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을 책임진다는 각오 필요해”
[법률저널=공혜승 기자] 2014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최종합격자 36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이 중에서도 이번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2차시험에서 수석의 주인공은 최고득점인 71.70점을 받은 김미연(일반외교)씨가 차지했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서 한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그는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외교관이 되고자 퇴사를 결심하고 1년 반 만에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부량이 1년 반 남짓이라 공부를 많이 한 다른 친구들보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그래도 서른 살을 기점으로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우 설렌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미연씨는 사실 수석합격과 더불어 1년 반이라는 단기간안에 합격을 거머쥐면서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단기간 합격의 비결에 대해 “선택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감”에 있다고 전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삼성생명을 4년 동안 다니면서 돌연 퇴사를 결심, 퇴사와 동시에 공부를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마음속에 배수진을 쳤다고 했다.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버리고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각오가 남달랐다는 것. 때로는 그 심리적 압박이 중압감으로 작용해 수험 기간 동안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합격이라는 결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4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 별다른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졸업하고 나서 적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마저 다 끝내지 않은 채 금융권에 취업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꿈꾸었던 외교관이란 꿈을 더 늦으면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이 점점 커졌다”면서 “금융권에서 채권, 주식 수익률을 분석하는 것도 물론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국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악수를 나누고 협상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해내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처음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미연씨는 지난해 1월 공부를 시작한 뒤 우선적으로 제2외국어 자격을 따기 위한 중국어 공부에 매달렸다. 기초가 전혀 없었던 그는 성조와 병음부터 시작했고 8월에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2차 논술 과목은 작년 3월에 시작한 예비순환부터 학원 순환시스템을 충실히 따라간 편이었다. 1순환은 경제학, 국제정치학, 국제법, 국제경제학 4과목 모두를 들었고, 2순환은 듣지 않았고 3순환은 국제정치학과 국제법을 들었다. 이 때 매순환이 끝나면 보름씩이라도 혼자 복습하는 시간을 꼭 가졌다.
PSAT의 경우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1차 준비 기간에 1차에만 집중을 하지는 않았다. 이번 1차 시험이 3월 초로 늦었고 2차 시험은 5월 중순으로 촉박했던 점을 감안해 오히려 2차 공부를 상당부분 한 것.
1차시험 1주 전까지는 하루의 공부 시간을 양분해서 오전에서 3시까지는 PSAT을 공부하고 3시부터 10시까지는 2차 공부를 진행했다. 3과목 중에서 점수 향상 여부가 가시적인 자료해석을 제일 많이 공부했고 여러 학원 강사들의 모의고사를 구해 한 가지 문제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했다. 마지막 1주일 동안에는 PSAT 기출문제를 중점으로 두고 완성도가 높은 기출문제를 눈에 많이 익혀놓는 훈련을 했다.
김미연씨는 사실 통합논술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2차 전공과목과 통합논술 실력이 별개가 아니라고 본 것. 작년 1기 기출을 통해 대략적인 문제 형태만 파악한 상태였고 예상 통합논술문제의 제시문과 문제를 여러 번 읽었으며 신문기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스크랩하면서 중요 이슈를 챙겨보는 정도였다.
통합논술은 순발력을 요구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너무 완성도 있는 답안을 쓰려고 하기보다는 문제를 읽으면서 ‘이 문제는 이 아이디어로 끌고 간다’는 식으로 줄기를 잡고 논리의 흐름에 주목해서 글을 써 내려 갔다고 전했다.
한편 김미연씨의 2차시험에 있어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부분은 바로 모든 과목을 동시에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하루의 시간을 3~4시간씩 쪼개서 하루에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 3과목 모두 공부했다. 그는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모든 과목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보면서 점점 공부량이 축적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법은 특별히 점수가 잘나오는 과목은 없더라도 고루고루 실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
2차 답안작성의 방법으로 “많이 써볼수록 좋지만 공부를 안하고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공부량이 비슷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는 답안을 많이 쓰는 편이었던 그는 그날그날 공부의 지표로 최고답안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적이 많았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글을 써내야하는 2차 시험의 특성상 한 문단을 쓰더라도 아이디어 근거가 충분하면 기승전결이 살아난다고 보고 오히려 세부 목차로 가독성을 해치는 글보다 훨씬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면접의 경우 2차 합격자 전체가 모여 진행하는 조인트 스터디만으로 전체 일정은 충분하나 자신이 부족한 분야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스스로 말이 빠르고 아이컨택이 잘 안되는 편이라고 생각해 개인컨설팅 4회 정도를 통해 태도나 자세부분에 있어서 교정을 받았고 학교 내 언어교육원 영어토론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개별적으로 영어토론을 몇 번 진행하며 보다 철저한 준비를 했다.
영어회화를 한지 오래돼 혀가 굳어있는 상태에다가 토론에서 쓰이는 어휘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김미연씨는 외국어토론면접에 있어 상당히 걱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면접을 겪고나서 보니 전문적인 어휘량보다는 짧은 문장이라고 의사전달이 명확하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무리 유창하게 말하더라도 전달력이 부족하면 헛수고라는 얘기다. 멋있게 말하는 것보다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이 훨씬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예상은 했지만 압박 면접이 상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면접관들이 내용상 상당히 깊게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질문을 해 당황했다는 것. 특히 인성면접에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할 때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보기 때문에 경험을 포장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신감이 점점 떨어짐을 느낄 때라고 했다. 특히 시험이 임박할 때마다 ‘내가 왜 좋은 직장 버리고 이 길로 들어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너무 힘들 때는 친구들과 놀고 술도 마시면서 기분 전환을 했던 것이 오히려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장기적인 슬럼프 없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미연씨는 앞으로 어떤 외교관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한국이 통일되는 데 있어 자신이 일조할 수 있도록 많은 영역에서 일하고 연구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스스로 한심하다거나 나약하다고 생각할 시간에 정말 간절한 헝그리정신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직장을 박차고 나온 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후원을 주신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