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제도와 법학 교수들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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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제도와 법학 교수들의 애환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3.10.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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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근래에 로스쿨 교수 몇 분을 만난 적 있다. 여럿 담론을 나누던 중 로스쿨 교육에 대한 애로가 흘러나왔다. 로스쿨 교육의 특성이 기존 이론학습 외에도 실무학습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이론교수들의 심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하소연이 컸다.


과거와 달리 민법, 형법 등 이론법학 만으로는 학생들의 충분한 이해력을 이끌기 어렵고 그래서 민법 전분야를 넘어 상법, 소송법 등도 함께 교육내용에 담아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절차법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은 종종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실무과목 담당교수들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절차법의 기초가 되는 실체법에 대한 전제사실을 설명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 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교수들의 심적 부담은 3년이라는 교육기간에 ‘절반의 법조인’으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다. 가령 기존 법과대에서는 6학점으로 가르쳐야 하는 과정을 2~3학점으로, 여기에 실무적 감각까지 심어주어야 하는 압박감이 작용한다는 얘기였다.


담론은 결국 변호사시험으로 이어졌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변호사시험이 최우선 선결과제”라며 복잡한 속내들을 전했다. 최근 로스쿨 출신의 취업률이 속속 보도되면서 학교의 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라는 것.


한 교수는 “취업률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면 취업은 무용지물”이라며 “현 합격률대로라면 내년이면 거의 1천명이 탈락하게 될 것이며 2년 후면 합격률은 50%대로 떨어지는 마당에 온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겠냐”면서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최고의 수혜자는 로스쿨 교수, 다음으로 초기 로스쿨 출신자들이라는 언급이 많다. 하지만 이날 담론을 통해 로스쿨 교수들의 부담은 스승이 제자의 성공을 우려하는 단순한 심정을 넘어선, 해갈하기 어려운, 꽤나 벅차 보였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014학년도 제6기 로스쿨 입학생 선발을 위한 응시원서 접수가 11일 오후 6시까지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9천여명이 법학적성시험(리트)에 지원한 터라 각 로스쿨들의 우수 인재 유치 기대는 한층 부풀러 있는 듯하다. 많을수록 우수 인재도 더 많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에서다. 이는 로스쿨 지원자 증가를 이끄는 만큼 높은 경쟁률과 양질의 인재 유치여부에 설렘 어린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무리 우수해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2009년부터 학부 법학도를 선발하지 않고 있지만 적게는 200명, 많게는 800여명 잔류하고 있는 제자들의 진로문제도 오갔다. 급격히 줄어든 사법시험에 지속적인 응시를 권장하기도 양심적으로 어렵고 그렇다고 로스쿨 진학을 무턱대고 추천하기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라는 것. 지금 로스쿨에 입학해 졸업할 즈음이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썩 내키지 않는 진로상담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연중 비로스쿨 법과대 교수들의 심적 부담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  올랐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마당에, 법학을 가르치는 낙도 사라졌고 학생들의 눈초리도 과거처럼 초롱초롱하지 않다”고 푸념을 내려놓던 몇몇 교수의 표정이 떠올랐다. 제자 사랑은 다 같은데, 로스쿨 교수의 부담이 이렇게 클 진데 법과대 교수들의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는 제자사랑의 안타까움은 얼마나 더 클까 싶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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