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사법시험 원서접수가 11일 마감됐다. 지난 6일부터 실시된 원서접수에 출원자가 3만명이 웃돌아 올해도 사법시험 열풍이 이어졌다. 출원자중 절대다수가 서울에 집중돼 접수 마감이 다가오면서 접수 막판에는 지원자들이 몰려 접수처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홀은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특히 단체접수가 허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이들이 일괄접수를 하면서 일부 수험생들이 접수증을 찾아가지 못해 법무부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정(露呈)되기도 했다.
시험 막바지에 촌각(寸刻)을 다투는 수험생의 입장에선 원거리까지 원서를 접수하러 가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수험생들의 심리에 편승해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등 원서접수 형태의 또 하나의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수험생들의 심리적·시간적 등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자칫 원서접수가 잘못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이 원서대행 업체에 접수를 맡기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힘든 일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수험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인터넷 원서접수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관장하는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에서 인터넷 접수가 정착되어 여타 시험으로 더욱 확대해가고 있는 마당에 사법시험에서도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e-정부'의 선진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 민원서비스 혁신 사업(G4C)의 시스템이 구축돼 인터넷 민원서비스 시대가 열려 민원인의 관청방문 횟수가 대폭 줄어드는 등 민원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되고, 행정업무 처리가 간편해져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를 경제적 기회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G4C 시스템 개통에 따른 「안방민원시대」, 「종이 없는 행정」으로 표현되는 「전자정부시대」가 열린 만큼 사법시험 인터넷 원서접수도 법무부의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고 경제, 문화적 수준의 향상으로 질 높은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험생들의 욕구 또한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같이 발달된 첨단 정보화의 기술을 행정에 도입하여 인터넷 원서접수를 비롯한 행정업무를 혁신함으로써 수험생에게는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 내부적으로는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원서접수가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법무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정보 인프라를 한껏 이용해 디지털 세대의 수험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행정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머지않은 장래에 온라인 원서접수가 오프라인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돼 이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기술적 준비가 요구된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대세는 막을 수 있는 단순한 일회성의 사회적 흐름이 아니라 작은 불씨 하나로 산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건기의 겨울산과 같다. 법무부는 디지털 수험생의 실체를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다양한 시험정보서비스를 온라인화 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수험생의 접근과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형 기관으로 거듭나는데 한시도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