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차생으로 좌절감 느꼈던 7월에 포기하지 않은 게 비결”
“합불 여부를 떠나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생각”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리사는 법률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공학적 지식이 매우 중요한 직역이고 따라서 시험 과목 중에도 공학적 지식을 검증하기 위한 과목의 비중이 크다. 때문에 변리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물론 합격자 대다수가 이공계에서 배출된다.
그런데 2022년 제59회 변리사시험 최연소 합격자는 비공학도로 통상적인 수험 기간보다 짧은 2년의 수험 기간을 거쳐 동차로 합격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 주인공인 김진주씨는 2000년생으로 올해 23살이며 현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비공학도인 김씨가 어떤 이유로 변리사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김씨는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되는 2020년에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모든 학교 수업이 줌으로 진행됐다. 이 시간을 겪으며 온라인 강의로는 원하던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빨리 시험에 진입해서 코로나가 끝나면 제대로 학교생활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2020년 2학기부터 변리사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올해 7월 첫 2차시험을 치렀고 최연소 합격이라는 성과와 함께 수험 생활을 매듭짓게 됐다.
여러 고시나 전문자격사시험 중에서도 변리사시험을 도전 목표로 선택한 이유는 대학 입학 당시부터 인지공학 심리학을 심화전공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자이자 공학도로서 활동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람있게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변리사에 대해 알게 됐고 ‘비록 심리학이 아닐지라도 바라던 공학의 발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첫 1차시험에 낙방한 후에 자연과학개론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2021년 1학기에는 잠시 공부를 쉬면서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2학기에 다시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고 처음 수험을 시작했을 때로부터 2년, 순수하게 수험에 집중한 시간으로는 1년 반 만에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만큼 기쁨도 클 터. 김씨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이번 변리사시험에 합격하게 돼 너무 기쁘다. 시험 준비를 빨리 시작해 최연소 타이틀을 달게 된 것 같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합격 소감을 전했다.
흔치 않은 비공학도 합격자에 단기간 합격자로서 공부 방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낙방한 경험이 있는 1차시험의 경우 첫 도전을 준비할 때는 “너무 강의에만 급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씨. 그래서 2번째 도전은 기출문제 풀이 강좌를 빼고는 어떤 과목도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고 공부하며 직접 법조문들을 뽑아서 스스로 단권화하는 데 집중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차에서는 자연과학개론, 그중에서도 물리와 화학이 난관이었다. 강사들이 당연하게 계산하는 벡터 문제나 삼각함수 등의 수학 문제가 전혀 풀리지 않았고 특히 물리, 화학은 이해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김씨는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유일한 극복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단순히 양적으로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해볼 수 있도록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2번째 1차시험을 준비할 때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PEET 교재를 이용해서 물리, 화학 문제를 풀었다.
그는 “1차시험은 객관식 시험인 만큼 정말로 모든 과목에서 많은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치기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를 통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2차시험을 준비할 때는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평일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주말에는 학원 강의를 들으러 다녔는데 6월 7월에는 학원 신청 경쟁률이 너무 심해서 듣고 싶었던 강좌의 수강 신청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김씨는 한 강사의 강의를 꾸준히 들어야 중복되지 않고 문제를 풀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험 두 달 전에는 해당 강의를 듣기 위해서라면 온라인 수업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원에 가지 않고 카페에 가서 시간을 정해두고 모의고사 풀이를 했다.
2차에서는 상표법이 가장 어려웠다. 그는 “특히 동차생들이 대부분 민사소송법에서 가장 큰 고난을 겪는다고 하는 말에도 공감하지만 정말 시험 직전까지 가장 불안했던 과목은 상표법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어떤 주제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른다는 게 가장 두려웠고 강사들의 논리적인 답안을 보고 나면 ‘과락만 안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는 상표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법원 판례 형태에 익숙해지도록 판례집을 반복해서 봤다.
“모든 판례에서 답안 서술의 논리를 찾기 때문에 무엇보다 대법원 판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사의 말에 공감해 선택한 방법으로 이번 수험기간 중에 김씨는 판례집을 최소 7회 이상 읽었다.
답안 작성에서는 ‘목차를 눈에 띄도록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김씨는 “16장의 답안지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많은 내용에서도 핵심이 명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적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항상 가독성 있는 답안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무엇보다 목차를 잘 활용하고자 노력했다”며 “목차를 정해놓고 내용을 적는 것이 아니라 쓰고자 하는 내용에 맞춰 핵심을 담은 목차를 쓰려고 했다”고 자신의 답안 작성 노하우를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에 합격한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김씨는 “7월에 포기하지 않았던 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실 동차를 공부하면서 가장 좌절감으로 다가왔던 점은 실력 향상이 눈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6월이 끝날 무렵 ‘누군가는 GS 몇 개를 반복해서 들었다’, ‘여러 강사의 문제를 모아서 많은 문제를 풀었더라’는 말들이 끊임없이 들려왔다”고 시험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불안했던 심경을 회상했다.
주변의 소식에 반해 김씨는 동차생으로서 처음 겪어보는 2차 서술형 문제에 적응하는 과정부터 너무 험난했고 가끔 특강 문제에서 아예 새롭게 느껴지는 개념들을 접할 때는 정말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하지만 김씨는 ‘여기서 포기하면 기득으로 공부할 때도 절대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합불 여부를 떠나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을 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는 “돌이켜보면 7월이 정말 불안한 마음에 잠도 못 자는 시기였지만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을 의심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것이 가장 큰 합격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씨에게 변리사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외로움과 고독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외로움에 도서관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들도 많았다.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공부 시간을 잡아먹을까 싶어 힘든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항상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던 나에게 좀 더 편안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까” 자문해봤지만 그런 방법은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당시의 김씨처럼 외로움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씨는 그런 수험생들을 향해 “확실한 것은 모든 여정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점이고 나중에 이 힘든 시기가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농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지금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내 수험 생활 이야기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받는 수험 기간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모두 즐겁게 공부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꼭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과정을 겪어왔다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변리사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꼭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언제나 파이팅!”이라고 진심을 담아 응원했다.
힘들었던 많은 시간을 견디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끝에 변리사시험에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씨는 지금 공과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공학수학, 공학정보처리 등을 수강하는 등 공과대학 기본 교양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인사는 그가 무사히 수험 생활을 마치고 최연소 합격이라는 열매를 맺기까지 곁에서 응원하고 힘이 돼 준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와 사랑으로 전했다.
“항상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힘이 되어준 희준이, 군대에 있으면서도 수험생 친구를 챙겨준 두형이, 물리&화학 선생님으로 많은 도움을 준 근우에게 감사합니다. 또한 가장 힘든 수험 기간에 목포까지 내려와 준 이정이, 지현이, 지민이 등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친구들에게, 따뜻한 배려와 함께 합격 소식에 누구보다도 기뻐해 준 예지에게도, 가장 힘들었던 밤 술잔을 기울여준 민서와 다영이, 지상이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딸의 의견을 적극 지지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언제나 편견 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사고뭉치 딸을 묵묵히 지켜주시는 부모님 덕분입니다. 두 분께 합격의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가장 행복했습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그리고 맨날 친구들하고만 노는 언니, 재미없는 동생이지만 언제가 꼭 포돌이랑 셋이서 여행 가고 싶습니다. 웹툰작가 데뷔 정말로 축하하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스스로가 작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