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은 “이는 결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며 “설득 문제에 있어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 등의 출연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오역을 가지고 반일 선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주어를 생략한 채 문장을 사용한 데서 비롯된 오해로 “무릎 꿇으라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전지적 시점의 논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시 인터뷰를 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원문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어설픈 감싸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대내적으로 나라의 살림과 국민을 돌볼 책임을 진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어떠한가.
국내에서의 대표적인 이슈로 주 69시간 근무제가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69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늘어나는 근무 시간은 장기휴가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했지만 포괄임금제와 장기휴가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발이 거세게 일자 윤 대통령은 소통 부족을 인정하며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또 큰 틀은 변화가 없다고 했고 다시 윤 대통령이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하더니 대통령실에서는 60시간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란다. 최근에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폐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니 대통령실에서는 폐기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하는 등 국민의 생계,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바이든-날리면’ 사건을 비롯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 등이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100년’ 발언은 이전의 ‘실수’나 ‘오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일본을 무조건 적대하라는 게 아니다. 발전적인 관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국민을 희생하는 굴욕적 외교로 이룰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100년 전의 일이라고 했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형법도 중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우리 국민을 핍박하고 유린한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들은 여전히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도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를 입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사죄하지 않는 가해자의 편을 들고 있다. 피해자들은 제3자 변제안에 참여한 유일한 기업인 포스코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의 뜻을 명백히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며 스스로에게도 면죄부를 주고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역량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 등의 공직자뿐 아니라 법조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국민의 봉사자 또는 전문가로서 각자의 역할에 맞는 역량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런 역량을 갖추기 위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부를 하는 것이다. 모쪼록 미래의 공직자, 법조인, 전문자격사 나아가 정치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법률저널의 독자들이 수고하는 지금 이 시간들이 현직에 나아갔을 때 역할에 합당한 역량과 책임으로 발휘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