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수험전문지 기자의 일정은 시험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연초 변호사시험을 시작으로 5급 공채, 법원행시, 입법고시 등의 각종 고등고시와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시험의 일정을 따라 1년을 보내게 된다.
최근에는 공인노무사 1차시험과 행정사 1차시험이 있었다. 그중에서 이번 기자의 눈은 이번 공인노무사 1차시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한다. 요 몇 년간 전문자격사시험의 인기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중에도 공인노무사시험은 두드러진 인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어학 시험 과목의 변경 등으로 지원자가 급감하며 2902명에 그쳤던 공인노무사 1차시험 지원자는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5년부터는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는 급기야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합격인원이 1100명, 700명인 공인회계사와 세무사시험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인기 자격시험으로 자리매김한 공인노무사시험. 그 인기의 비결은 뭘까? 공인노무사시험의 최소합격인원은 300명으로 지원자 규모를 고려하면 최종 합격이 쉽기 때문은 아닐 터. 실제로 공인노무사 2차시험의 합격률은 전문자격사시험 중에서도 매우 저조하다.
다른 전문자격사시험에 비해 공인노무사시험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지표는 1차시험에 있다. 공인노무사 1차시험은 2차와 달리 합격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공인회계사와 변리사, 법무사시험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문자격사시험도 마찬가지지만 노무사시험은 과목별 40점,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면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다가 기출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적인 공부법으로도 합격이 가능한 시험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1차시험의 벽을 넘고 2차시험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몰리고 다수의 1차 합격자가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공인노무사시험뿐 아니라 절대평가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전문자격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전년도 시험의 난이도가 올해 시험의 난이도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있다. 어떤 해에 1차시험 합격자가 많이 나왔다면 다음 해 시험은 합격자를 줄이기 위해 시험을 어렵게 출제한다는 것. 그저 풍문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운 게 실제 통계에서도 격년으로 적지 않은 규모의 합격자 증감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전문자격사시험의 수험 인구 자체가 증가하고 있고 수험생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시험 난이도 변화의 영향력이 다소 완화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일까. 시험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방식이 자격시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 형태로 이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험 적합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지엽적인 부분으로 문제를 구성하면서 수험생들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이 아닌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 혹은 ‘운에 당락이 좌우되는 시험’이 되고 있다는 것. 이번 공인노무사 1차시험에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합격자가 배출되면서 이번 시험의 난도가 상승할 것이 예견됐고 그대로 현실화됐다. 그런데 시험의 난도를 올린 방식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격시험의 본질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이뤄진 점이 비판을 받고 있다.
무조건 어렵게 출제하는 게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자격사로서 요구되는 역량을 꼼꼼하게 검증할 필요는 있다. 그런 면에서 내년부터 공인노무사 1차시험이 과목별 문항 수를 현행 25문항에서 40문항으로 늘리는 식의 변화를 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40개의 문항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수험이나 실무상 중요도가 낮은 지엽적 출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방대한 분량의 단순 암기를 요구하는 문제, 오답을 유인하는 치졸한 함정 등으로는 시험 운영과 출제 상의 편의만을 얻을 수 있을 뿐 수험생들의 역량을 가려낼 수는 없다. 한 개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 꿈의 실현을 넘어 역량 있는 전문가들을 배출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시험 운영 기관과 출제자들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