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발표될 사법시험 제2차시험 발표시기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수험생들의 잠못드는 밤이 깊어져가고 있다. 특히 발표시기가 한달 남짓 다가오면서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종전의 특정 시험위원이 응시자들의 답안지를 일괄 채점에서 분할채점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발표가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법무부 스스로도 분할채점제도는 응시자들의 답안지를 분할 채점함으로써 시험위원의 채점부담을 경감시키고 채점기간을 단축하여 조기에 합격자를 발표할 목적으로 전격 도입된 터라 분할채점제의 취지를 살려 발표를 최대한 앞당기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제 수험생들의 관심은 발표가 얼마나 당겨질 것인가에서 언제 발표하나에 쏠려있다. 발표시기가 수험생들의 기대와 실재 사이에 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 예상했던 10월 발표에서 별반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10월 발표'라는 막연한 예측에 수험생들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본지 게시판에는 '잠 못든다' 라든지 '애간장 태운다' '발표시기 나왔나'는 식의 표현이 부쩍 자주 등장할 만큼 수험생들은 구체적인 발표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심지어 발표일이 '21일' 또는 '28일'로 내정됐다는 설(說) 등 갖가지 풍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본지 보도처럼 이러한 수험생들의 애타는 소리는 안중(眼中)에도 없는 듯 일부 채점위원 교수들이 채점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법무부가 채점위원들에게 8월말까지 완료해 달라고 권고를 한 상태였고, 채점기한은 시험행정에 차질이 빚지 않기 위해서 꼭 지켜져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자칫 채점 지연으로 예상 발표일이 늦어질 때 촌각을 다투는 5천여명에 달하는 수험생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낳게 된다는 걸 이들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발표일을 빨리 확정해 달라는 수험생들의 성화에 법무부도 채점이 완전히 완료돼야 발표시기를 정할 수 있는 터라 채점위원과 수험생들 사이에 이래저래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국가의 최고 권위를 가진 시험에 채점위원들은 출제와 채점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은 만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크다. 과거에는 출제위원 되는 것이 영예로운 일로 인식되어 왔으나 근래 교수나 법조인들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출제위원 되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향후 법조계를 이끌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선발하는 일이므로 일단 채점위원으로 들어간 이상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법무부가 의뢰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한번 출제해줬다는 식의 다분히 수동적이고 마지못해 출제에 임한 안이한 인식에 채점기한을 못 지키지 않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채점을 아직 완료하지 못한 교수들은 이로 인해 실무진 채점위원 등 성실히 채점을 완료한 위원까지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점을 하루 속히 완료해야 한다.
채점이 지연되는 것 자체가 수험생들에겐 고통일 것이다. 현재 수험생들은 아슬아슬한 마음을 스스로 보듬어가면서 하루하루 보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발표까지 수험생들 대부분의 경우 공부를 하려 해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고 딱히 달리 할 일도 찾지 못해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라는 게 수험생들의 생리가 아니겠는가. 발표일이 빠르고 늦음이 수험생들에게는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영어 기준점을 통과해야하고 학점이수 등 수험생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하에서 더 이상 이같은 문제점을 묻어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법무부가 적극적인 개선책을 강구한 게 분할채점제도가 아닌가. 이같은 분할채점의 취지가 일부 채점위원 교수들에 의해 훼손될 수 없다. 아직 채점을 완료하지 못한 채점위원들은 바쁘다는 핑계에 앞서 수험생들의 절박함에 먼저 귀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