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추가로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7일 "기생충 검사 없이 통관됐다가 잠정적으로 판매가 중단된 중국산 김치 58건을 검사한 결과 12개 회사 15개 제품에서 회충 알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1일 인터넷으로 판매된 중국산 김치 9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된 데 이어 국내에 반입된 중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옴에 따라 '중국산 김치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식약청은 이번 건 외에 국내에 반입돼 판매 중단된 중국산 김치 24건에 대해서도 기생충 알 검출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국민은 이제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불안하기만 하다. 중국산 장어에서 발암물질이 나왔을 때 만해도 일부 식품이라며 치부할 수 있었으나 이제 국민의 일상 식품인 김치마저 문제가 됐으니 말이다. 당국은 문제가 된 중국산 김치 판매업소에 제품의 폐기와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한 리콜을 명령했다. 향후 수입되는 중국산 김치에 대해서는 전수검사를 통해 안전성 확인 후에만 통관시키고 유통되는 모든 국내외산 김치에 대해 기생충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소비자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말썽이 날 때는 대책을 세운다고 요란을 떨다가 잠잠해지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도 한두번 겪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산 파동은 고시촌에도 예외가 아니다. 값싼 중국산 김치는 수험생들이 즐겨 찾는 일부 고시촌 식당에도 들어오기 때문이다. 고시촌의 음식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저렴하기 때문에 고시식당들이 대부분 수입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묵시적인 인식이 있은 터다. 그렇다고 기생충 알이 든 김치까지 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수험생들은 원산지 표시가 없는 먹거리는 찜찜해서 솔직히 손이 안 간다고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김치뿐만 아니라 다른 반찬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 보니 맛있는 식사는커녕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사람 몸에 얼마나 유해하냐는 나중 문제고, 불안해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중국산 김치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내산과의 가격 차가 커지자 유통업자와 식당 등에서 앞다퉈 물량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고시촌의 식당들은 아니길 바란다. 수험생 건강보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상혼도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공범이다. 수험생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잇속만 챙기려는 이런 식당 및 유통업체들의 부도덕한 관행에 쐐기를 박기 위한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 고시식당에서의 원산지 표시도 실시해야 한다. 수입식품과 국산 식품을 육안으로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참에 고시식당의 위생수준도 한층 높여야 한다.
이젠 식품안전 기준을 완전히 뜯어고칠 때가 됐다. 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되, 김치 같은 주요 식품의 기준은 훨씬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처벌 강화다. 제아무리 기준이 엄격하고 검사가 철저해도 처벌이 솜방망이 같아선 불량 식품의 유통을 막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다간 큰코 다친다'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국민이 구충약을 집단 복용해야 하는 망측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당국은 음식 한 가지라도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안전대책을 서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