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와 행정고시 등 주요 고시의 원서접수가 마감됨에 따라 시험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어느 해보다 올 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와 대리시험으로 얼룩졌다. 광주에서 시작된 부정 파문은 곧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수험생 등 374명이 입건되고 314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학원장이 낀 조직' '대물림 커넥션'까지 밝혀지면서 당국의 시험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여실히 드러냈다.
게다가 수능 부정에 이어 영어능력검정시험인 토익(TOEIC)과 지텔프(G-TELP) 시험에서도 일반인들이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토익시험은 미국 ETS(교육평가서비스) 주관으로 한 해 최고 168만여명이 응시하는 영어 능력시험이며, 지텔프 역시 미국 ITSC(국제 테스트연구원)가 주관해 시행하는 국제 공인 영어 시험으로 법원행정고시 등 국가고시 공인 영어 성적으로 채택돼 있다. 여기에다 명문대생의 대리시험 가담 사실이 밝혀지면서 엘리트들의 도덕불감증이 수능 파동에 또다른 충격을 던져줬다. 또 서울 주요 대학 편입학 시험에서 대규모 부정 시험을 저지른 일당이 토익(TOEIC)과 텝스(TEPS) 등 공인 영어 시험에서도 무전기를 동원해 부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부정으로 얼룩진 한해였다.
부정의 수법도 전문 브로커가 개입한 조직적 부정행위에다 디지털화돼 가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에게 컴퓨터를 통해 휴대전화로 정답을 전송해주는 '웹투폰'(Web to Phone) 방식이 사용된 사실이 새로 확인되면서 '문자메시지 부정'에 이어 '웹투폰 부정'으로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험의 난이도가 높은 고시라 해서 느긋하게 있을 수만 없게 되었다. 수능과 달리 국가고시의 부정행위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하더라도 만일에 대비해 전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휴대전화 전파차단기 설치, 감독관 증원, 시험지 유형 다양화, 시험시간의 철저한 관리, 수험생간 좌석간격을 최대한 확보, 수험생 응시 사진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부정행위를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제와 검증이다. 특히 사법시험의 경우 지난해 학원이나 대학의 모의고사 문제와 같거나 유사하게 출제되어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출제위원이라는 점에서 출제위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현재 출제위원으로 위촉되는 대학 교수들의 상당수가 사설 학원의 모의고사를 출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재발의 개연성은 커 출제위원으로서 출제 원칙과 공정성에 근거한 양식이 철저히 요구된다. 시험당국의 검증시스템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출제위원 스스로 엄격한 잣대로 출제에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험당국도 면책될 수 없다. 궁극적인 책임은 시험 시행을 주관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닌가. 유능한 출제위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출제위원에 대한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서 필수과목의 출제방향이 널뛰기가 되지 않도록 하고, 난이도를 조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법시험 1차시험의 경우 선택과목의 난이도 조정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선택과목은 교과내용과 출제위원, 응시자 숫자가 모두 달라 난이도를 100% 맞추기 불가능하겠지만 형평성 논란을 막는 최선의 방안은 일차적으로는 과목 간 난이도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표준점수제'가 아닌 '원점수제' 상황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수험생이 공부하기 쉬운 과목으로 몰리는 문제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 조정이 더욱 중요하다.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사법시험에서 과연 올해는 시험문제에 대한 오류나 선택과목간의 난이도 등 형평성 논란이 없어질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인 만큼 출제위원과 시험당국의 각별한 대비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