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전문성 바탕으로 통합적 법률 컨설팅 제공할 것"
"희망 끈 놓지 않으면 열매 반드시 열려"
“지재권 분야는 법학뿐 아니라 경제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경제학과 법학, 두 가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평가, 시장성 전망 등 통합적 법률 컨설팅을 제공해 나갈 계획입니다.”
경제학박사이자 변호사인 법무법인 우신의 오영중(사법시험 49회)은 기업의 특허 전략을 다룬 논문을 준비하면서 법조인에 뜻을 품게 됐다. 오 변호사는 “경제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전문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고 사법시험 도전 계기를 밝히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힘든 수험시절을 보내고 있는 모든 수험생에 정호승 시인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시를 전하고 싶다는 그를 21일 만났다.
‘늦깎이 고시생’ 사시 도전…두 마리 토끼 잡아
경제학 박사학위와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길이었기에 힘들어도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6년간의 긴 수험기간 끝에 그는 결국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박사학위까지 받는 쾌거를 이뤘다.
통합적 법률 컨설팅 제공할 것
또한 ‘특허괴물(Patent Troll)’ 의 공격에 소송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해 합의로 마무리 짓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게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이라고 오 변호사는 전했다.
기업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형 로펌이 사건을 수임하기 마련이지만 오 변호사는 벌써 국내 큰 기업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개업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그가 굵직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데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현장 관계자를 만나온 것이 주효했다.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것.
오 변호사는 “지재권 분야는 경영학, 경제학, 법학 모두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앞으로 법률자문을 통한 분쟁 예방뿐만 아니라 기술평가, 시장성 전망 등 통합적 법률 컨설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학·법학, 시너지 효과 내
얼마 전 오 변호사는 한의사에 법률자문을 하는 중 보건복지부에 법률유권해석 질의서를 보냈다. 자문을 의뢰해 오면 법서, 판례 등을 찾아 답변해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공부하면서 갖고 있던 그의 ‘집요함’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오 변호사는 질의서를 통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데 이어 문제제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담당 공무원의 인사까지 받았다. 그는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소회하면서 “정부 기관에 유권해석 질의, 입법 청원 등을 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국민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 노출 꺼린 이유? 의뢰인 보호가 먼저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오 변호사는 만나기 쉽지 않은 법조인으로 통한다. ‘변호사가 언론과 친하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서다.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서 자칫 오보가 나게 되면 의뢰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오 변호사는 설명했다.
지난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선발전과 2010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불거진 짬짜미 의혹과 이정수 선수의 개인전 불출전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구성된 쇼트트랙 공동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도로 피했다.
이와 관련 오 변호사는 “불복절차를 통한 소명기회가 분명히 있는데 조사결과만으로 인터뷰를 하다보면 오해를 불러일으켜 선수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능력 이상의 임무를 수행한 것 같다”며 겸손해 하며 “아직 기회가 많은 어린 선수들이 빨리 선수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용서와 화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분쟁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이해당사자 및 이해당사자들이 추천하는 인사를 참여시킨 점은 향후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통지 안한 압수물 가환부결정은 위법’ 판결 이끌어
항고인은 지난해 차량을 제공해주면 시가 3,500만원 상당의 타 차량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A씨의 거짓말에 속아 차량을 넘겼다. A씨는 이 차량을 담보로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약 1,500만원을 대출받았고 대부업자는 소유권이전등록을 마치지 않은 채 이 차량을 1,500만원에 매도, 인도했다.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항고인은 대구 시내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차량을 발견한 후 임의 취거했다. 대구 모 경찰서는 항고인을 특수절도 혐의로 수사하는 한편 매수자에 차량을 가환부한다는 내용의 압수물환부결정을 했다.
이 사건은 ‘대포차’로 유통되는 차량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원소유자와 대포차업주(대포차량 취득자)간 발생하는 법률적 분쟁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오 변호사는 “‘대포차’ 유통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데도 대부업자에 차량을 가환부한 것은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면서 “이에 경각심을 줬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했다.
희망 만드는 사람 되길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변호사로서의 최후의 목적은 모든 성과를 인권활동으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재권 분야 소송 경험을 쌓으면서 수년 내 책도 집필할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정호승 시인의 시집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를 건넸다. 사법시험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날 기차역에서 샀다는 이 시집을 그는 “가장 아낀다”고 했다. 특히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시는 “모든 수험생들에 읽혀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변호사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몸과 마음을 추슬러 가며 수험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당부했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