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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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을로
  • 이상연
  • 승인 2003.09.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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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접어들기 시작했다. 올 여름은 손등 한번 그을릴 짬이 없을 정도로 유난히 비가 자주 왔다. 게다가 추석 연휴에 남해안 지방을 강타한 태풍 '매미'는 100여명의 사망자와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남기고 사라져갔다. 태풍 매미는 가뜩이나 잦은 여름비로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해 흉작의 시름에 빠져 있던 농민들을 거의 회생불능 상태로 몰아넣었다. 물에 잠긴 삶의 터전과 들녘, 흙탕물을 뒤집어쓴 농토, 떨어져 뒹구는 낙과를 바라보는 농민들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남해안 일대 어장과 양식장도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적조 피해로 한숨짓다가 태풍 피해까지 겹친 어민의 시름 또한 농민에 못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 일부지역은 지난해의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도 채 아물기도 전에 더 큰 재앙으로 덮쳐버린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안타깝고 가슴이 저려올 지경이다. 또한 해일로 인해 수장된 마산시의 어처구니없는 인명피해는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욱 눈시울 적시게 한다. 태풍 매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전 사태로 인한 대규모 산업 피해를 몰고 왔다. 수십년 동안 쌓아 지켜온 중소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이처럼 눅눅하게 여름을 보낸 탓일까. 지금쯤 공부에 매진해야할 수험생들의 심사마저 우울한 듯 하다. 장기간 침체된 국내 경기에다 태풍이 할퀸 자국으로 삭막하기까지 한 고통이 수험생이라고 해서 무풍지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터에 수험생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부터 도입되는 영어대체시험으로 인해 올해 안으로 영어를 통과해야만 하는 수험생들은 난중지난(難中之難)의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뚜렷한 성과를 일구지도 못했거나, 밀린 공부로 한숨을 쉬는 수험생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공부할 것이 태산같이 쌓여 있어 마음도 급하고 몸도 급한 심정일 것이다.


수험생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흘린 땀이 있었기에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서 있지 않은가. 대학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고 고시촌도 모의고사 등으로 빡빡한 일정에 들어가 결실을 향해 달음박질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지난 여름의 생각을 묻고 남은 기간을 차근차근 계획의 실천과 자기 관리만이 뒤 처진 공부를 만회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고시 합격은 어느 한 시점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새 각오로 새 출발을 하면 바라는 꿈의 실현도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고시촌의 공부하는 분위기도 자못 '비장'하기까지 한 만큼 풀어진 마음을 다잡고 후반기 시험준비를 차분히 해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제는 남은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앞만 보고 매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거창한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수험생활을 맞추는 것이 남은 기간 동안 수험생들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공부외적인 요소를 털어 버리고 합격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희망으로 고단한 수험생활을 극복하려는 자세와 노력을 간단없이 기울여야 한다.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한 걸음씩 다가가는 수험생들에게 가을은 반드시 꿈을 이뤄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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