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乙酉)년 새해가 밝았다. 광복 60주년이기도 해서 여느 때와는 다른 감회에 젖어 볼 수도 있으련만 마음은 무겁다. 지난 갑신년은 정치·사회적 갈등과 대립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고, 정치권은 무능으로 '불임'의 세월을 보냈고,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노력보다 '힘 겨루기' '제 몫 챙기기'에만 골몰했다. 정치가 이념의 수렁에서 허덕이는 동안 국민은 생계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려 왔고,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와 당파가 다른 집단을 무조건 공격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의 한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히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현실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우리가 바라는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의 질곡을 헤친지 60년만에 국민의 피땀과 눈물은 근대화와 민주화의 토대를 쌓아왔다. 광복의 희망을 짓누른 이념 대립과 전쟁을 거쳤음에도 좌절은커녕 선진민주화의 꿈을 가꿔 왔다. 우리 선조가 조국 해방의 꿈을 안고 시련을 이겨 광복을 맞았듯이 우리는 이 험하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우리의 헌법국가, 법치사회의 꿈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 한해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시장경제 원칙을 둘러싼 근원적 논란 또한 여느 해에 비해 유난히 잦았다. 건국 이래 처음인 대통령 탄핵사태, 신행정수도건으로 야기된 위헌시비가 극심한 국론분열의 진원이었고 법치와 정치가 마찰음으로 궤적을 그려왔다. 법은 상식이다. 권력이 행사되는 통로일 수 없고, 당리당략이 관철되는 수단일 수도 없다. 새해는 어떤 의제든 헌법이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모색하고 진행되어 법치주의가 제자리를 되찾는 한해가 돼야 할 것이다.
법앞의 평등이 실현되는 사법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50여년간 유지된 사법제도를 변화한 사회에 맞춰 개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으로 탄생한 사법개혁위원회가 1년2개월의 활동을 마감했다. 사개위가 그동안 다룬 안건은 대법원 기능과 구성, 법조일원화 및 법관임용방식 개선, 로스쿨 도입, 국민의 사법참여, 사법서비스 및 형사사법서비스 개선 등 5가지로 대별된다. 우리는 사개위가 단시간이지만 50년동안의 해묵은 상처를 진단하고 치유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도적 개혁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형평성있는 법집행의 유지다. 힘없는 자에게만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법이라는 '무권유법'(無權有法)이란 말도 사라져야한다. 1월 출범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사개위가 넘긴 과제 외에 '법앞에 평등' 원칙 실현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사법부의 격변이 막오른 해로 기록될 것이다. 9월로 임기가 끝나는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6명이 올 한 해 동안 바뀌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대법관 14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여서 대대적인 대법원 개편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 최고의 성좌(星座)인 대법관은 판결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최후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국가적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겼을 때 사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난해 국민 모두가 직접 체험했다. 그런 만큼 대법원의 구성원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것이 격변이 예상되는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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