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합격(15기)‧서울대 경영학과 졸업‧2022년 법률저널 LEET ‘이룸상’ 수상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15기로 입학하게 된 ○○○입니다. 저는 재시를 거쳐 합격했습니다. 그렇기에 합격에 최적화된 말씀을 전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입시에 왕도는 없을 것이므로, 지금도 꿈을 위해 분투하고 계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합격 수기를 작성합니다. 부디 제 경험이 여러분의 시행착오나 우여곡절을 줄이는데, 그리고 여러분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Ⅱ. 리트(LEET)
리트는 스터디를 통해 대비했습니다.
1. 인원 및 일정
스터디원들은 초시 때 함께했던 분들과 다시 함께했습니다. 인원수는 초시 때는 5명이었고 재시 때는 3명이었습니다. 스터디는 3월 초부터 7월 시험 당일 직전까지 주 5회 진행하였고, 일주일을 ‘이틀 스터디-하루 휴식-사흘 스터디-하루 휴식’의 루틴으로 계획했습니다. 스터디가 있는 날에는 스터디원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서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추어 리트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한 세트를 풀었으며, 당일 채점 및 풀이하였습니다.
2. 자료
초시 때 기출 문제를 3번 정도 풀어보았기에, 재시 때는 기출 문제보다 사설 모의고사들을 주로 풀었습니다. 지난 몇 년의 <법률저널> 및 사설 학원들의 모의고사를 구매하여 풀었으며, 때때로 당해 연도 모의고사들을 현장에서 치렀습니다. 다른 국가고시 문제들이나 논리퀴즈 교재 같은 것은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리트 문제들에 집중하며 리트만의 사고방식과 현장감에 익숙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리트 문제를 만들어본다거나 법 관련 주제의 책을 읽어본다거나 기출 문제만을 반복 학습한다거나 하는 준비 방식도 있다고 들었지만, 제 소견에는, 이미 시중에 제공되고 있는 리트 사설 모의고사들을 최대한 많이 풀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와 같은 환경 및 루틴에 반복적으로 노출
모든 문제 선지의 옳고 그름을 정밀하게 검토
3. 방법과 태도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긴장과 불안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들과 실제로 실력이 부족한 분들. 제 경험상 대부분 수험생에게 부족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긴장감과 불안감을 다스리는 소위 ‘멘탈 관리’법인 것 같습니다(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여러분들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뛰어납니다). 실제로 리트 당일 시험장에서는 내가 알던 내가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나를 마주했을 때, 더욱 덜 당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나도 모르는 자기의 모습을 미리, 반복적으로, 대면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매일매일 요동치는 나의 컨디션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자신의 성향과 감정을 파악하여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은 실제 현장과 같은 환경 및 루틴에 자신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스터디는 매 스터디를 한 공간에 모여 실제 시험의 진행 절차에 맞춰 진행했고, 당해 연도 모의고사를 최대한 현장에서 치렀습니다. 실제 시험에 가까운 루틴과 환경 속에서 공부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연습을 실전처럼 한다는 마음으로.
실제 실력이 부족하다면 위 방법을 더 많이 더 자주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그래서 저는 주 5회 리트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채점 후 풀이할 때 스터디원들이 틀린 문제와 선지만을 검토하기보다는, 모든 문제 모든 선지의 옳고 그름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스터디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알았다고 생각한 것 중에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실수의 본질을 하나하나 천천히 점검하는 것이, 문제를 냅다 많이 푸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리트 성적이 처음부터 잘 나오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저 반복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문제들을 접하고자 시도하며 모든 선지를 하나씩 뜯어보았습니다.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리트는 적성 시험이기에 그 특성상 성적 향상에는 한계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반복된 학습을 하되, 그로 인하여 그 한계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되면 그 이후에는 멘탈 관리뿐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적이나 한계 앞에 조금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뛰어납니다. 자신감은 부족해도 자존감을 잃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혹시 좋은 스터디원을 만나셨다면, 그들과 각박한 경쟁 관계가 아닌 솔직한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격려와 힘이 됩니다. 만약 스터디원 때문에 마음의 짐이나 고민거리가 늘고 있다면, 가차 없이 새로운 스터디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는 점을 덧붙여 전해드립니다.
Ⅳ. 자기소개서
자소서는 진정성, 일관성, 구체성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 토대에 객관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되므로 아래에서 논하지 않겠습니다.
1. 진정성
자기소개서는 결국 설득력 있는 실제적 근거(객관성)에 기반한 자기 포장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을 포장하되 근본 없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근본 없는 허구는 작가 관점에서 잘 써지지도 않을뿐더러 독자 관점에서 흥미롭기도 어렵습니다. 되도록 증명할 수 있는 성과나 활동에 기반하여 그 위에 스토리라인을 펼치는 것이 객관성과 진정성의 균형을 잡는 데 긴요합니다. 증명할 수 있는 활동이 적다고 생각되는 소위 ‘무정성’이라고 하신다면,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셔서 진정성을 보완하신다면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각자의 지난 삶을 연도 또는 학기별로 총정리해보며 스토리라인을 구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2. 일관성
스토리라인은 한두 가지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소개서는 짧은 글이므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다방면이라면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제 초시 때 자소서의 경우 재시 때 다시 읽어보니 엉망이었습니다. 당시 제 활동과 서사가 아까워 이것저것 집어넣으려고 하다 보니 추상적이고 복잡한 글을 쓰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저라는 사람이 한두 가지 간명한 키워드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 년 뒤의 제가 다시 읽기 거북할 정도라면, 심사하는 교수님들께서는 어떠셨을지 짐작 가능합니다. 자소서에 돌입하기 전에 구상하는 단계에서, 자신을 포장할 한두 가지 키워드를 추출하고 그에 기반하여 자소서 각 항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 구체성
구체성의 다른 말은 명확성입니다. 자소서는 구체적으로 혹은 명확하게 쓰는 게 좋습니다. 저의 경우 자소서 항목 하나에 두 개 이하의 활동에 집중해 작성하였습니다. (동기나 후속 활동으로서 어떤 활동을 한 문장 정도로 언급한 것은 여기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활동을 쓰게 된다면 각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글이 추상적으로 되고 문장이 압축적으로 되는데, 이는 자기소개서로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글로써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여야 할 때는 간명하고, 쉽고, 구체적인 문장이 효과적입니다. 그러한 문장들이 뒷받침된다면, 사소한 활동 하나를 쓰더라도 그 안에서 자기의 경험을 녹여냈을 때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 입장에 매몰되어 자신의 추상적 감정과 생각에 집중해 작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모르는 독자 관점에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기타
가능하다면 다른 지인의 자기소개서를 다양하게 읽어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각자의 글쓰기 형식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것에 놀랄 것이며, 그렇기에 각자의 글쓰기가 장단점을 갖춘 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음에 조금 안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타인에게 피드백을 많이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독자의 피드백은 작가에게 무엇보다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여러 의견을 모두 수용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그 의견들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보완점이 있다면 그것만큼은 숙고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Ⅴ. 면접
면접은 스터디를 통해 대비했습니다.
1. 인원 및 일정
저는 두 개의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기존 리트 스터디에서 인원을 충원하여 5명의 면접 스터디를 진행했으며, 연세대학교 로스쿨의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별개로 5인의 면접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기존 스터디의 인원 충원은 지인 소개를 통하였고, 새로운 스터디에의 참여는 서울대학교 커뮤니티를 통하였습니다. 각 스터디는 9월 초부터 시작했고, 자기소개서 제출 전까지는 각 스터디별로 주 1회, 즉 총 주 2회 정도의 스터디를 진행하였습니다. 제출 후에는 각 스터디별로 주 2회, 즉 총 주 4회 정도의 스터디를 진행하였습니다.
2. 자료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기출문제 복기본을 우선 활용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스터디원들끼리 돌아가며 각 학교의 출제 스타일에 맞는 면접 모의문제를 제작하였습니다. 이때 수 개의 제시문을 만들기 위해 논문, 책, 기사 등을 찾아 짧게 편집하는데, 출제자 관점에서 정보의 처리 및 배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면접자로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답변해야 하는지 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방법 및 태도
현장감을 위해 각 로스쿨의 면접 절차와 동일한 시간 간격, 면접 공간 등을 조성하여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면접관과 면접자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며 두 역할에 임할 때의 차이를 좁히고자 함으로써 긴장감을 완화하고 답변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습했습니다.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한 태도와 언행을 갖추어 면접에 임했습니다. 면접 이후에는 면접관 역할을 맡은 스터디원이 면접자 역할을 맡은 스터디원에게 답변 내용(요점을 잡았는지), 형식(두괄식으로 명료하게 말했는지), 말투(공식적인 경어체를 사용하였는지), 행동(부산스러운 손짓 등의 움직임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피드백합니다. 각자의 장점과 보완점에 대해 모두 언급함으로써, 장점은 유지하되 보완점에 유념하는 태도를 체화해 갔습니다. 면접은 처음 할 때 굉장히 긴장되고 횡설수설하게 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스터디를 통해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름 정돈된 답변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연습은 모두 실제 면접장에서 멘탈을 놓지 않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Ⅵ. 나가며
장황하게 써내려 왔지만, 여러 조언 중 결국 자신에게 적합하고 편안한 방법을 취사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은 이미 아주 훌륭합니다. 그러므로 주변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그런 고민도 제 할 일을 열심히 계속하고 있어서 드는 것이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하실 겁니다. 로스쿨 입시 과정이 수험생을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를 저도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그것을 헤쳐나갈 여러분을 무한으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