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기자
국내 로스쿨 도입전후부터 지금까지 로스쿨 도입취지는 ‘교육을 통한’ ‘다양성’ ‘전문성’ ‘국제적 경쟁력’ 등이라는 것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들었다. 로스쿨법 제2조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이라고 교육이념을 담고 있다. 또 변호사시험법 제1조 또한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스쿨은 출범 당시부터 실무교원 비율을 20% 이상으로 늘리고 입학생들의 학부전공비율도 비법학사가 3분의 1이상 차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전문성 및 특성화를 위해 각 로스쿨은 특성화분야를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나름 시스템은 제법 잘 갖춰진 듯하다.
다만 ‘다양성’ ‘전문성’ 대비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없는 듯 해 보인다. 로스쿨 입시 면접 외에는 없는 듯하다. 물론 법조윤리과목 이수 및 다양한 교양강연 등을 통해 이를 보강해 주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부차적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규범은 시대적 사회가치의 결정체다. 따라서 실정법 또한 이를 담고 있어야 올바른 규범이 된다. 이를 보완하는 매개체가 법관이다. 시대적 사회가치를 담아 법을 해석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사법시스템을 뒤로하고 법조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이유에서다. 세상물정 모르는 벽면서생의 공부벌레를 통해서는 복잡다기해 지는 사회분쟁과 법률소비자의 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유사한 이유에서 출범한 로스쿨제도 또한 예외일 순 없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재를 선발해 법과 전문화를 가미해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 근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산전수전 사회현실 및 직업을 경험한’ 인재를 선발한 후 법교육을 통해 다시 사회로 내본다는 의미도 포함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초 기자가 지난 5년간 로스쿨 입학자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28세이하가 2009학년 62.55%, 2010학년 59.55%, 2011학년 62.34%, 2012학년 65.11%, 2013학년 66.13%로 매년 증가하는 반면 28세이상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5세이하가 28.22%, 2010년 23.65%, 2011년 27.87%, 2012년 31.84%, 2013년 35.16%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또는 직후 곧바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비율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법시험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젊은 때, 열심히 법조인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법조인 배출은 젊을수록 좋다”고 반박하곤 한다. 하지만 기자는 “사법시험 역시 매년 20%안팎의 비법학 전공자들이 합격하고 있고 연령도 비슷한데, 사법시험과 차별성 없는 제도”라며 재반박하곤 한다. 혹자는 “미국도 대부분 학부졸업과 동시에 로스쿨에 진학한다”며 반박한다. 그러나 기자 또한 “돈벌레나 다름없는 미국 변호사업계를 따라 갈 것이냐”고 재차 반박하곤 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연연해, 파릇파릇한 연령대만 선발하지 말고, 상호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또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경륜도 제법 갖춘, 약육강식의 폐해도 체험해 본, 그래서 따스한 인간미를 풍길 수 있을 것 같은, 제법 나이든 인재들도 많이 뽑았으면 한다. “다양성과 전문성은 전공이 다양하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기성 법조계의 비판을 일축시키려면 로스쿨은 사법시험과 분명한 차별성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