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양성 ‘로스쿨’외 ‘사법시험’ 함께 가나
각각 장단(長短) 있는데…고민에 빠진 국회
분쟁과 관련한 송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사법(司法) 제도다. 법을 맡는다는 뜻이다. 입법부 또는 행정부가 국민과 국민간, 국민과 국가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입법하고 위법이 발생하면 당사자(사인, 단체, 국가)의 청구에 의해 사법부가 법령에 의거, 판결하고 그 효과로서 집행효가 발생한다.
광의의 사법부는 판사로 구성된 법원과 검사로 이뤄진 검찰이 주체가 된다. 협의의 사법부는 법관(판사) 구성의 법원만을 일컫고 검찰은 행정입법과 형사소추 및 형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부 소속이 된다. 범위를 더 확장하면, 법조 3륜의 한 축으로서 변호사도 사법의 구성원이 된다.
과거 구한말까지 사법권은 왕권의 하나로서 형조에서 국가작용으로서 민사, 형사 등 전영역의 분쟁을 해결했고 중인 출신의 율사(형방)가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구한말 법관양성소가 탄생했지만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우리의 근대 사법제도는 일본에 예속됐다. 해방 직후 1949년부터 고등고시 사법과를 통해 법조인을 선발했고 1963년부터 현재의 사법시험으로 독립 시행됐다.
따라서 법조인 선발을 위한 독자적 제도로서의 사법시험 역사는 올해로써 52년째다. 다만, 2009년 이를 대체하기 위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하면서 사법시험을 2016년 1차시험, 2017년 2, 3차시험을 끝으로 폐지하는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됐다.
다만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사법시험을 다시 존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법조계, 법학계가 가부를 두고 혼돈에 빠졌다.
현재 사법시험 존치 법안 6개,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법안 1개가 발의됐고 이를 두고 오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사법시험 존치측은 “기회의 균등”을, 로스쿨을 중심으로 한 반대측은 “로스쿨 안착 방해”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변호사시험, 사법시험,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은 각각 어떤 차이와 특징을 갖고 있을까.
■ 변호사시험 “교육 통한 양성” vs “고비용·고학력”
2009년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기치아래 전국 25개 로스쿨이 개원했다. 4년제 대학 수준의 학사학위를 취득해야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고 3년간 이론 및 실무 법학을 배운다.
이들은 수료와 동시에 ‘교육을 통한 법조인 선발’이란 목적의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이에 합격을 하면 변호사자격을 취득한다.
변호사시험은 기본적으로 법조일원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다. 즉 다년간 활동한 변호사 중에서 판사, 검사를 임용함으로써 국민 친화적 사법제도를 운영하기 위한다는 목적이다.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1,500만원가량이다. 사법시험과 달리 변시 합격 후에는 법률사무종사기관 등에서 자비로 6개월 실무수습을 받는다.
변호사시험 시행 4년 결과 2012년 1회 1,451명, 2013년 2회 1,538명, 2014년 3회 1,550명, 2015년 4회 1,565명이 합격했다. 4년간 응시자 대비 평균 경쟁률은 71.28%였다.
시험은 총 4일간 공법(헌법·행정법), 형사법(형법·형사소송법), 민사법(민법·민사소송법·상법)에 대해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으로, 7개 법률선택과목(1택)에 대해 사례형으로 치러진다.
그 외 변호사시험 합격요건으로 로스쿨에서 법조윤리과목 이수를 전제로 법조윤리시험이 사전에 합·불합격제(선택형, 70점이상)로 시행된다.
■ 사법시험 “기회균등” vs “대학 황폐화·낭인 양산”
사법시험은 1947년~1949년에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부터 유래한다. 이 후 1950년~1963년 고등고시 사법과가 16회에 걸쳐 실시됐다. 현 사법시험은 1963년 5월 사법시험령이 공포되면서 사법시험으로 변경됐다.
1963년 시행 이래 사법시험에서는 응시자격 제한이 없었다. 다만 2006년도 제48회 시험부터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학점인증등에관한법률 규정에 의한 ‘35학점 이상의 법학과목을 이수한 자’로 제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5급 별정직 공무원신분으로 국비로 실무교육을 받고 봉급도 주어진다.
법학 35학점 이수를 하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고 사법연수원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 로스쿨제도와 가장 큰 차이다.
아울러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을 통해 배출되는 법조인들은 절대 다수가 판사, 검사로 임용되는 소위 ‘법조공무원 양성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다만, 1996년 38회 시험부터 선발인원이 500명으로 급격히 증가, 2004년 46회부터는 연간 1000명을 선발하면서 변호사 양성 기능도 하게 됐다.
로스쿨 출범 및 변호사시험 법조인이 배출되면서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됐고 2009년부터 점진적으로 감소, 2014년 204명, 2015년 150명, 2016년 100명, 2017년 50명 선발을 예고하고 있다.
사법시험은 1차 선택형(헌법, 형법, 민법, 법률선택과목 1택, 영어능력검증시험), 2차 논술형(기본 7법), 3차 면접으로 분리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1회성 시험에 의해 법조인을 선발해 ‘고시 낭인’의 우려를 받아왔고 학부 재학생 상당수가 전공을 불문을 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해 학부 황폐화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1963년 이래 총 56회가 치러졌고 20,450명이 합격했다. 1차 응시자 대비 최종합격률 5%안팎이다.
■ 예비시험 “취약계층 배려” vs “로스쿨 우회 수단”
현재 거론되는 예비시험은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을 전제한 제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신)사법시험 예비시험이다.
일본의 경우, 2004년부터 로스쿨이 출범했고 2006년부터 신사법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야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어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2011년부터 사법시험 예비시험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응시자격은 특별한 제한이 없고 로스쿨 재학생, 졸업생도 응시할 수 있어 매해 지원자가 증가하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로스쿨 지원자는 줄어들고 있어 로스쿨 제도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첫해 6,477명이 응시했지만 매년 늘어 2015년에는 10,334명으로 증가했다. 시험은 단답식, 논문식, 구술 시험으로 치러지며 시험과목, 난이도 등의 면에서도 본 시험인 사법시험보다 합격하기가 더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비시험은 대학 수능에서 고교 검정고시에 해당한다. 즉 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일본 예비시험은 사회적, 경제적 취약자를 고려한 제도였지만 평균 합격률이 3%안팎임에도 불구하고 로스쿨보다 선호도가 높아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예비시험 출신자들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출신(20%대)보다 3배나 높은 60%를 상회하고 있어 실력적인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역시 2009년 변호사시험법 제정과정에서 사회적, 경제적 취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2013년 예비시험 재논의’라는 부대의견을 담고서야 법이 통과됐다. 2011년부터 시행되는 일본 예비시험 결과를 지켜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로스쿨 외에 또 다른 법조인 선발 제도로서 사법시험이 아닌 예비시험을 둘 경우, 일본과 달리 로스쿨 재학생들의 응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현 변호사시험이 로스쿨 수료 후 ‘5년 내 5회’로 제한하고 있어 졸업생에 대해서는 응시자격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 사법시험 5, 예비시험 1 법안…어떤 내용?
현재 사법시험 존치 법안은 새누리당 함진규, 노철래, 김용남, 김학용, 오신환,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6개, 예비시험 도입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1개가 발의, 법사위에 상정된 상태다.
이들 법안은 한결같이 “경제적 약자들도 변호사 될 수 있도록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법제안 이유를 들고 있다.
구체적 시행 방안에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을 담고 있다.
현 19대 국회는 현재 진행 중인 제337회 정기국회를 마지막으로 내년 4년이면 회기가 종료된다. 또 현행법에 따르면 사법시험 제1차시험은 내년 2월 27일 치러지는 것이 마지막 시험이 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를 논의하지 못하면 사법시험 존치여부는 제20대 국회의 몫으로 남게 된다.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시험이 마지막 회로 치러지고 또 4월 총선 준비 등으로 금번 정기국회가 최고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