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평균 191명 응시 자격 상실... 총 응시자 대비 4.4%
헌재 “낭인 방지 공익 커” 합헌 속 당사자들은 속앓이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오탈한 그날 밤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온 가족이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밤을 지새웠습니다. 어머니는 슬피 우셨고,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밤새 아무 말도 없으셨습니다. … 오탈은 참으로 처절하고 절망적인 실패였습니다. 단순히 시험에 불합격한 것 그 이상의 실패입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변호사가 될 수 없고, 저의 꿈이 영원히 단절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법과대학과 사법연수원 등을 대신하는 새로운 법조인력양성 제도로써의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로스쿨)이 2009년 출범, 14년 시행 중이지만 ‘오탈’이라는 복병이 당사자에겐 거미줄 같은 늪이 되고 있다. 위 어느 오탈자의 분노처럼….
로스쿨 제도는 일회성 선발시험을 지양하면서 다양한 전공자에 법률지식을 가미한 전문적인 법조인을 교육을 통해 양성, 배출함으로써 사회 적재적소에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더욱 치열해지는 국제시장경제 등에서의 법률적 수월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우수인력들이 전공 구분 없이 사법시험에 매달리면서 대학교육의 황폐화를 이끌고 또 고시낭인을 양산한다는 사회적 문제를 극복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이러한 이유 탓에 로스쿨은 ‘법학사 비율 3분의 2, 자교 출신 비율 3분의 2 이상 선발 불가’, ‘특별전형 7% 이상 선발’, ‘지역대학 출신 15% 이상 선발’ 등과 같은 신입생 선발 규제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숱한 규제를 안고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과거 사법시험에서 지적됐던, 또는 색다른 형태, 즉 비싼 등록금과 3년의 전업 학습 등에 따른 ‘고비용 비효율적 구조’, ‘로스쿨 교육의 학원화 및 기초 법학 붕괴’ ‘학부생들의 로스쿨 입시 과열과 학점 인플레이션’, ‘고급 인력의 로스쿨 및 법조인 쏠림’ 등과 같은 부작용이 일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로스쿨 입시 낭인’과 ‘변호사시험 낭인’ 문제는 과거 사법시험 판박이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변호사시험에서의 낭인을 막고자 도입한, 5번 응시 이후엔 영구적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한다는 의미의 ‘오탈(五脫)’ 제도는 치유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로스쿨 제도가 출범 이래 변호사, 판사, 검사, 군법무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4년 과정의 학사급 대학을 나와서 로스쿨에서 3년간 학업 후 법학전문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한다.
로스쿨 출범과 동시에 제정된 변호사시험법의 제7조는 “변호사시험은 …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다만, … 시험에 응시한 석사학위취득 예정자의 경우 그 예정기간 내 시행된 시험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과거 사법시험처럼 무한대로 응시하면 새로운 법조인력양성 제도 아래에서도 고급 인력들이 변호사시험 낭인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방어막을 친 셈이다.
하지만 ‘설마, 내가?’라는 자아 확신을 갖고 너도나도 로스쿨 입시로 몰려들었고 그 대가는 종착역 ‘변호사시험’에서 쓴맛의 현실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본보 분석 결과, 2009학년도부터 올해 2022학년도 입학생까지 지난 14년간 로스쿨 입문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리트)에는 총 12만5029명, 연평균 8930명이 응시했다. 이들 중 총 14만1370명, 연평균 1만97명이 로스쿨에 지원했고 이 중에서도 총 2만9414명, 연평균 2101명이 실제 로스쿨에 입학했다.
법조직역에 관심이 있어 로스쿨에 응시한 인원 대비 실제 로스쿨에 입학한 비율은 평균 23.5%에 불과하고 이를 경쟁률로 따지면 평균 경쟁률은 4.25대 1이다.
현재 입학전형이 진행 중인 2023학년도 로스쿨 입시에서는 역대 최다인원인 1만3196명이 리트에 응시했으며 이 중 1만487명이 로스쿨에 지원하면서 로스쿨‧법조인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는 결과는 절대 녹록지 않다. 입구인 로스쿨 입시에서는 자퇴 등 전년도 결원을 각 로스쿨 정원의 10% 이내에서 다음 연도 입시에서 정원 외로 선발하면서 로스쿨 졸업생이라는 분모는 두터워진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출구에서는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 이상’이라는 원칙론과 ‘법률시장 등에서의 법조인 수급 상황’이라는 변수 없는 변수론을 대입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재시 이상의 응시자마저 누적되면서 누군가는 ‘오탈’의 거미줄에 걸리는 구조적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발버둥 칠수록 그 거미줄은 늪이 돼 죈다.
본지가 법무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오탈제도가 적용돼 영구적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상실한 로스쿨 출신은 총 1342명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입학 기수별로는 ▶1기(2009학년 입학자) 108명 ▶2기(2010학년도) 173명 ▶3기(2011학년) 160명 ▶4기(2012학년) 237명 ▶5기(2013학년) 213명 ▶6기(2014학년) 244명 ▶7기(2015학년) 207명이다.
올해 1월 실시한 2022년도 제11회까지, 지난 11년간 변호사시험에는 3만3074명이 출원한 가운데 이 중 3만775명이 실제 응시했고 1만7761명이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경쟁률은 1.73대 1,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평균 57.7%였다.
올해 11회 변호사시험까지 총 합격자 1만7761명 기준으로 하면, 리트 응시자 총 9만989명, 로스쿨 지원자 총 11만1322명, 로스쿨 입학자 총 2만3016명 대비 각 19.5%, 16.0%, 77.2%의 평균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를 풀어 쓰면,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리트에 응시한 100명 중 19.5명만이 지금까지 변호사가 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로스쿨에 진학했더라도 23명은 자퇴, 변호사시험 탈락 등으로 법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특히 무사히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시험에서 4.4명은 오탈제도로 인해 영구적으로 법조인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범위를 좁혀, 오탈제도 충족 적용대상인 로스쿨 1기(2009학년)~7기(2015학년) 총 입학자 1만4541명 중 9.23%(1342명)가 (100명 중 9.2명) 응시자격을 영구적으로 상실한 것이며 그 인원과 비율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탈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사법적, 입법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쳐 위헌법률 헌법소원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로스쿨 제도 도입 등 입법 취지에 부합하고 개인의 권리보다 낭인 방지라는 공익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의 합헌결정을 내렸다.
또한 로스쿨 출신 간, 로스쿨 재학생간, 로스쿨 교수 간, 법학계, 법조계 내에서도 찬반, 존폐 여부에 대한 이견이 상주하고 있어 입법적 개선 또한 진척이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