의규정성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법률 제15조 제3항 및 관련 시행령을 개정, 지방소재 로스쿨은 2023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의 15%(강원권 10%, 제주권 5%)로 하향 조절하고 ‘하여야 한다’는 강제규정으로 개정했다.
실제 이태규(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로스쿨로부터 받은 2023학년 입학생 출신대학 자료를 교육전문매체 베라타스알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개 비수도권 로스쿨 가운데 10곳이 지역인재 의무선발 기준을 충족했다.
그동안 지방로스쿨 원장들은 “지방대학과 지방로스쿨을 살리려면 오히려 수도권 로스쿨에서 지방대학 출신들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선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전체 합격률 50.78%)에서 지역인재 졸업생의 합격률은 35.9%에 불과했고 이후 더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