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기자
2008년 정부는 25개 로스쿨을 인가하면서 서울 12곳, 경기·인천 2곳, 그 외 지역 11곳으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후유증은 상당히 컸다. 나름 정통과 명성을 가진 소울소재 국민대, 동국대, 홍익대 등은 “인가를 얻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고 결국 소송으로까지 비화됐다. 심지어 한 지방에서는 인가·비인가 대학간의 웃지 못 할 송사까지 휩쓸렸다. 결과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결단과 재량이 인정되면서 모두 패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부터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미 예견된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지역은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됐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역균형발전론을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애써 키웠더니 모두 서울로 떠나 버렸다’는 것이 후자의 한탄이며 ‘그렇잖아도 법조시장이 불황인데 왜 자꾸 서울로만 오느냐’며 꾸짖는 것이 전자의 불만이다. 다행이 “지역 법률서비스 파수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희소식이 간간히 들려오긴 하지만 극히 일부인 듯하다. 심지어 모 지역에서는 “죽 쒀 남 주는 꼴”이라며 지역 로스쿨에 대한 후원 장학금마저 급격히 감소했다는 비보도 익히 들려 왔다.
때론, 인위적인 작위가 자연스런 순리보다 못하기도 한 법. 지역균형발전은 무조건 꽤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로스쿨 인가의 지역안배론 중간 결과물을 통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자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로스쿨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4년간 총 입학생 8,283명 중 서울 소재 40개 대학(대학본부 기준) 출신이 6,769명으로 전체의 81.72%를 차지한 반면, 서울 이외 소재 대학 출신은 64개 대학(1,400명)으로 전자가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이들이 로스쿨을 졸업하면 과연 어느 곳에 정착을 할지 향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자가 얼마 전 6년간의 법학적성시험(리트) 지원자들의 응시원서 접수 시험지구별 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리트 지원자 중 77.18%는 서울지구에서, 22.82%는 그외 지역에서 시험에 응시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최소 77%에서 최대 82%가량이 출신지 또는 거주지, 출신 대학 등과 직간접으로 서울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 31일 지역과 함께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창의적 인재양성을 지원한다는 명목의 ‘지방대학 육성 방안(시안)’을 발표하면서 로스쿨까지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좋을 수 있지만 후유증 없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 지 심히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은 노력한 자에 대해 먼저 합당한 대우가 주어져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노력 끝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이들에게 서울이든, 지방이든, 원하는 로스쿨을 선택해 입학할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
이미 로스쿨 입시제도에는 법학·비법학간, 자교·비자교간, 특별전형·일반전형간 쿼터가 있다. 보기 드문 제도다. 그것도 전무후무한 일개의 전문대학원만을 위한 특별법으로 운영되는 것. 이미 나름의 규제와 제약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또 다른 불만도 많다는 것이다. 서울대 출신이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가려면 500여명 중에서 무조건 100등 안에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 대학 출신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로스쿨 제도다. 여기에 더해, 지역할당제까지 도입한다면 로스쿨제도를 지나치게 난도질 하는 꼴이다.
지역대학의 자발적이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순위다. 그러면 전국의 인재들은 그 대학으로 몰릴 것이며 그 지역의 로스쿨은 그 지역대학의 우수한 인재들이 타 지역 출신과의 입시경쟁에서 이겨 입학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교육제도에 문외한 이긴 하지만 로스쿨에까지 지역인재 전형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난 정부 말기, 로스쿨 입시에서의 입학사정관을 추진하겠다며 요란을 떨다 물러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