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기자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2014년 이후의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2014년 200명, 2015년 150명, 2016년 100명, 2017년 50명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 병치됨에 따라 배출되는 신규법조인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부작용 방지 △선발인원 감축에 따른 신규 및 계속 응시자의 급격한 감소 △시험 준비생들에 대한 사법시험 폐지의 명확한 안내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안정적 정착 도모 △법조인 양성 제도가 유사한 일본의 구사법시험 선발인원 대폭 감축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결국 여러 의견 중 가장 적은 수를 제시한 대법원 제안대로 확정된 셈이다. 로스쿨 안착에 대한 그동안의 의지를 눈여겨 봐 왔고 로스쿨 도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곳이 대법원이기에 기자 역시 얼추 예감은 해 왔다. 기자가 알기로는 2004년 대법원이 사법파동의 타결책으로 사법시험 정원 확대와 점진적 로스쿨 도입을 사탕으로 내걸었고 이때부터 로스쿨 도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안다. 하물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조차도 250명, 200명, 200명, 150명을 제시한 것에 비하면 로스쿨 애착에 대한 대법원의 의지를 족히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혹자는 “그 어느 기관, 단체보다 판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합리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하지만 법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숨길 수 없다. 수험생들에 대해 사법시험 폐지를 명확히 해 왔다지만 사법시험 폐지와 달리 정원의 점진적 감축은 각계의 의견은 모아 결정하는 재량사항이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로스쿨설치법 통과 직후인 2008년 4월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2009년 1,000명,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으로, 2009년 10월에는 2012년 500명, 2013년 300명으로 확정했다. 이번을 끝으로 2014년 이후의 선발인원까지 최종 확정·발표한 셈이다.
이웃 일본처럼 점진적 축소의 방법은 통한 극도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또 로스쿨의 조기 정착을 위한 심사숙고의 결정이었겠지만 이같은 급격한 감축은 무리수였지 않나 싶다. 일본은 예비시험이라는 우회로를 로스쿨 통과과정에서 일치감치 둠으로써 법학도들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반면 한국은 ‘우선 로스쿨법 통과, 이후 대안 모색’의 방법을 택했지만 아직 예비시험에 대한 가부도 없는 상황이다. 또 대한민국은 성년이 되면 징병에 임해야 하고, 아직도 전국의 모든 로스쿨에 약 1만명의 잔류 법대생이 남아있다. 60여개의 법과(학)대도 운영 중이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둔 아비 같다”는 로스쿨 교수들의 심정조차도 헤아리지 못한, 일방적이고 안타까운 결정인 듯하다. 2017년까지 1천명의 선발인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로스쿨의 안착을 꽤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일본처럼 기존 법학도를 고려한 2년의 기수자 과정도 없고, 법조인이 되려면 무조건 로스쿨로 몰아 유사한 교육, 교수 하에서 민법총칙부터 또 다시 3년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가혹할뿐더러 인재를 낭비하고 고학력을 부추기는 꼴밖에 더 되겠는가.
이번 법무부의 결정은 ‘난파선 선장의 정당행위적 살인’이 아닌, 일방을 살리기 위한 타방에 대한 고의적 살인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2014년 이후의 선발인원을 재검토 해 주길 당부한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