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금까지 일요일에 실시해 오던 각종 고등고시와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을 2004년부터 동·하계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평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그동안 종교의 자유, 휴식권 등 기본권 침해 이유로 일요일 시험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그간 종교단체 등의 평일 시험 요구에 많은 수험생을 수용할 시험장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이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현행과 같이 일요일에 시험을 치를 경우 종교 행위에 문제가 있다"며 "공무원 채용 시험을 평일이나 토요일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평일 시험이 가시화됐다. 특히 최근 주5일 근무제 도입 추세에 따라 삶의 질 향상과 휴식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일요일 시험관리관 동원을 거부하는 등 일요일 시험관리관 차출에 따른 현직 공무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어 시험일정 조정의 필요성이 증가해온 터였다.
본보에서 밝혔듯이 지난 대선때 각 당의 대선 후보자들이 한결같이 "주5일 근무제가 대세이고 시행된 이후엔 일부러 일요일에 국가고시를 치를 이유는 없다"면서 "일요일 행사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국가고시 평일 시험이 예견됐었다. 우리는 과거 군사정권의 일방적인 정책에 따라 기본권인 신앙의 자유와 휴식권을 빼앗기고 살아왔던 지난날의 잘못을 과감히 정리하고 국민이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참여정부의 조치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보며 적극 환영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종교계에서는 일요일에 국가고시 및 공무원시험을 치르지 말도록 건의하고 서명운동까지 펼쳤지만 이제야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국가가 일요일을 개인의 삶에서 빼앗아감으로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 공무담임권, 휴식권 등의 기본권이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종교의 자유중 신앙의 자유는 인간의 내심의 작용(forum internum)이므로, 어떠한 이유로도 제한될 수 없는 절대적 자유이다. 종교의 본질적 부분은 신앙이지만 신앙은 단지 내심의 작용만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고 외부적 행위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외부적 행위의 자유까지 보장될 때에 비로소 종교의 자유는 완전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선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시험이 있을 경우 직장인 신분인 사람들은 결근을 하여야 하고, 그밖에 시험장 확보나 시험당일의 교통체증 등 원활한 시험관리에도 상당한 지장이 있는 사정이 있어 일요일 시험이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개인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 하더라도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기본권이론은 공공복리보다 개인의 기본권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추세에서 종교의 자유는 고도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평일 시험이 방학기간에 실시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장인에게도 여러 휴가제도가 보장되어 있고, 시험시간이 교통체증이 심한 출근시간과 겹치지 않도록 한다면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집중 실시가 가능함으로써 수험생들의 경우 학교수업과 수험준비의 병행으로 인한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시험준비를 이유로 수업에 불참하는 등의 사례를 방지하여 학교수업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험관리 측면에서도 대학교수 등 시험위원의 출제 및 채점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고, 시험장소 선택의 어려움도 줄어들 것이다. 주5일 근무제 확산 등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각종 국가고시가 평일시험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시험도 평일시험을 적극 고려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