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시생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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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시생과 어머니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1.06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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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자식을 낳아 봐야만 부모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식으로서 성정을 하면 직간접으로 모성애와 부성애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당연히 자식을 낳아 기르다 보면 나를 낳아준 부모의 사랑은 한층 짙게 체득할 수 있겠지만...

수험가에서는 세월이 변해도 유독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채용, 선발, 발표, 문제유형 등 각종 시험제도가 바뀌고 있고 수험생들은 책과 필기구 하나에 의지한 채 학습을 하던 것이 이제는 각종 IT기술을 이용한 폭넓은 방법으로 학습방법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수험생을 둔 부모의 자녀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11월에 젖어드는 매년 이맘때면 수험가에서는 낙엽도 밟지 말라고 한다. 부모들의 가을 애수는 자녀가 시험에 붙을까 말까 하는 조바심의 시름이 이를 한층 짙게 한다. 10월 말 법원행정고등고시 2차시험과 5급 공채(행정) 면접이 치러졌고 4일에는 공인노무사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또 4일부터 6일까지는 사법시험 면접시험이 진행됐고 5일에는 5급 공채(기술) 2차시험 발표가 있었다. 다가오는 11일에는 변리사시험 2차, 25일에는 법무사 2차시험이 발표되고 28, 29일에는 5급 공채(기술) 면접시험과 내달 1일에는 법원행정고시 2차시험이 발표된다. 또 로스쿨 1단계 합격자 발표가 진행 중이고 오는 27일에는 국가직 7급 공무원시험 최종합격자도 발표된다.

늘 이맘때면, 수험생 부모들로부터 문의전화가 폭주한다. “내일 합격자가 발표 나는데 우리 딸이 합격할 수 있을지” “우리 아들이 이번 시험에 응시했는데, 과락을 우려하고 있다. 혹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 “이젠 사법시험 합격자도 몇 명 안 되는데 올해에는 불합격자 없겠죠” 등등 조바심이 역력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전해질 때면 정말 가을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곤 한다. 

심지어 내년 1월 4일부터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에 출원인원을 알 수 있느냐는 문의도 종종 있다. 또 올해 사법시험 2차시험에 불합격했는데 계속 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 로스쿨 입시 준비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 지 등과 같은 문의도 받게 된다.

이같은 질문에 응대를 하다보면 아는 정보 한도에서 최대한 친절히 설명을 하려고 애를 쓴다. ‘오죽하면 이렇게 전화까지 해 다그칠까’ 라는 이해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행정고시 면접 직후 한 수험생의 어머니는 “면접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며 전화를 했다. 이미 치러졌는데 굳이 안달할 필요가 있느냐는 기자의 되물음에 “어떻게 치렀는지 아들이 말을 않기 때문”이라며 “아들 녀석은 지 혼자서만 공부를 한 줄 알아요. 저도 뒷바라지를 하느라 수험생이 다 됐다”며 면접에 대한 답변을 재촉했다. 말 속에는 무뚝뚝함으로 일관하는 아들에 대한 서운함도 배어 있었다. ‘요즘 수험생들은 무지 똑똑하고, 또 다 자기 앞 가름을 잘 하니깐 너무 압박을 가하실 필요가 없다’는 기자의 회답에 “부모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라며 한가득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각종 고사장에서는 학부모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래에는 필기시험, 면접시험장 주변에서는 어김없이 삼삼오오 학부모 무리들을 목격하게 된다. 또 벤치 한 구석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들도 종종 보게 된다. 또 배우자, 자녀 등의 응원도 심심치 않게 경험하곤 한다.

과거 홀홀단신으로 고사장을 찾고 합격자 발표도 외로이 혼자 감내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모든 것을 한 가족이 함께 하는 듯하다.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는 만추의 계절. 누군 웃고 누군 울지만 함께 해 줄 어머니가 있다. 그래서 기쁨은 두 배가, 슬픔 위로는 네 배가 되면, 다시 내년 또 한 해의 시험 주기가 반복된다. 도전하며 웃고 우는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에게, 또 그 어머님들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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