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지가 창간 6주년을 맞아 전국법과대학 교수 및 고시생을 대상으로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교수들의 46.4%가 '법률대학원(4+2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시생들은 59.3%가 '현 사법시험 개선'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해 전반적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법조인 양성제도의 대안으로 로스쿨 도입은 교수의 35.7%, 수험생의 21%에 그쳐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법대교수의 68%가 찬성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로스쿨이나 법률대학원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대안에 앞서 기존의 법조양성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사법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비용과 확률, 그것을 아예 근본적으로 뜯어고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확률과 비용을 상호 비교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로스쿨 도입에 관한 논의는 주로 형식에 집착하여 토론이 이루어졌고 외국의 사례도 경험과학적 토대나 면밀한 분석없이 공리공론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로스쿨 도입은 로스쿨의 교육적, 정치사회적 기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법학교육을 일반교양교육보다 전문교육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면, 정확한 현실파악과 분석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우선 학계에서 나오고 있는 로스쿨 도입의 전제조건을 보면 왜 여론은 로스쿨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풍토에 낯선 로스쿨을 도입하는데는 수년간의 치밀한 준비와 그에 따른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고 설립허가를 내줄 것인지 명확한 그림이 있어야 한다. 그저 대학별로 지역별로 안배해서 설립허가를 내주고 뚜렷한 목표없이 종전의 법대를 운영하는 방식 내지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로스쿨을 운영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또한 로스쿨에 맞는 새로운 교수요원의 양성이 핵심 과제다. 로스쿨의 성패는 주로 설립시의 인적 구성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무슨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교수가 될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로스쿨 수준에서 가르칠 구체적 내용, 범위, 수준 및 방법론에 대한 논의도 전무한 상태다. 로스쿨만 서둘러 도입한다면 준비없는 상태에서 똑같은 교수가 과거와 똑같은 교재로 고물 레코드판을 틀 듯 똑같은 강의를 반복할 것이고 세계화, 개방화, 전문화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법조인 양성으로 이해하는 로스쿨과는 무관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법학교육시스템의 선택은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 얼마나 적합한가에 의해 결정된다면 로스쿨 도입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의 법학교육과정과 사법시험 및 연수원교육 시스템의 대폭적인 개선으로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개혁의 목적 달성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그 성패가 불분명한 로스쿨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현행 제도를 과감히 개선하는 안이 더욱 현실성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법치 내지 법의지배 원칙이 전세계적 함의(含意)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법조인 양성 문제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모든 가능한 대안을 열어두고 차근차근 이성적인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