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급 공채 일반기계 수석 합격 이준영씨
용산고 卒/서울대 바이오시스템공학전공 4학년
“작년 2차 탈락 경험,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 계기”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나라의 번영·발전에 이바지할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명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명언들이 그렇듯이 그 내용대로 실현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강한 의지력이 있어야 하고 또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복하지 않는 냉철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2018년 5급 공채 일반기계직 수석 합격자 이준영씨가 오늘의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실패를 성공으로 뒤바꾼 의지와 반성,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이씨는 현재 바이오시스템공학전공 4학년에 재학 중으로 이번 5급 공채 2차시험에서 86.8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일반기계직 수석을 차지했다.
그는 “많이 놀랐다. 2차시험 합격도 예상하지 못했거니와 충분히 많은 실력자들이 있는 시험에서 감히 최고 득점자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시험에 도전하게 됐을 때부터 늘 법률저널의 수석 합격자 수기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고 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합격소감과 함께 법률저널과의 인연을 전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도전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단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생각하긴 했지만 이공계 전공자가 공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5급 공채 기술직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한 즈음으로 그때까지도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도전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후 군대에 다녀와서 학교에 다니던 중 먼저 도전을 하고 있던 선배를 알게 됐고, 또 동기들의 권유에 힘입어 비로소 확신을 갖고 지난해 초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확신이 너무 컸던 것일까. 첫 도전이었던 지난해 2차시험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당시의 경험은 단순히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그가 올해 수석 합격을 차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그는 고득점 합격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남다른 비결은 없다”면서도 “작년 2차시험에서 능력을 근거 없이 과신한 대가로 매우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이때의 충격으로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된 덕분에 합격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당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지난해 초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니 시험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PSAT을 치르게 됐음에도 한 번에 통과한 셈이다. 남다른 비결이 있기 않을까 궁금했다. 이씨는 “나는 소위 말하는 ‘PSAT형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합격선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1차시험은 100점을 맞아야 하는 시험이 아니다. 특히 기술직이라며 80점 혹은 조금 자신이 없다면 75점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충분히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자료해석과 상황판단 영역이 다소 취약했기 때문에 내 실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지를 먼저 빠르게 판단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풀고 어려운 문제는 과가하게 넘기는 전략을 연습했다. 복잡한 문제의 경우 초기에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쉽게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이라면 가장 어려운 7~8개 정도의 문제는 대담하게 넘기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험 한 달 전에는 기출문제집을 보면서 문제집에 분류된 주요 유형의 문제들에 대한 접근방법을 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이씨는 “꼭 많은 사람들이 적용하는 방식보다는 본인에게 맞는 접근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대표적 유형인 언어논리의 형식논리 문제의 경우 문장을 문자 몇 개로 치환해서 나타내는 방식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인이 문장 형태가 더 와 닿는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고수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기출문제를 세트별로 시간을 재면서 푸는 연습을 했다. 많은 양의 문제를 풀기보다 가장 양질의 문제를 충분히 시간을 두고 복기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 2회 정도는 실제와 유사한 시간대에 맞춰서 답안지 마킹까지 완료하는 연습을 해보고 시험 전날에 그 동안 틀렸던 문제, 맞았더라도 제대로 풀지 않은 문제들을 다시 짚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수험생들에게 PSAT 전국모의고사를 추천해 달라는 말에 그는 “역시 여러 수험생들의 평가를 보면 법률저널의 전국모의고사가 가장 응시인원도 많고 양질의 문제를 제공한다고 들었다”면서 “시험이 처음이신 분들, 긴장을 많이 하는 분들은 법률저널 전국모의고사에 응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헌법은 한 달여의 1차 준비기간 대부분을 투자할 정도로 공을 들었다. 처음 2주간은 유명 강사의 헌법 기본강의를 하루에 3회씩 빠르게 수강했고 이후에는 타 시험 기출문제로 구성된 전범위 모의고사를 하루에 한 회씩 꾸준히 풀면서 미흡한 부분은 기본서를 보고 보충했다.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각종 부속법의 세세한 표현이나 정족수 규정 등 암기사항을 숙지했다.
2차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지난해 10월말부터였다. 이때부터 1차시험 한 달 전까지는 같은 그룹스터디원들과 계속 공부를 했고 1차 직후부터는 혼자서 공부했다. 그는 “스터디 여부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내 경우 여타 스터디원들에 비해 기본 개념이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일정한 계획표대로 공부하는 것보다 나에게 특히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자 독학을 택했다. 그럼에도 독학으로는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예전 스터디원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2차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과목은 기계공작법이었다. 기계공작법은 분량이 방대해 처음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과목이다. 그는 “기본서를 무턱대고 읽기만 해서는 온갖 생소한 용어와 시각화되지 않는 복잡한 공정에 매몰되기만 할 뿐 개념이 도무지 와 닿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각 대단원의 가장 큰 줄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소성가공 단원의 경우 우선 소성가공 자체의 개념과 장단점, 열간가공과 냉간가공의 차이 등 큰 개념만을 공부하고 다음 회독에서 소성가공의 대표 공정인 압연, 단조, 압출 등에 대해 본 후 충분히 이해가 됐을 때 가장 세세한 역학적 특성과 하위 공정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실제 공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면 많은 정보와 시각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팁도 전했다.
수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들 하는 마지막 한 달. 그는 기출문제를 푸는 데 주력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꼽았던 기계공작법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고시는 물론 여타 유사 시험들의 기출문제까지 최대한 많이 풀었다. 실제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맞는 볼펜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볼펜을 사서 답안지를 작성하듯 연습한 것도 도움이 됐다.
일반기계직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역학 문제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해결을 쉽게 하는 다양한 기교들이 있는데 이런 기교보다는 먼저 문제 풀이 과정 자체의 논리성을 키우는 데 주력하길 권한다. 물론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렇게 하겠지만 내 경우 그 논리성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 많은 시행착오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논리성’은 이씨가 답안작성에서 가장 중시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답안지 분량보다는 핵심 키워드와 논리 전개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역학과목의 경우 아무리 난해한 문제 상황이라도 자유물체도에서 시작하는 기본 프로세스는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논리적인 과정에 맞춰서 답안 작성 연습을 한다면 일관되고 실수 없이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은 이씨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그 주원인은 ‘불확실성’. 면접 경험도 거의 없고 면접 방식도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고. 낯설고 부담스러운 면접 관문을 넘기 위해 이씨는 학원, 교내 스터디, 직렬 스터디 등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다 받았다.
그는 “면접학원은 필요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데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된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교내스터디를 통한 직무역량면접의 개별발표준비였다. 여러 훌륭한 스터디원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스스로의 과신이 불러온 실패라는 경험은 이씨를 합격으로 이끌어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제 공직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앞둔 그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책임감이라는 공직가치의 중대함을 유념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수향하겠다. 스스로가 너무 부족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의 성취에 교만하지 않겠다”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앞으로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제도적 발판 마련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어려운 길을 선택한 여러분에게 행운이 있길 바란다. 합격의 순간만을 생각하면서 힘든 시간 잘 이겨내길 바란다”며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전한 이씨는 이어 그의 수험 레이스를 함께 달리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부모님 없이 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가장 고마워해야 할 부모님께 그동안 감사인사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늘 제가 잘되기만 바라고 기도해주시는 할머니, 외할머니, 여러 친척분들 감사합니다.
공부에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용산고, 프론티어 선후배님들, 과동기들과도 연락이 뜸했는데도 다들 한마음으로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면접 준비하던 모든 분들에도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동안 함께 공부하면서 저를 도와주신 스터디원분들 가운데는 합격의 영광을 누리신 분들도 있지만 불합격의 고통을 겪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꼭 관운이 따르길 희망합니다. 또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제 동기와 후배들에게도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책 본거나 정보라던가 공부법 등 좀 써주세요
공대생인데 기술직 진입에 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