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급 공채 기술직 화공직 수석·최연소 김장현 씨
경북과학고등학교 졸업/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3학년
“‘자신만의 답안틀’과 ‘답안지 많이 작성하기’가 2차 준비방향”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 평균 9~10시간 꾸준히 공부”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18년도 5급 공채 공업직(화공)에 합격하게 된 김장현입니다. 인터뷰 기사가 공개된 이후 주위 분들께서 감사하게도 축하해주셨습니다. 고시 생활을 시작할 때 ‘수석·최연소 합격’을 자취방 책상 앞에 붙여놓고 얼마나 허무맹랑하냐며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막상 소식을 접하게 되니 얼떨떨하고 부담감도 커집니다. 고시촌과 도서관을 오가며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데다가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을 독서대 너머로 뵈었기에 제가 합격수기를 작성할 자격이 있을지 조심스런 마음이 앞섭니다.
하지만 1차·2차 시험에 걸쳐 스터디를 꾸리지 않고 혼자 공부한 저에게 합격 수기는 공부 방향을 설정하는데 좋은 기준이 되어주었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몇몇 합격 수기는 메모장에 담아 종종 읽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수기가 티끌이나마 수험생분들께 보탬이 되길 소망하며 구체적으로 합격 수기를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다만 사람·상황마다 공부 방법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참고 자료로만 봐주시길 당부드립니다.
Ⅱ. 수험생활 전반
1. 수험기간 개괄
2016년 여름 방학 때 2017년 여름 방학부터 시험공부에 돌입하리라 결심하고,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자격을 미리 취득했습니다. 2017년 6월부터 10월까지 2차 시험 과목별(공업화학 제외) 주교재 1권을 회독하고(1회차), 타대학의 공업화학 강의자료를 주교재에 단권화시켰습니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는 새벽-오전 시간 동안 헌법·PSAT을 공부했고, 오후-저녁 시간 동안 ‘17.06.~’17.10.에 보았던 주교재 1권을 회독했습니다(2회차). 2018년 2월에는 PSAT 기출문제·모의고사를 매일 한 세트씩 풀고, 가물가물한 판례를 정리하여 암기하였으며 헌법 OX 문제집을 회독했습니다. 또한 단권화된 공업화학 중 유기공업·무기공업·고분자화학 부분에 대해 제게 맞는 목차를 세우고 공책에 필사했습니다.
2018년 3월 PSAT 가채점 후부터 곧바로 2차 시험 공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2차 시험 과목별로 2-3권의 주교재를 회독하고 주교재의 예제로 당일 모의고사를 50~100점 분량으로 만들어 풀었으며(3·4회차), 필사한 공업화학 자료를 암기했습니다. 2018년 6월에는 회독이 미흡했던 주교재를 재차 회독하고 기출문제를 풀었으며(5회차), 유기화학을 빠르게 정리하는 동시에 암기가 미진한 공업화학 부분을 집중적으로 암기했습니다.
2. 강의 및 스터디
1차 과목 중 언어논리의 경우, 논리 연산자를 익히기 위해 2017년 여름방학 때 언어논리 기본강의를 수강했습니다. 2차 과목 중 화공열역학, 전달현상, 공업화학은 학원 강의가 전무하여 교재로 독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응공학은 기본강의와 기초G/S강의를 수강하여 빠르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술직 수험생분들의 경우 2차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스터디를 꾸리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사람을 대할 때 많은 기운을 소진하는지라 적극적으로 스터디를 꾸리거나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 공부하면서 종종 의지가 약해지거나 불안감이 엄습했던 기간이 여럿 있어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스터디를 통해 보완할 수 있었겠다고 돌이켜봅니다. 결국 N명의 사람들은 N종류의 공부 스타일을 가지니, 본인의 공부 습관을 곰곰이 검토해보시고 스터디 참여 유무를 결정하셨다면 밀어붙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 공부 및 생활방식
저는 대학교 학과 도서관에서 공부하였으며 고시촌에 자취방을 구해 생활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기보다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동안 정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에, 공부가 너무 안 되는 날이면 빨리 접고 집에서 휴식하곤 했습니다. 대신 기상하자마자 바로 샤워하고 학과 도서관으로 향하고, 식사 이후 곧바로 책상에 앉는 습관은 엄격히 지켰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평균적으로 하루에 9-10시간 정도 공부하였습니다.
수험생활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스트레스를 주체하기 힘든 순간이 많았습니다. 저는 체력을 쌓을 겸, 자취방에 가방만 놓아두고 도림천 산책로로 나서서 빠르게 걸으며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또한 시험이 임박한 때에도 일요일은 무조건 쉬었으며, 지인을 만나거나 옷을 구경하는 등 휴식을 취하여 슬럼프를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4. 기타
2차 시험 답안은 지브라社 스라리(Surari) 0.5mm를 사용해 작성했습니다.
Ⅲ. 1차 시험 공부 방법
1. 헌법 공부 방법 (100.00)
저는 법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충실하게 따라갔습니다. 기본강의를 1.2~2배속으로 3회 수강하였고, 헷갈리는 판례의 경우 공책에 OX 형식으로 정리하여 통학 시간 동안 눈으로 훑었습니다. 올해 헌법 시험은 헌법 조문과 부속법령에 큰 비중을 두고 출제되었으나, 판례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쪽에 매몰되어 불안해하기보다 전체 범위를 빠르게 몇 번이고 회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로는 시중의 헌법 기출문제집, 헌법 OX 문제집과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문제를 푼 후 생소하거나 헷갈리는 선지는 앞서 말씀드린 공책에 정리하여 눈에 익숙해지도록 했습니다.
2. 언어논리 공부 방법 (90.00)
언어논리 과목은 큰 틀에서 언어 문항과 논리 문항으로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 문항의 경우 개인의 독해력이 크게 관여하기에 섣불리 조언을 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 많은 문제를 접하고 선지를 분석하다보니 제가 쉽사리 범하는 오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생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지레짐작하여 틀리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두 선지가 헷갈릴 때 상황을 지레짐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재고하자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논리 문제의 경우 논리 연산자를 얼마나 능숙하게 지문에서 도출하고 변형할 수 있는지가 주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어논리 기본강의에서 논리 부분을 다룰 때,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당일의 기호화 방식을 복습하고 기호화 방식에 의문이 있을 때마다 강사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기호화 방식을 완전히 익힌 후에는 여러 유형의 문제에 이를 적용하면서 점수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논리 문제 풀로는 ‘02~’17년도 행정고시, ‘06~’17년도 입법고시, 모의고사를 사용했습니다. 이전 입법고시 문제들은 사상·철학 소재 지문이 많아 제 취약점을 보완하기에 적절했으며, 최근으로 올수록 행정고시 문제와 유사해짐을 느꼈습니다. 언어논리는 첫 순서로 치르는 과목이면서 헌법과 함께 내리 2시간을 치르게 되어 집중력이 깨지기 쉬우므로 적절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자료해석 공부 방법 (95.00)
자료해석은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저를 가장 심하게 괴롭힌 과목이었습니다. 공대 특성상 숫자를 많이 어림산해봐서 학원에서 지도하는 기본적인 스킬들은 체화되어 있었지만, 문제에 빠르고 정확하게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가져 60-70점대 점수에 꽤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조금 버리고, 소위 ‘양치기’를 통해 최대한 많은 문제를 접하면서 스킵해야 하는 선지·문제에 대한 감을 잡으려 노력했습니다. 난이도나 운영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잡힌 이후부터는 모의고사에서도 80점대의 점수가 유지되었으며, 실제 시험장에서도 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료해석 문제 풀로는 ‘02-’17년도 행정고시, ‘06-’17년도 입법고시, 모의고사를 사용했습니다. 자료해석은 빠르고 정확한 계산을 내리 수행하는 만큼, 저의 경우 중후반부에서 제 풀에 지쳐 계산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계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자신에게 계산이 편한) 선지와 문제부터 접근하여 체력을 아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5. 상황판단 공부 방법 (95.00)
상황판단 과목은 퍼즐형 문항과 비-퍼즐형 문항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퍼즐형 문항의 난이도가 전체의 난이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퍼즐형 문항의 경우 유형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시중 강사의 기본서를 꼼꼼히 회독하며 문제를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감을 세웠습니다. 퍼즐형 문항의 경우 슬쩍 봐서는 난이도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킬을 익힌 후부터는 문항의 규칙을 어디까지 전개해보고 스킵을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상황판단 문제 풀로는 ‘02-’17년도 행정고시, ‘06-’17년도 입법고시, 모의고사를 사용했습니다. 올해 상황판단의 경우 퀴즈가 평이했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스킵 없이 풀고도 5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체력이나 정신력이 바닥나서 터무니없는 실수를 여럿 저질렀음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시험 시간에 충실하게 모의고사를 치르거나, 자신만의 환기 노하우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Ⅳ. 2차 시험 공부 방법
1. 전반적인 공부 방향
공업직(화공)의 2차 시험 과목은 화공열역학, 전달현상, 공업화학(이하 필수), 반응공학(이하 선택)입니다. 공부하는 방향에 있어 계산 과목(화공열역학, 전달현상, 반응공학)과 암기 과목(공업화학)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하므로 이를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답안지에 써낼 수 있는 자신만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교재를 정독하여 과목별 체계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나, 답안을 작성하는데 유용한 틀을 만드는 것은 체계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답안을 작성하는 저만의 틀을 세운 이후, 까다로운 문제가 나와도 내용을 빠짐없이 기재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안정적으로 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화공열역학의 기상 화학평형 문제를 다룰 때 저는 (1) 화학양론표를 작성하여 성분의 몰분율을 반응좌표의 함수로 구하고, (2) 평형상수의 퓨개시티 정의로부터 평형상수의 몰분율-의존성 방정식(필요하다면 온도-의존성 방정식까지)을 도출한 후, (3) 수치를 대입하여 답을 도출하는 틀을 세웠습니다. 예시로 2007년 제3-(1), (2)문에 대해 제가 작성한 풀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계산 과목의 경우, 많은 문제를 접하시다 보면 출제될 만한 내용을 몇 개의 유형으로 유목화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암기 과목의 경우 풀이 방법에 대한 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저에게 맞는 목차로 만든 서브노트를 틀로 사용하여 최대한 그대로 옮겨 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둘째, 답안을 많이 작성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산 과목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틀을 체화시킬 수 있고, 암기 과목의 경우 암기가 미진한 부분을 명백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차 시험을 대비하는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아서, 교재 내 중요하다고 생각한 예제나 연습문제를 선별하여 시험지를 만들고 일주일 뒤에 풀었습니다. 저는 신기하게 50점 분량마다 하나씩 계산 실수를 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시험장에서도 1차 검산 때 과목별로 1-2개의 계산 실수를 찾아 수정한 후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행정직 수험생분들의 경우 ‘10점에 한 페이지를 채운다’는 불문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제가 치른 2차 과목은 정의로부터 답을 명백히 도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목차 없이 작성하고 분량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해 2차 시험의 경우 계산 과목에 시간이 남아서, 문항에 관련된 이론을 명시하고(예: lumped-parameter system, two-film resistance theory) 정의와 가정을 언급했었습니다.
2. 계산 과목(화공열역학, 전달현상, 반응공학) 공부 방법
계산 과목은 정확한 답을 빨리 도출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평이하게 출제되기 때문에, 250점 만점을 노리고 검산을 반복하여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시간 동안 답안을 작성하고 1시간 동안 2-3회 방법을 달리하여 검산하도록 시간을 배분했습니다. 과목별 2-3개의 주교재를 선택하여 한 교재로 2회독하여 기초를 다진 뒤, 나머지 교재로 누락된 내용이나 상이한 접근법을 보충했습니다. 제가 사용한 주교재는 하기와 같습니다.
(화공열역학) Smith 저 ‘화학공학열역학’ ▷ Sandler 저 ‘화학 및 공학의 열역학’
(전달현상) BSL 저 ‘이동현상’, Welty 저 ‘기초이동현상론’ ▷ Middleman 저 ‘An Introduction to Fluid Dynamics’, 한국화학공학회 저 ‘이동현상의 응용과 해법’
(반응공학) Fogler 저 ‘화학반응공학’ ▷ Levenspiel 저 ‘화학반응공학’
(1) 화공열역학 (100.00)
Smith 저 ‘화학공학열역학’ 전체(3회) 및 Sandler 저 ‘화학 및 공학의 열역학’ 전체(2회)를 보았고, 연습문제의 경우 Smith 전체만, 기출문제는 ‘02년~’17년 화공열역학을 풀었습니다.
Smith와 Sandler는 화공열역학의 개념에 대해 상이한 접근법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Smith는 Carnot 열기관에서 엔트로피의 정의를 유도하지만, Sandler는 엔트로피의 특성과 수지식을 미리 정의하고 물리적 의미를 찾습니다. 한 권만 공부해서는 모든 기출문제를 매끄럽게 풀 수 없고, 한 권의 목차를 기준으로(저는 Smith의 목차를 암기했습니다) 두 권에서 동일한 개념을 전개하는 방식의 차이를 정리하면서 입체적으로 공부하신다면 안정적인 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Sandler는 논리 전개 방식이 직관적이고 예제 문항이 기출문제와 거의 동일하게 깔끔한 반면, Smith는 논리 전개 방식이 섬세하여 저와 잘 맞았고 연습문제 문항에서 막대한 유형과 계산으로 저를 단련시키기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화공열역학 문제 풀이는 수지식(balance)과 정의에서 출발할 때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답안을 작성할 때 일단 일반화된 수지식이나 관련된 개념의 정의를 명시하는 습관을 들이시고, 개념을 탄탄히 잡아두신다면 가장 쉽게 안정적인 고득점을 노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전달현상 (100.00)
BSL 저 ‘이동현상’(미시 전달 발췌독/3회), Welty 저 ‘기초이동현상론’(전체/3회)를 보았고, 연습문제의 경우 BSL 연습문제 AB, Middleman 저 ‘An Introduction to Fluid Dynamics’ 예제(2회), 한국화학공학회 저 ‘이동현상의 응용과 해법’(3회), 기출문제는 ‘02-’17년 전달현상, ‘18년 전국 대학생 화학공학 학력 경시대회(이동현상)를 풀었습니다. 학교에서 ‘공정유체역학’, ‘열 및 물질전달’을 수강했습니다.
전달현상을 운동량·열·물질전달과 미시·거시전달로 2차원 차트화한 후, 전자에서는 특정 전달현상에서만 나타나는 특징, 후자에서는 공통점을 찾으며 공부할 때 공부량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미시 전달의 경우 BSL이 채택한 쉘 수지 접근법을 사용할 때 좌표계나 물성의 비이상성에 있어 혼란을 없앨 수 있었고, 거시 전달의 경우 Welty의 흐름으로 정리할 때 심오한 모델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Middleman의 경우 학교에서 수업교재로 사용하기도 했거니와, 유체역학을 충분히 공부한 후 가정을 스스로 도입하여 예제를 풀 때 혼재되어 있던 개념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동현상의 응용과 해법’은 전국 대학생 화학공학 학력 경시대회(이동현상) 기출문제를 갈무리한 책으로, 다양한 유형을 깔끔하게 접해볼 수 있어 매우 유용했습니다.
전달현상 문제 풀이는 마찬가지로 수지식에서 출발하는 풀이를 사용하여, 모든 미시 전달 문제의 경우 필요한 가정을 첫 줄에 언급하고 전달 방향에 수직인 쉘을 설정해 쉘 수지를 세우는데서 시작했습니다. 올해 전달현상은 거시 전달 위주로 출제된 점이 특징적인데, 거시 전달은 정의를 확실히 한다면 미시 전달보다 간단한 계산으로 답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달현상에서만 독점적으로 다양한 무차원수(Nu, Pr, Sc, Sh, Bi 등)이 등장하는데, 무차원수를 매개로 운동량·열·물질전달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만큼 각 무차원수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 물리적인 의미나 용도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전달현상을 처음 접할 땐 미분방정식만 푸는 어려운 과목이라 느끼시겠지만, 미분방정식을 수립하기 위한 수지식과 새로운 개념들부터 꼼꼼히 짚고 가신다면 공부량은 타 과목보다 오히려 적으니 지레 겁먹고 회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3) 반응공학 (49.66)
Fogler 저 ‘화학반응공학’ 전체(3회) 및 Levenspiel 저 ‘화학반응공학’ 발췌분(2회)을 보았고, 연습문제의 경우 Fogler 전체(수치해석 제외), Levenspiel 전체, 기출문제는 ‘02-’17년 반응공학, ‘12-’17년 변리사 화학반응공학을 풀었습니다. 학교에서 ‘반응공학 1’을 수강했고, 학원의 기본강의와 기초G/S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반응공학은 수험적으로 전반부(일반 몰수지식~등온 반응기 설계)와 후반부(비등온 반응기 설계~체류시간분포)로 분리됩니다. 학교에서 사용한 Fogler는 일반 몰수지식(GMBE)을 근간으로 하여 설계식을 체계적으로 기술하므로 전반부의 기초 개념을 잡는데 적절합니다. 다만 포글러 예제나 연습문제들은 종종 수치해석으로 해를 도출하기 때문에, 설계식까지 세우는 훈련을 하는데까지만 수험적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Levenspiel은 후반부의 개념을 잡는데 저와 잘 맞았고, 깔끔한 예제와 연습문제를 많이 실어놓아 문제 훈련에 좋았습니다. 그러나 Fogler나 Levenspiel의 접근이 다르거나(예: 티일레 계수의 정의) 한 책에만 나오는 내용이 있으므로(예: 순환 반응기) 두 책을 모두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응공학 문제 풀이는 모두 수지식(GMBE)에서 출발하는 풀이를 사용하여, Fogler에 제시된 반응공학 문제 접근법을 최대한 차용했습니다. 올해 출제된 순환 반응기의 경우, 순환반응기 도식과 함께 Levenspiel의 유도를 그대로 작성한 후 반응속도식과 결합했습니다. 반응공학 전반부는 내용이 쉬우나 문제가 어렵게 출제될 수 있고, 후반부는 물질전달이나 에너지 수지식, 체류시간분포의 개념이 결합되면서 내용이 어려워지나 문항이 상대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전반부에서는 다양한 문제에 문제 접근법을 충실하게 적용해보고, 후반부에서는 교과서 개념에 집중하여 공부할 때 선택과목인 반응공학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암기 과목(공업화학) 공부 방법 (85.00)
공업화학은 화공직렬 수험생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과목일 것입니다. 시험 범위를 유기화학·유기공업화학·무기공업화학·고분자화학으로 좁힐 수 있다지만 항상 불의타가 출제되는 과목인데다가, 언급 드린 네 과목조차 소화하기 벅차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용한 주교재는 하기와 같습니다.
(유기화학) Bruice, P. Y. 저 ‘유기화학’
(유기공업화학) Wittcoff, H. A. 저 ‘유기공업화학’, Weissermel, K. 저 ‘공업유기화학’
(무기공업화학) 한국공업화학회 저 ‘무기공업화학’ (+ 오승모 저 ‘전기화학’, 국윤환 저 ‘콜로이드와 계면활성제’)
(고분자화학) Young, R. J. 저 ‘고분자화학’
유기화학과 고분자화학의 경우 학교에서 기수강하여 강의노트 위주로 빠르게 리뷰했습니다. 유기화학은 본래 교과에서 강조되는 역합성(retrosynthesis) 분석보다는 보편적인 반응의 반응물·생성물, 촉매, 반응 매커니즘을 A4용지 4-5장으로 압축하여 틈틈이 외웠습니다. 고분자화학은 공중합 단원까지 Young의 서술 순서대로 꼼꼼히 암기했고, 결정화도와 상전이 물성의 경우 적절한 단원을 발췌독했습니다. 올해 공업화학 시험은 고분자화학이 총점의 절반을 초과하도록 출제된 만큼 고분자화학을 엑스트라로 공부하기보다 타 과목과 유사한 시간을 투자하여 암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무기공업화학의 경우 주교재가 공업화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던 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주교재와 함께 공업화학 교과목을 개설하는 타대학의 강의노트를 구해 주교재에 누락된 내용을 보충하고 강약을 조절하며 저만의 무기공업화학 목차를 무기화학공업원료/전기화학/무기화학공정/촉매/신소재/계면화학 순으로 세웠습니다. 단권화 이후 1차 공부 기간의 저녁에 기운이 빠질 때면, 공정조작조건 등 수험적으로 지엽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도표까지 그대로 2차 답안지 묶음에 100p 내외로 필사했습니다. 공업화학이 너무 막막해서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필사를 시작했었지만, 필사를 통해 무기공업화학의 큰 그림을 얼핏이나마 그릴 수 있었으며 시험 2주 전까지 누락된 내용을 제가 만든 틀에 쉽게 끼울 수 있었습니다.
유기공업화학의 경우 자대 ‘유기정밀화학’ 교과목 강의노트를 구해 원유정제, C2, C3, C4, BTX 단원에서 중요한 화합물을 선별했습니다. Wittcoff의 경우 현재 한글판이 절판되어 산업에서 사장된 합성법이 종종 실려있는데, Weissermel을 사용해 새로이 사용되는 합성법과 공정 디테일을 찾았습니다. 복잡한 화합물을 만들기 위해 유기금속촉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기금속촉매의 원리는 Miesler의 무기화학 책을 통해 공부하여 암기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후 Wittcoff의 목차를 활용하여 무기공업화학과 마찬가지로 100p 내외로 필사하고 시험 2주 전까지 누락된 내용을 채웠습니다. 물질 간 트리는 생각보다 제게 도움이 되지 못했고, 단원별로 최종 생성물을 목차로 구성해 암기하는 편이 편했습니다. 저는 C1 화학이 설마 나올까 싶어 목차 구성을 계속 미뤄왔는데, 올해 formaldehyde의 합성법이 출제되어 크게 후회했었습니다. Wittcoff에 제시된 7개의 building blocks까지는 꼼꼼하게 학습하는 편이 속편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사 예시는 무기공업화학 중 촉매의 비활성화, 유기공업화학 중 메틸메타크릴레이트의 제법, 고분자화학 중 선형 단계 중합의 동역학 순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계산 과목은 소재가 낯설어도 부분 점수를 꾀할 수 있지만, 암기 과목인 공업화학은 소재가 낯설면 점수를 잃는다는 점이 저에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따라서 초시였음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은 회피하고, 최대한 넓은 영역을 접해보고자 하여 시험장에서도 크게 당황하진 않았습니다. 공업화학 한 회독을 마치면, 공업화학 소과목들 간 연계성을 파악하게 되고 암기가 조금이나마 편해집니다. 예를 들면, 고분자화학 중 Ziegler-Natta 배위중합은 무기공업화학에서 유기금속촉매의 매커니즘으로 다뤄지고, 유기공업화학에서 폴리프로필렌의 합성법으로 재차 다뤄집니다. 따라서 지레 겁먹고 시험 몇 주 전까지 미루기보다, 이해가 덜 되더라도 틈틈이 읽어나가며 학습부담을 미리 해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Ⅴ. 3차 시험 대비 방법
2차 합격자 발표가 난 직후 주위에 2차 합격자가 전무했기에 학원에 등록하고, 이후 직렬 면접 스터디와 교내 면접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학원 수업으로는 면접 운영 방식과 기초적인 전략을 배우고 활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직렬 면접 스터디에서는 집단토론을 연습하고 조원분의 도움으로 기합격자분들께 소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내 면접 스터디에서는 개인발표 및 개별면접을 연습하기 위해 함께 PT를 작성하고 서로 질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렬·교내 면접 스터디 조원분들 덕에 예리한 질의와 피드백을 받고,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에서 중요한 점은 진솔함과 자신감이라 생각합니다. 집단토론·개인발표에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편 후 면접관이나 동료 면접자의 의견을 경청하며, 개별면접에서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다면 면접에서 충분한 기량을 발휘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Ⅵ. 맺으며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개인마다 자신에 맞는 수험 스타일이 있으므로 참고 자료로만 삼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합격 수기를 이리저리 넘기며 공부 방향을 힘들게 정한 경험이 있어 최대한 자세히 수기를 작성하려 노력했고, 화공직류 진입을 고민하고 계신 수험생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소망합니다.
고시생활 중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학업적인 부분이 아닌 외로움과 불안감이었습니다. 부족한 공부는 시간·노력을 더 투자해서 메꾸면 되지만, 외로움과 불안감은 고시에서 손을 털지 않는 이상 해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외로움과 불안감이 엄습하여 제가 종종 우울해질 때면 큰 위로가 되어준 친구들·형님들·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면접 준비 기간 동안 저에게 좋은 본보기이자 모범이 되어주신 기술직 면접스터디 형님·누님들, 화공직렬 면접스터디 조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같은 버스로 등교할 때마다 먼저 밝게 인사해주신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 학생식당 조리사·조리원 선생님들 및 직원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