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기자
최근 유기홍 국회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치러진 제1회 변호사시험의 응시자(25개 로스쿨 중 영남대 제외) 대비 합격률이 88.2%인 가운데 서울 소재 12개 로스쿨의 평균 합격률은 93.8%, 지방 소재 12개 로스쿨은 82.2%였다. 서울보다 지방로스쿨의 평균합격률이 11.6%포인트 낮았다. 지난 4월 법률저널 분석기사에서도 유사했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과 지방 로스쿨생간의 실력차이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험 외적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실력과 외적 요인 둘 다 작용했기 때문일까. 현재로서는 뚜렷한 과학적·통계적 분석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험 외적 요인, 즉 지방로스쿨생들의 지리적 여건이 실제 시험에 악재로 작용하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지방로스쿨 수험생들은 서울의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고사장 주변 일대에 숙소를 마련하느라 적잖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일부 대학은 합동 숙소를, 일부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독자적인 숙소를, 또 일부는 각자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비용도 적지 않았다.
서울로스쿨생들은 마지막 정리에 열의를 올리고 있는 동안, 지방로스쿨생들은 5일간 치러지는 시험을 위해 일주일간 머무를 숙소를 마련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고 시험기간 내내 불편한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평소의 학습장소를 떠나, 유흥가 일대의 숙박업소에서 적응도 쉽지 않았고, 음식과 분위기도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험이 서울에서만 치러지는 관계로 서울에 비해 지방로스쿨생들은 상당한 불편과 함께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1회 시험 직후부터 지방로스쿨 원장들의 ‘5대 권역별 실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로스쿨협의회 차원에서 권역별 실시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또한 “서울에서만 실시하는 것은 명백한 상대적 차별”이라며 법무부를 항의방문해 전국 학생들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같은 요청에 법무부는 “검토는 해 보겠다”며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시험관리가 어렵고 예산도 낭비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 듯하다. 예산상의 문제라면 차라리 수익자 부담률을 올려서라도 권역별 실시가 가능하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도 없어 보인다. 문제는 사법시험의 경우 매 시험일 전날 밤부터 당일 새벽까지 최종 문제선정과 함께 인쇄를 하고 곧바로 고사장으로 운송된다는 것. 변호사시험에서 권역별로 치를 경우 문제보안, 운송사고 등 얘기치 못하는 상황에, 굳이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수십년간 사법시험도 그러해 왔는데 변호사시험이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의도도 보인다.
이미 유사한 이유로 법조윤리시험이 첫해에는 서울에서만 치러졌지만 제2회시험부터는 이같은 지방로스쿨생들의 요구로 권역별로 치러지고 있다. 또 기존 사법시험 제1차시험도 권역별 실시의 역사가 깊다. 일본 역시 7대 권역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기자의 시각에서는 법무부의 반론보다 지방로스쿨생들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제2회시험이 내년 1월 4일부터 8일까지 치러진다. 특히 주말이 끼어 있어 벌써부터 숙소확보, 숙박환경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역별 실시에 법무부의 전향적 고려가 필요할 듯하다. 수험생의 편익과 관리상의 애로가 비교형량에 있다면 전자가 우선일 것이다.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된다면 재검토해도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