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기자
거의 20년 만에 다시 찾은 최고의 무더위에 불구하고 그나마 런던에서 들려오는 메달 소식이 심적으로나마 더위를 식히는 듯하다. 남녀노소, 직분고하, 직업유별을 떠나 전 국민의 시선이 올림픽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파이팅을 응원하는 모습이다.
대회 종반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9일 현재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은 당초 계획했던 ‘10-10’(금메달 10개, 세계 10위)을 넘어선 금메달 11개, 종합순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로서도 메달 소식에 흥분만 하고 있어서인지 미처 중요한 것을 한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평소 스포츠에 조예가 깊은 지인 왈 “어째서 대한민국은 전투적인 종목에 한정해서만 메달을 따는지 모르겠다. 무엇인가 답답한 느낌”이라며 그 만의 국내 스포츠의 현실에 대한 독설을 쏟는 것이었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처럼 그냥 생각 없이 메달 획득에만 흥분했던 기자에겐 듣고 보니 귀가 솔깃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 203개국이 참여해 26개 종목 302개의 세부 종목을 두고 메달 경쟁을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이다.
현재까지 획득한 금메달 12개, 이 중 11개는 레슬링(1), 사격(3), 양궁(3), 유도(2), 펜싱(2)이고 나머지 1개는 체조다. 정통적으로 치르고 쏘고 배고 치고 박는 소위 고·현대 전투에서 가장 일반화된 전투성이 짙은 종목이 9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메달, 동메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총 26개 종목 중 이같은 전투적인 5개 종목에 금메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지인의 투덜거림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특성화 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격에 합당한 메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잘나가는 종목에 집중 투자했고 그렇다보니 그 종목에서 다시 메달이 탄생하고 그러기를 재반복해 왔던 것이 우리의 올림픽 출전 정책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일반화가 없는 특성화에만 몰두한다는 것에 대한 지인의 화풀이가 잔영을 남겼다.
대한민국의 올림픽에서의 메달확보 결과는 매번 대한민국 법조계를 생각나게 한다. ‘송무 일변도의 하이클래스 법조인’과 ‘특정 종목에 대한 직업 스포츠맨’, 왠지 일치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지금 법조계는 2000초반부터 변호사 1천명 배출과 최근 로스쿨 출범 등으로 변호사들의 활동분야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송무에 대한 매력과 낭만을 잊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면에서 이번 올림픽에서의 체조 금메달과 수영에서의 선방이 전 국민들을 더욱 환호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 특성화 종목으로 펜싱이 하나 더 늘어나면서 향후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제고를 발전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제에 모든 법조인과 법학계도 향후 법조진로를 송무를 넘어 자문·행정·입법·기업·국제간 거래 등으로의 다양한 확대의 필요성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