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험 직전의 수험생은 다중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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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험 직전의 수험생은 다중인격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1.30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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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7개의 인격을 지닌 남자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차도현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배려심이 깊고 친절한 성격으로 자신의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안에는 원래 성격과 극단적으로 대극을 이루는 난폭하지만 매력적인 또 다른 인격 신세기가 공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라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는 단순하고 유쾌한 인격의 페리박과 자살을 꿈꾸는 17세의 소년 안요섭, 그 소년의 쌍둥이 남매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의 사생팬 소녀 안요나, 곰인형을 좋아하는 어린 여자아이 나나에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인격 미스터 X까지 주인공의 안에 함께 살고 있다.

사실 드라마는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을 따라가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져서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의 강력한 추천도 있고 무려 7중 인격이라는 소재에 호기심이 일어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꽤나 재밌는 거다. 극단적인 성격 변화는 물론 배경과 나이, 성별까지 초월하는 주연배우의 연기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스토리와 대사들도 매력적이다. 물론 “모년 모월 모일 모시,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이야”와 같이 여주인공조차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대사도 나오지만 말이다.

지난 방송에서는 요섭의 인격이 투신자살을 시도하려는 것을 여주인공 오리진이 만류하는 장면이 나왔다. 요섭은 세상이 자신을 돌연변이나 괴물로 보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고통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고, 그래서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지겠다고 말했다. 이 때 오리진의 명대사가 나온다. 그녀는 다른 사람도 다르지 않다고, 모두들 마음 안에 여러 사람이 살고 있다고 했다. 죽고 싶어 하는 나와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하는 내가 싸우고,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내가 매일매일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어느새 5급 공채와 외교관후보자 1차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뒤를 이어 변리사와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이 이어진다. 한 달하고 며칠 후에는 사법시험과 입법고시가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험공부라는 것이 원래 잡념이 들기 쉬운 일 중 하나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걱정, 차라리 조금이라도 일찍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끊임없이 마음을 들쑤시곤 한다.

어찌어찌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고 공부를 해 보려고 하면 또 갑자기 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특히 수험생들의 마음이 가장 산란한 시기가 바로 요맘때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7중 인격이라도 된 듯이 온갖 감정이 수시로 튀어나온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걱정해 주시고 뒷받침해 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공부에 몰두하다가도 문득 '무슨 대단한 영화를 보자고 젊고 예쁜 시절을 책과 씨름하며 보내나' 하는 분노나 원망이 솟기도 한다. 또 시험이 다가오면 별 게 다 재밌어진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 후배는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재밌어지면 ‘아, 정말 시험이 코앞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다못해 컴퓨터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카드 맞추기 조차도 시험 직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임이 된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마음과 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실력은 지금까지 매일매일 충분히 쌓아왔다. 오리진은 살고 싶으니까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견디지 않았느냐며 의식을 닫고 잠들어 있는 차도현을 깨웠다. 그 말을 자신과 싸우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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