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도 실력, 실수 바로잡는 공부 매우 중요”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0년도 5급 공채 일반기계직에 수석 합격한 주원재입니다. 전남 장성고등학교를 졸업 후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에 재학 중입니다. 공부할 때 합격 수기들을 읽으며 공부 방향을 잡고 동기부여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수기를 쓸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수기를 남겨 주신 많은 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갚을 기회라 생각하고 최대한 솔직하게 정성을 다해 작성하였습니다. 시험이라는 것에도 운이 크게 작용하고, 저 또한 운이 따라주어 수석을 했을 뿐 과목별로 저보다 고득점을 하신 실력자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저의 수기는 하나의 사례로만 기억을 해주시고 본인에게 맞는 부분을 선별적으로 채택하여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Ⅱ. 수험 생활 (‘19 1월 ~ ’20 9월)
1. 19년 1차 준비 기간 (‘19 1월 ~ ’19 2월)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득 안고 동생과 유럽 여행길에 오른 뒤 1월 21일에 귀국하였습니다. 학교 기숙사로 향하여 짐을 정리한 뒤, 24일에 처음 피셋이라는 것을 풀어보았고 생전 처음 보는 형태에 신기하기도 두렵기도 했습니다. ‘행시사랑을 보니 피셋형 인간이라는 게 있다던데 나는 아닌가 보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언어논리는 처음 풀어봤을 때부터 20년 실전에서까지 수험 기간 내내 저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1차 합격이 그리 간절하지 않았기에 부담 없이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차피 할 것도 없는 방학 때 공부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9시에 학교 중앙도서관 출석 스터디를 통해 출석하고 11시 전후까지 공부했습니다.
2. 19년 2차 준비 기간 (‘19 3월 ~ ’19 6월)
3월 초 1차시험 이후 5월에 한양대학교 고시반에 들어가서 20년 2차 시험까지 16개월 정도 계속 고시반에서 생활했습니다. 기숙사와 학습실 좌석을 받았고 식사 또한 주로 고시반 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한 건물 내에서 숙식과 공부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시간 관리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1차시험 가채점을 해보니 합격이 유력한 점수였고 2차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직렬과는 달리 신소재공학부였기에 2차시험 지식은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중앙도서관에서 기본서를 빌려서 한 과목씩 차근차근 공부했습니다. 기계공학 공부는 처음이었고 학업과 병행했기에 한 과목을 1회독 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했습니다. 실력을 쌓기보다는 기본을 다져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학교수업과 병행했기에 2시간도 공부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고 특히 2차시험 1주 전 기말고사였기에 2차 시험장에 들어갈 때도 합격은 고사하고 과락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평균 30점 차이로 탈락하였으나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3. 20년 1차 및 2차 준비 기간 (‘19 7월 ~ ’20 5월)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고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지방에서의 가족행사에도 참여하고 친구들도 자주 만났으나, 이때부터는 공부 외의 시간을 최소화하였습니다. 학업과 병행할 때와는 달리, 하루에 네 과목을 최대한 다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실력이 쌓이기 전에는 하루에 한두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였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고 난 이후엔 과목당 3~4시간 정도 3과목 이상 보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단기간 합격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19년 2차 끝난 직후였다고 생각합니다. 19년 2차 시험이 끝난 다음 날부터 고시반 학습실에서 공부했습니다. 학교를 휴학했기에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1년 만에 합격하고 만다는 꿈을 품고 공부하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던 경쟁자들도 지금은 쉬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공부했고, 비전공자인 제가 다른 수험생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기회의 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홀로 공부하는 것의 한계를 느끼던 와중 9월에 고시반 내에서 처음 스터디를 시작하였습니다. 스터디원 모두가 초시생이었기에 누구 한 사람이 이끈다기보다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책을 정해서 한 주간 범위를 정해 문제를 풀고, 어려웠던 문제나 다시 풀어볼 만한 문제 또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독특한 풀이가 있는 문제 등을 가지고 와서 토론하고 설명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기출문제도 답안도 스터디에서 맞추면서 만들었습니다.
2020년 1차시험은 모든 수험생께 혼란의 시기였으리라 생각됩니다. 5급 공채를 비롯해서 7급 및 9급 공채, 변리사 시험 등 수많은 시험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연기되었습니다. 연기되기 전에도 ‘시험이 연기될 수도 있다’라는 불안감이 고시반을 뒤덮었습니다. 5급 공채의 경우에는 시험 4일전인 2월 25일에 연기가 되었는데, 코앞까지 다가온 시험을 못 치게 되니 준비해온 과정들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해 수능 전날 시험이 연기된 경험이 있는 동생이 “그래도 그 와중에 공부하던 애들이 결국 나중에 웃게 되더라”라며 힘을 북돋워 주었고, 경쟁자들도 똑같이 힘들어할 거라는 생각만 하면서 억지로 버텼습니다. 1차시험을 언제 시행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기에 룸메이트 형과 함께 1주일에 피셋 모의고사 1~2세트씩 풀며 감을 유지하고 나머지 시간은 2차 공부에 투자하기를 2달 정도 지속하였습니다. 시험 25일 전인 4월 21일에 시험날짜가 확정되고 이때부터는 피셋에 올인하였습니다.
운동은 원래 하지 않았었는데, 공부에 필요한 체력을 위해서 이 기간부터 1주일에 2~3번 저녁 8시쯤 청계천을 따라 러닝이나 사이클을 40분 정도 했었고 운동을 마친 이후에 집중이 잘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기초 체력을 쌓는데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 건물에서 24시간 내내 생활하던 중 거의 유일하게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해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므로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직접 해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었는데, 수험기간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즐겁게 운동했습니다.
4. 20년 2차 준비 기간 (‘20 5월 ~’20 9월)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기간입니다. 주말의 쉬는 시간도 더 줄였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에 운동하는 시간도 줄였습니다. 새로운 공부를 하기보다는 풀었던 문제나 공부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다듬고 마무리하는 동시에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이전까지는 공부할 때 음악을 절대 안 들었었는데,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몸과 마음이 지쳐서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억지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체력도 점점 부족해져 홍삼을 지어 먹기도 했고, 몸 상태도 악화하여 식도염이 생겨서 음식을 삼키기도 힘들었습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치명적이기에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물과 차를 많이 마시면서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하였습니다.
2차시험이 시행되는 주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1주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수한 것을 깨달은 날은 다음날 시험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시험장에서의 몇 초 사이에 운명이 갈라지는 것을 느끼니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 정도 실수는 괜찮다면서 애써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만 위로는 되지 않았고, 책을 놓지도 잡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1주일을 보냈던 불안했던 그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Ⅲ. 과목 별 공부법 – 1차
1차시험은 저보다 우수한 분들이 정말 많고, 또 저는 끝까지 공부법을 계속 바꾸다가 응시하게 되어 피셋 공부를 효율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간략하게 작성하겠습니다. 피셋 공부에서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은 다른 분들의 합격수기를 참고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헌법
두 번의 1차시험 모두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저는 기술직이라 법학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객관식 헌법은 객관식에 맞는 공부법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는 김유향 변호사님의 기본서와 핵심강의로 공부했습니다. 이후엔 기출문제집과 모의고사 위주로 공부하였고 기본서는 강의들을 때 한번, 강의 복습할 때 한번, 시험 보기 전 한번 이렇게 세 번 정독하였고 이후에는 발췌독 하였습니다. 기출문제집 및 모의고사는 암기된 내용은 제외하면서 경량화 및 반복하였습니다. 경량화하다 보니 마지막 회독은 5시간 정도 걸렸고 총 6회독 정도 한 것 같습니다.
20년의 헌법은 확실히 평소보다 쉬웠으나, 올해 이후의 헌법 난이도를 쉽사리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헌법에 투자하는 만큼 언자상에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으므로, 1교시 언어논리를 안정감 있게 시작할 수 있는 헌법 80점을 목표로 공부하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2. 언어논리
점수를 보면 아시겠지만, 언어논리는 점수가 항상 낮았습니다. 처음에는 언자상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는 전략을 택해서 언어점수를 올리고자 여러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모의고사도 많이 풀어보고 강의도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언어 목표 점수를 조금 낮게 하고 자료와 상판에서 평균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저처럼 언어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께서는 점수 올리기가 더 쉬운 자료해석이나 상황판단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시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기본서를 몇 권 보긴 봤으나 큰 도움은 받지 못했고 오히려 스터디에서 다른 분들의 사고과정을 듣고 익히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 피셋 때는 혼자서 공부한 것에 비해 두 번째 피셋 때는 스터디에서 도움을 받아서 실력이 많이 올랐다고 느꼈습니다.
3. 자료해석
19년도, 20년도 모두 저의 평균점수를 끌어올려 준 효자 과목입니다. 강의는 듣지 않고 여러 강사의 무료특강을 듣거나 교재를 활용하여 쓸 만한 테크닉을 연습해보고 적용하여 훈련하는 방법을 통해 실력을 쌓았습니다. 결국, 수많은 강사님과 책들의 여러 방법이 혼합된 저만의 풀이 스타일을 19년 1차시험 때 어느 정도 완성하여 고득점을 받았고, 20년에는 이를 유지하고 수정 보완하는 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언어에 투자를 적게 하는 만큼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에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였습니다. 특히 자료해석 모의고사를 풀 때는 틀린 문제 분석을 매우 철저히 하였습니다. 언어논리 모의고사는 틀리더라도 사람마다 시각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자료해석은 기출문제든 모의고사든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므로 모든 문제에서 배울 점이 생깁니다. 너무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틀린 문제에서 배울 점을 철저하게 뽑아낸 뒤 체화하는 연습을 많이 하였습니다. 1시간 반 동안 모의고사를 풀면 최소한 1시간 반은 추가로 공부했습니다. 계산훈련인 비타민을 조금 했었지만, 계산 피지컬 못지않게 계산 테크닉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많은 시간을 비타민에 투자하지는 않았습니다.
4. 상황판단
언어논리와 마찬가지로 시험 직전까지 공부법이 바뀌는 혼돈의 과목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언어는 낮은 점수를, 상황은 높은 점수를 받게 되었으므로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했다기보다는 운이 좋게 높은 점수를 받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법조문형 문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운이 좋게도 법조문형이 많이 출제되기도 하여 저에겐 유리한 해였습니다.
저에게 상황판단 과목은 조금의 풀이방식이나 사고방식 변화만으로 점수 변화가 컸습니다. 법조문 문제에서 지문/선지를 보는 순서를 바꾼다든지, 퀴즈 문제의 접근 방법을 바꾸는 등의 사소한 방법 변화로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점수 변화가 컸습니다. 많은 강사의 책과 특강을 들으면서 과감해 보이더라도 다양한 문제풀이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저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Ⅳ. 과목 별 공부법 - 2차
1. 기계공작법(68.00→83.00)
기계공작법은 처음 시작할 때면 그 많은 양에 기가 죽고, 공부를 계속하더라도 배운 만큼 까먹는 현실에 절망도 하게 되는 과목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암기과목인 기계공작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중요한 것 위주로 공부하기’라 생각됩니다. 웬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더 칼같이 버릴 부분을 버려야 합니다. ‘버렸다가 시험에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정작 더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점을 받아야 합격하는 시험도 아닐뿐더러 다른 세 계산과목과 달리 기계공작법은 만점을 받는 게 꼭 좋은 과목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100점을 위해 100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90점에는 80의 노력, 80점에는 50의 노력만이 필요한 과목이라 생각했기에 ‘시험에 나올 수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버린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제가 봤던 서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출문제 : 기출이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기계공작법은 네 과목 중 기출문제의 중요도가 가장 높은 과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범위의 선정과 공부의 깊이 결정은 100%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기출을 보고보고 또 보아서 기본서를 보면 어느 기출문제가 어떤 단원에서 나왔었는지 달달 외울 정도로 했습니다. 그 정도가 되어야 기본서를 볼 때 강약조절이 가능해지고 공부시간이 줄어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몇 회독 세면서 공부했었는데, 나중엔 그냥 다 외워질 때까지 계속 봤습니다.
- Serope Kalpakjian 「공업재료가공학」 : 명실공히 대표적인 수험서입니다. 첫 회독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지만, 초기에 공부를 잘 해두시어 초석을 잘 깔아놓으셔야 추후 지식을 습득할 때 차곡차곡 체계적으로 쌓기가 좋습니다. 초기엔 암기한다는 느낌보다는 책을 읽는 느낌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 바로바로 넘기면서 흐름을 파악하며 읽었습니다. 서브를 만들 때 기반이 되었던 책입니다. 20년도 기출을 풀어보면서 느끼시겠지만 예제 선별해서 꼭 풀어보셔야 합니다.
- Groover 「현대제조공학」 : 칼팍에 익숙해진 상태로 보게 되면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도 중요하게 보는 점이 다르기도 합니다. 초시 때는 못 봤으나, 재시 때는 칼팍만 보기에는 시간이 남기도 하고 답안도 더 깊이 있게 쓸 수 있으므로 발췌해서 공부했습니다.
- 서브노트 : 서브노트를 2개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기본서를 압축한 형태로, 두 번째는 2차 답안지에 예상문제를 만들고 답안을 적는 형태로 작성하였습니다. 분량은 253p였고 결국에는 90% 이상 암기하고 시험장 들어갔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기본서들을 정독할 시간이 없어지고 볼 자료는 점점 많아져서 불안해지는 와중에 서브노트를 보면 ‘공들여 만든 이 서브노트만 다 외우면 합격할 수 있다’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긴다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수험기간 대부분을 서브노트 작성 및 암기를 통해 공부하였고 효율적인 공부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서브노트를 만들기 위해 내용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공부내용을 기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므로 실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되시더라도 간단하게나마 만들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공부 막판에는 결국 나중에 만든 서브노트만으로 공부했는데, 처음 서브노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2. 기계설계(56.33→98.33)
생전 처음 보는 기어나 베어링 따위가 나오는, 비전공자로서는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이론분량과 암기할 공식도 많고 실수도 잦았던 가장 힘들었던 과목이었으나 결국 합격으로 이끌어준 효자 과목입니다. 저는 초시 때 기출문제를 보면서 ‘생각보다 할만하겠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난이도가 극악인 몇몇 문제를 제외하면 홍장표님 기계설계의 연습문제와 거의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공식 다 외우고 실수만 안 하면 80점은 맞을 만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두 개가 제일 어려운 거였습니다. 첫 번째 ‘공식’은 단순암기가 아닌 이론으로부터 유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래야 기억이 오래가서 결국 모든 공식을 외우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원리를 가진 기계요소가 많고 (나사와 평기어, 체인스프로켓과 평벨트 등) 공식들도 매우 유사하므로 단순 암기로는 부족하다 생각됩니다. 두 번째인 ‘실수’는 첫 번째 공식암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기계설계는 시험 끝나고 Ti를 복기할 때도 가장 오래 걸리는 과목이니만큼 계산량이 많은 과목이기에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경우엔 2차시험이 얼마 안 남았을 땐 공부시간의 절반가량을 단순히 실수 잡는 데에 할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수에 관한 부분은 뒤쪽에 더욱 자세하게 작성하였으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부했던 서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홍장표 「기계설계」 : 공작법의 칼팍만큼 압도적인 기본서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입니다. 과장을 보태자면 홍장표님의 책만 파고들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잘 쓰인 책이고 이론, 문제난이도 및 문제형태 측면에서 5급 공채 수험에 최적화된 책이라 생각합니다. 20년도엔 변칙적인 문제가 많아 홍장표님의 책으로는 부족한 느낌이었으나 이 책이 기본이 되어야 함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해설의 오타가 꽤 있으므로, 혼자서 푸시기보단 스터디원들과 답을 맞혀보면서 푸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초시부터 마지막 시험까지 까먹었다 싶을 때 마다 보았습니다.
- 정건영 서브노트 : 발간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자료로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꼭 보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만약 보신다면 반드시 발췌해서 보셔야 합니다. 홍장표님의 책에 익숙해진 와중에 공부하여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문제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노튼, 쥬비날 등의 내용도 실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책을 다 볼 시간이 없으신 분은 서브노트를 대신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노튼은 아예 안 봤고, 쥬비날도 한두 번 정도 발췌독만 했습니다.
- 기출문제 : 과거에는 뻔한 문제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최근엔 개념이 생소하거나(20년 공차), 개념은 익숙하나 함정이 숨겨진 문제(2018년 V벨트 등)가 자주 출제되므로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를 푸는 것에서 멈추지 마시고 한 걸음 더 생각해서 문제를 변형해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변리사시험 기출문제 : 기술고시 기출문제보다 더 쉽습니다만, 헤르츠 접촉응력문제 같이 뜬금없는 문제가 출제되곤 합니다. 두어 번 풀어보시면 추가로 반복해서 풀만 한 값어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려웠던 문제들만 체크해두어 시험 직전에 한 번 더 훑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암기 서브노트 :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하여 시험에 나올만한 45개의 키워드를 답안 형태로 정리하여 암기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텔바인식을 유도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시오’, ‘Petroff식을 유도하고 스트리벡 곡선과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등의 형태로 정리하였습니다. 18년도에 공차와 나사풀림, 19년도에 크리프, 20년도에 피로파손이 나오는 등, 추세로 보아 매년 10~20점 정도는 이론문제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고시반 내 자료 : 과거 합격하신 선배들의 자료나 스터디에서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저의 것으로 만드는 소화의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으나, 도움도 많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께서 ‘한양대 고시반에는 천기누설의 자료가 있다더라’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혼자 공부하시는 분께는 길라잡이가 되어줄 수는 있지만 결국 합격하려면 그 자료를 본인 것으로 만들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서 자신만의 공부내용으로 소화해내야 합니다. 혹여 본인이 합격자의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너무 자만하지도 마시고, 없다고 하여 너무 낙담하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3. 재료역학(46.33→87.00)
필수 세 과목 중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역학’의 이름을 달고 있는 과목은 재료역학 한 과목뿐이지만 기계설계와 동역학, 심지어 기계공작법 또한 역학을 베이스로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공부를 맨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공부했던 과목입니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도 수많은 풀이방법이 존재하고, 따라서 정석적인 솔루션의 중요도가 가장 낮은 과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루션의 방법이 항상 최선이 방법이 아니므로 스스로 충분히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보는 연습이 필요한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공부했던 서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어 「재료역학」 : 개념설명 서술, 예제와 복습문제의 퀄리티가 좋고, 연습문제 또한 기본에 충실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다만 눈으로만 풀리는 쉬운 문제가 태반이므로, 시간상 모든 문제를 다 답안지에 풀지는 않았고 특히 연습문제 뒤쪽에 있는 어려운 문제 위주로 풀었습니다. 문제가 정갈하고 정석적이므로 기본기를 쌓는데 이 책을 활용했습니다.
- 크랜달 「재료역학」 : 처음 풀 땐 비어나 기어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새로운 문제를 푸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년도 재료 5문도 크랜달 연습문제에 같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비어를 공부하신 분께서는 꼭 풀어보시는걸 추천해 드립니다.
- 배성호 「재료역학」 : 이 책도 시중에 나온 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티모센코(現 기어) 재료역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난이도 중~중상 정도의 문제가 실려있으므로 기어에서 문제를 선별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솔루션보다 더 창의적인 풀이방법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Ti가 나오기 전의 풀이방식이므로 그 부분만 주의해서 보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기어 「재료역학」 : 연습문제가 영어로 되어있어서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습니다만, 제가 처음 재료역학을 공부했을 때 내용과 예제를 통해서 공부했던 책입니다. 저는 예제만 풀고 연습문제는 전혀 안 풀었습니다.
- 기출문제 : 응용역학과 구조역학에서도 배울만한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20년도 재료 1문은 구조역학에서 주로 나오는 문제형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조차도 재료역학 기본서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이기에 ‘꼭 풀어야 한다’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다만 시각을 넓히고 더 창의적인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선별해서 푸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4. 동역학(미응시→50.00)
선택과목이기에, 말씀드리기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선택과목 네 과목 모두 배운 적이 없어서 수험에 유리한 과목이 뭘까 고민하다가 동역학을 선택했습니다. 시험에서 다소 변칙적인 문제가 나오기는 하나, 다른 과목과의 연계성이 높고 학습해야 할 분량이 다른 과목들에 비해 적은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다만 20년도 역시 합격자분 중 동역학 선택자가 많긴 하지만, 이는 애초에 동역학을 응시하신 분의 수가 많았기에 합격률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은 각자 본인이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하더라도 합불을 좌우할만한 큰 유불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공부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가장 재밌게 공부했던 과목입니다.
비어 「공학도를 위한 동역학」 한 권만 공부했습니다. 메리엄 동역학 책을 펴 보긴 했는데, 난도가 높고 계산의 밀도가 기출문제에 비해서 높은 것 같아서 풀지는 않았습니다. 비어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예제, 연습문제, 복습문제 다 풀었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따로 체크해두어 총 5회독 정도 했습니다. 회독수가 늘어날수록 버릴 문제들은 버리면서 중요한 문제만 반복했습니다. 몇몇 문제들은 익숙해질 만큼 푸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되는데, 기출문제의 형태가 비어 문제들과 유사하고 20년도에도 특히 진동문제(곡률경로 위의 실린더, 구)는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3차원 부분은 선별해서 공부했습니다. 3차원에서 상대속도, 상대가속도까지 공부했고 단원이 따로 분리되어있는 3차원은 공부하지 않았습니다.(세차운동 등이 나오는 단원) 우주역학도 공부하지는 않았었는데, 막판에 불안한 마음에 공식은 외우고 들어갔습니다. 출제 확률이 낮으므로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우주역학과 3차원 심화 부분은 과감히 배제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기계설계와 더불어서 특히 실수가 잦고 또 치명적인 과목입니다. 모멘트를 빼먹는다거나, 강체의 질량이나 길이를 헷갈려서 잘못 쓴다거나 하는 실수가 정말 잦았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실력으로 받아들이고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하면 분명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번외’에서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5. 번외 – 실수도 실력이다
많은 합격자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맞출 거만 다 맞추면 합격한다’라는 것입니다. 남들도 틀리는 고난도의 문제를 맞히는 것 보다, 남들이 맞추는 쉬운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것이 합격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이처럼 실수를 잡는 공부는 매우 중요하고, 저는 실수 잡기에 대한 공부를 따로 진행할 정도로 그 중요성은 크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실수도 실력이다’라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지만 실수한 것을 아깝게 생각하고 ‘다음번에는 맞추겠지.’라며 그냥 넘어가는 것은 그 의미를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한번 실수한 부분은 그다음에 무조건 또 실수합니다. 실전에서 실수했던 문제는 기억에는 없더라도 분명 과거에 같은 실수를 했던 문제일 것입니다. 따라서 실수를 바로잡는 공부를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기출문제의 80% 정도를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정도의 실력에 오르신 분들은 실수 잡기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제가 실전에서 사용했던 장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제가 ‘장치’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막연하게 실수 하지 않는 실력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습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1) 실수 리스트 작성 및 암기
실수도 실력이고 분명히 뇌리에 박혀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저는 그래서 특정 키워드에 따라 실수했던 것들을 암기해서 문제를 풀 때 실수로 가는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터 삼각나사 문제에서 플랭크각 β를 빼먹고 마찰계수를 잘못 계산한 실수를 했다고 치면, ‘미터삼각나사’를 보고 ‘플랭크각 β’가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암기하였습니다.
이렇게 암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전에서는 각 문제를 풀기 전에 1분 정도 문제에서의 키워드를 분석하여 빨간 펜으로 실수 요소들을 적어둔 뒤 문제를 풀기 시작하여, 최종 답을 쓰기 전에 적어둔 실수요소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실수를 잡았습니다. 저는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무아지경으로 풀이 한 줄 한 줄에만 집중하게 되어 중간에 실수요소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저에겐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20년 실제 시험지에는 설계 1문 r→d (최종답에 r로 쓰는 실수를 방지), 설계 3문 l=2p=16. β=0 등이 적혀있습니다.
(2) 계산기 실수 방지법
이 부분은 2019년 수석 합격자이신 장동수님의 합격수기에서 배운 방식이었고 저도 실전에서 모든 문제를 이 방법을 통해 검산하여 계산실수는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계산기 실수는 크게 ‘문제의 숫자를 계산기에 잘못 입력’, ‘계산기의 답을 답안지에 잘못 옮김’ 2가지가 있었는데, 해결 방법은 계산과정마다 계산을 한 번 더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부적인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평소처럼 계산기를 통해 계산 후 계산 결과를 답안지에 옮겨 적음
② ①의 계산내역을 보지 않고 똑같은 계산을 한 번 더 반복
③ Ans - (답안지에 옮겨 적은 계산결과) = 0 이 되는지 확인
이 과정을 거치면 두 번 연속으로 숫자를 잘못 입력하지 않는 한 잘못 타이핑하거나 잘못 옮겨 적는 실수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장동수님의 합격수기를 참고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훌륭한 합격수기를 남겨주신 장동수님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Ⅴ. 기타
1. 생활패턴 및 휴식
아침에 7시 10분쯤 일어나서 8시쯤 책상에 앉아서 12시까지 했습니다. 스톱워치 2개를 사용해서 공부시간과 휴식시간을 쟀고 순 공부시간은 평균 13시간정도, 식사시간 30분 정도였습니다. 하루 중 휴식으로는 낮잠 20분, 산책 20분, 자기 전엔 20분 정도 침대 누워서 쉬었습니다. 운동하는 날은 샤워까지 하면 1시간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쉴 때는 주로 창가에서 차를 마시며 쉬었습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다가 10분 만이라도 녹음이 우거진 풀숲을 보며 멍을 때리면 머리가 굉장히 맑아졌습니다. 감기 예방을 위해 생강차를 특히 자주 마셨습니다.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보며 쉴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아서 핸드폰을 점점 더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평일엔 혼자서 공부하고 토요일 오전은 고시반 내에서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토요일 오후 4시 정도까지 그날 스터디에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뒤 그 이후로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점심을 첫 끼로 먹고 공부하러 갔습니다. 평일은 13시간, 토요일에는 스터디 포함 6시간, 일요일에는 9시간의 공부시간을 목표로 하여 주간 순 공부시간은 80시간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실제로는 컨디션이나 운동하는 횟수에 따라 70~90시간 사이에서 유동적이었습니다.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관리도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험생활 중 커피 마시고 양치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카페인을 알약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1년 넘게 먹다 보니 2차시험을 앞두고는 후두염이 악화하여서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카페인을 끊은 지 5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오래 공부하다 보면 건강이 다소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저처럼 몸을 상하게 하는 지경까지 이르기 전에 더 건강한 방법이나 해결책을 마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멘탈관리
수험생에게 체력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멘탈관리입니다. 공부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의 체력에는 육체적인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 또한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자체에서 나오는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과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당근과 채찍으로 원동력 삼아 공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죄책감을 활용했습니다. 목표했던 공부시간을 채우지 못했을 때는 우선 ‘오늘같이 공부하면 무조건 1년 더하게 된다’라는 죄책감으로 저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괴로움을 또 겪지 않기 위해 ‘핸드폰을 방에 놔두고 공부하러 가기’등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또 평소보다 열심히 했던 날, 효율이 높았던 날은 자신을 칭찬해주는 등 몸이 알아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뇌를 속이는 듯한 방법을 썼습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매일매일 생활습관을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이것이 큰 슬럼프 없이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룸메이트 형과 거의 매주 수요일마다 치킨을 한 마리씩 시켜먹고 (함께 뜯은 닭 날개가 몇 개인지 셀 수도 없습니다) 주말에도 맛있는 음식에 맥주 한잔 씩 곁들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3. 공부방법론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공부법을 공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공부법/집중 도서나 공부법에 관해 소개 해주는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공부법 관련 도서는 5권 정도를 공부하는 책상에 놓고 두고두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로는 특히 이윤규 변호사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큰 도움 받았고, 공부법 책은 아니지만, 칼 뉴포트의 「딥 워크」 도 공부와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 준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공부내용을 학습하는 ‘인풋’뿐만 아니라 학습된 내용을 답안지나 말의 형태로 현출하는 ‘아웃풋’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듣고, 기본서를 읽고, 답지를 보며 익히는 것은 모두 ‘인풋’에 해당하며 이는 실력을 쌓을 준비를 한 과정이고, 실제 실력을 쌓기 위해서 외운 내용을 말로 풀어 자신에게 설명해보고 질문에 답하여 답안지에 써보는 방법을 통해 실력을 쌓았습니다.
4. 오래 집중하는 방법
집중하지 않고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집중하여 단시간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집중이라는 것이 ‘아 지금부터 집중해서 공부해야겠다’라고 해서 집중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나 의지력만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반대하는 편이며,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중이 잘 되는 것이 디폴트 상태이고 따라서 집중이 안 되는 것에는 분명히 외부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그 원인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분석했던 원인 크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였고, 각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에너지나 잠의 부족 : 식사나 간식, 커피 등으로 부족한 것을 보충했습니다. 다만 식사량이 많으면 식후에 잠이 오기 때문에 식사량은 적당히 하되 중간중간 견과류나 요구르트 등 간식을 자주 먹었습니다. 카페인은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아침에만 카페인을 섭취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낮잠과 산책을 통해 졸음을 쫓았습니다. 또한, 졸린 아침에는 앉아서 공부하기보다는 일어서서 공부하는 방법을 통해 공부했습니다. 잠은 6시간씩 꼬박꼬박 잤습니다.
- 집중이 안 될 수밖에 없는 공부방식으로 공부 : 같은 내용을 공부하더라도 집중이 되는 정도의 차이는 공부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암기과목을 가만히 앉아서 눈으로만 읽는 방법은 가장 집중이 힘든 방법이었고 자문자답하는 식이나 답안을 완성하는 방법은 가장 집중이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 공부 내용이 너무 쉬움 : 이 경우에는 보통 지루함이 느껴지면서 집중이 안 됐습니다. 시험과 유사한 형태로 알고 있는 지식을 현출해 봄으로써 내가 이 지식을 정말 알고 있는지 테스트한 뒤 잘 알고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넘기면서 집중을 유지했습니다.
- 공부 내용이 너무 어려움 : 이 경우에는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중이 안 됐습니다. 어려운 내용이라도 적당량이면 괜찮은데, 너무 많은 양을 학습하려고 하면 오히려 집중이 안 되어 학습에 방해됩니다. 따라서 내 수준보다 너무 어렵다 싶은 부분은 일단 체크하여 넘긴 뒤 다음에 공부하거나, 스터디에서 해결하였습니다. 저는 특히 어려운 문제들을 보면 적당히 고민한 뒤에 ‘스터디에서 하지 뭐’ 하면서 따로 필기해둔 뒤 가볍게 넘겨버리고는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스터디에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해결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넘긴 부분은 반드시 표시를 해두어 까먹지 않고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도록 하셔야 합니다.
- 공부 외에 머릿속에 잡생각이 있음 : 작게는 생활용품을 사야 한다는 생각부터, 크게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다양했습니다. 이는 공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 해결법으로는 포스트잇 한 장에 ‘머릿속에서 Ctrl X, 포스트잇으로 Ctrl V’ 한다는 느낌으로 잡생각이나 해결 거리를 옮겨 적었습니다. 기억해야 한다는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신기하게도 잡생각이 훨씬 덜 들어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복습노트 활용
‘복습노트’를 사용하여 공부했습니다. 하루 공부 중 암기가 필요한 부분은 복습노트의 오늘 날짜에 옮겨 적었습니다. 망각주기를 활용해서 오늘 암기 할 내용은 1일, 2일, 5일, 8일, 15일, 30일 뒤ㅇ[ 복습하여 총 7번 이상 암기하였습니다. 공부 마치기 1시간 반 전에는 하던 공부를 마무리하고 복습노트로 과거 6일분의 공부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복습노트 공부할 때마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기억이 났던 것으로 보면 이 정도 기간을 두고 암기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음은 7월 30일 날의 복습노트의 일부입니다. 이날 암기하기로 한 내용을 옮겨 적고, 이 내용은 7월 30일, 31일, 8월 3일, 6일, 14일, 27일에 공부하였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서 최근 2달 정도의 복습노트 안에 있는 내용은 항상 암기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Ⅵ. 나가며
수험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느긋하게 물을 부어서는 채울 수가 없습니다. 오뉴월 폭풍우처럼 모든 걸 쏟아 부어 공부해야 독을 간신히 채울 수 있습니다.
고시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은 공부 그 자체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시간 동안 반복되는 똑같은 매일을 견뎌내는 외로움과 불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로움과 불안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합격수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와 똑같은 고통을 겪었던 분들도 결국 합격을 한다는 것에서 희망을 느끼고, 저도 꼭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합격수기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스터디원들과 룸메이트들에게 너무도 고맙습니다. 올해에 꼭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 너무도 많으나 글이 길어질까 모두를 언급하지 못하였습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힘이 되어 주시고 저의 편이 되어주신, 물심양면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만 하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무한의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원재·2020년 5급 공채 일반기계 수석 합격·전남 장성고 졸·한양대 신소재공학부 재학
그냥 감탄밖에 안나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 의지 닮고싶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